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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거대한 슬픔 ㅣ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9년 8월
평점 :
올해는 참으로 뜻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알던 역사를 다시 새롭게 배우는 느낌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대한민국 독립만세!
<백범, 거대한 슬픔>은 김별아 작가님의 장편소설입니다.
1945년 11월 23일.
청량한 가을날, 중국 상해 강만 비행장에서 대한민국 임시 정부 요인들이 중형 미군 수송기 C-47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마침내 조국으로 돌아오는 감격스러운 날이건만 이들의 표정은 굳어있습니다.
미 국무성이 보내온 통지는 그들이 수송기를 보내기에 앞서 다음의 내용을 서약하라고 하였습니다.
- 북위 38도선 이남의 지역이 미군에 의해 군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군정이 끝날 때까지 정부로서 행사하지 않으며,
군정 당국의 법과 규칙을 준수할 것에 동의한다. (11p)
그러니까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자 공공연한 모욕이었습니다.
너무도 충격적인 장면이라서 잠시 읽기를 멈췄습니다.
이토록 굴욕적인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니...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태극기 부대, 엄마 부대가 아베에게 사죄하라며 떠들어대는 상황.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들은 태극기와 엄마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온라인 댓글과 광장 집회의 망언들, 어디까지 갈 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이며, 그들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친일파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아직까지 친일파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건지 개탄스럽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은 백범 김구 선생님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개구쟁이 어린 소년이 철이 들면서 아버지의 한(恨)과 나라의 원통한 사정을 알게 되고, 국모의 원수를 갚고자 복수의 칼을 휘두르면서 방황의 시절은 끝났습니다. 스무 살의 청년은 다시, 스스로 태어났습니다. 그 뒤의 행보는 오로지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그 투쟁기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 절절히 토해내고 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마음으로... 그건 바로 침잠하는 슬픔이었습니다.
냉혹한 슬픔, 쓰라린 슬픔, 아련한 슬픔, 자욱한 슬픔, 고독한 슬픔, 뜨거운 슬픔, 흐르는 슬픔, 거룩한 슬픔... 슬픔의 축제 마지막은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2019년, 한국 독립 투쟁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침략자 일본은 아직도 역사적인 사죄 없이 야욕을 꿈꾸고 있으며, 나라 팔아먹은 조상의 얼을 이어받은 무리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으로 광복을 이루지 못한 탓에 사악한 무리들을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백범, 거대한 슬픔>은 그 지독한 슬픔을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슬픔이 마침내 하나의 힘으로 응집하여 진정한 광복을 이뤄내기를.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드높여 과시할 만한 휘황한 깃발이 아니었다. 쫓기고 쫓겨나고 뭍에서 물에서 이리저리 피난하며 가까스로 지켜온 찢겨진 깃발이었다.
누더기였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내릴 수 없는,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투쟁의 상징이었다.
이십육 년의 세월이 그렇게 흘러 백범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백범 김구가 되었다." (296p)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