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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1 - 이중스파이 흑금성의 시크릿파일 ㅣ 공작 1
김당 지음 / 이룸나무 / 2018년 7월
평점 :
2018년 8월 8일 영화 <공작>을 봤습니다.
영화 속 스파이라고 하면 007 제임스 본드나 미션 임파서블의 톰 크루즈를 떠올리게 되니까,
적어도 추격 장면이나 아찔한 액션이 나올 줄 알았습니다. 아무래도 오락적인 측면이 강조된 영상들.
그러나 영화 <공작>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습니다. 암호명 흑금성이 중국 사업가로 위장하여 북측 고위층에게 접근하는 과정이 다소 지루할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되어 초반은 지루했으나, 점점 몰입하게 됐습니다. 그건 바로 99% 실화이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그 때를 살아왔던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펼쳐지면서, 문득 이 모든 걸 깜쪽같이 몰랐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공작>을 책으로 읽으면서 아차, 싶었습니다. 진작에 읽고서 영화를 봤더라면 좀더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
이 책은 흑금성 박채서의 시크릿파일과 기자 김당의 취재노트가 합쳐진 논픽션 기록입니다.
상당 부분이 영화에서 잘 묘사되어, 읽는 내내 머릿속에 영화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만약 '이대성 파일'이 유출되지 않았다면, 흑금성이 세상에 알려지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솔직히 밝혀지지 않는 게 옳았다고 봅니다.
'이대성 파일'은 안기부 공작파일을 협박용으로 짜깁기한 것으로, 안기부 Ⅱ급비밀 문건입니다. 붉은색의 '秘(비)'자 표식과 '복사, 인용 금지 및 사본은 7일 내 파기'하도록 돼 있었는데, 안기부 수뇌부가 스스로 이 금기를 어기고 언론사에 유출했습니다. 도대체 왜?
그 결과, 흑금성 박채서는 만천하에 신분이 노출되면서 급기야 2010년 6월 1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죄) 협의로 긴급체포되어 6년형을 선고받고 만기복역 후 출소했습니다.
이제껏 수많은 간첩 사건이 있었지만 대부분 조작이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그 중 흑금성 사건은 대한민국 특급공작원의 최후였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입니다. 영화에서 다 담아낼 수 없었던 극비 내용들까지 책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책을 통해 본 흑금성은 애국심과 의리가 투철한 인물이었습니다. 중요한 건 그가 신의를 지킬 줄 알았기 때문에 특수공작원으로서 놀라운 활약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비록 정치의 희생양이 되었지만, 끝까지 소신을 잃지 않았기 때문에 흑금성의 진실이 밝혀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흑금성에게 향했던 이중스파이라는 오명은 벗겨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공작>을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더 이상 진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국민의 눈과 귀, 입을 활짝 열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