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야기 한국 근대 문학 기행
김남일 지음 / 학고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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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 국문학의 동인지 시대를 연 작가들은 애송이 소년• 청년들이었 다. 김동인과 주요한이 20세에 「창조」를 창간했고, 나머지 동 인들도 대개 다 이십 대 중반을 넘지 않았다. 평균 수명이 짧은 시대였음을 감안해도 새롭게 문학사의 기둥을 세워야 하는 막 중한 임무에 비겨선 아무래도 연륜이 짧은 게 사실이었다. 그 래도 서울의 ‘소년 문학자‘들은 못 들은 최 귀를 막았고, 폐기 하나만은 당당했다. - P127

옛것은 쇠하고, 시대는 변한다.
새 생명은 이 폐허에서 피어난다.
Das Alte stürzt, es ändert sich die Zeit,
Und neues Leben blüht aus den Ruinen. - P131

굳이 비교를 하자면, 성배 를 깨뜨린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죽은 신부의 이야기로 시작되 - P136

는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속 그 마비된 식민 도시 더블린이 서 울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을지 모른다. - P137

신여성의 범위를 아무리 넓게 잡아도 실제로 그들이 전체 인 구 구성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들을 둘러싼 ‘담론‘은 끊이지 않았다. 다른 어떤 화제 이상으로 파급력도 강했다. 한편에서는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멸시의 시선을 던졌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늘 이 런 상반된 시선이 교차했다. 기본적으로는 ‘관음 8의 그것이 었다. 많은 신여성은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오직 추문의 주 인공으로 함부로 소비되는 일이 흔했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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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후쿠나가 다케히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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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2차 대전 후 병으로 요양원에서 생활했던 ’나‘의 이야기와 그 곳에서 알게된 ’시오미 시게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등단한 시인인 '나'의 병실 동료들은 꽤 다양한 직업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병실에서도 일을 해야되어 사부작 사부작 작업을 계속하는 가쿠씨,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심통을 부리는 대학생 료군 그리고 어딘가 초월한듯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워대는 시오미. 그들의 생활은 고여있는 듯 고여있지 않은 시간 속에서 조용히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시오미가 수술을 받겠다고 합니다. 그가 바란 수술은 당시의 의료기술로 보나 자신의 상태로 보나 무리한 수술이었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고 관철시킨 끝에 수술은 진행됐고 끝내 시오미는 수술중에 사망했습니다. 수술전 그가 ’나‘에게 부탁한 노트는 결국 화자인 '내'가 맡게 됩니다.
노트 두 권에는 열여덟살과 스물네살의 시오미의 고뇌가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열 여덟살의 시오미는 후배 후지키에 대한 사랑은 누가 봐도 알 정도로 뜨거웠지만 그 뜨거움만큼 스스로의 고뇌도 깊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그 사랑의 대상이었던 후지키에게도 버거웠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시오미의 속도 모르고 그들이 훈련하러 간 조용한 어촌마을의 풍경은 더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스물 네 살의 시오미는 고교시절의 후배 후지키의 여동생 지에코로 온통 가득차 있었다고 주장합니다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고독'과 고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언제 징집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과 주변 친구들의 이른 죽음이 시오미의 마음엔 커다란 구멍처럼 남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상황이 더욱더 그를 더욱더 ’이상적인 영역, 생각의 영역에 몰두하도록 했던 것 아닐까 합니다.

그의 선택은 ‘중간’이 없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곳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마치 운명처럼 ‘고독’을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 혹은 처지가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리고 남겨진(혹은 살아남은) '나'는 ‘지에코’에게 노트를 전하지 못하지만, 시오미가 알 수 없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 지지 못하고 빗겨가는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어긋남의 결과가 이렇듯 안타깝지만 수긍이 가는 이야기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생각과 치열한 고민 만큼 아름다운 문장들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후쿠나카다케히코#박성민옮김#시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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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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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제본서평단

#가제본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위화의 장편소설 #원청은  한 사람과 그를 둘러싼 그리고 그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시대의 이야기, 어느 땅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온 몸애 눈을 뒤집어쓰고 머리카락과 수염이 잔뜩 자란 남자, 수양버들 같은 겸손함과 들판 같은 과묵함을 가진 남자였다.(p.11)

이 남자 린샹푸가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시진에 나타난 것은 사람들이 기억하기로는 17년전 지독한 한파가 몰아쳤을 때였고, 평생의 우정을 나누게 되는 천용량이 기억하는 건 폭풍우로 마을이 초토화 됐을 때  홀연히 “재난을 겪은 사람의 절망스러운 표정이 아니라 흐뭇한 짓고(p.12)” 나타난 순간이었습니다.
‘원청’을 찾는 그는 천용량뿐 아니라 딸 아이에게 동냥 젖을 먹이면서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그 곳이 원청인지.
그러나 그가 묻는 말에 돌아오는 대답은 그곳은 #원청이 아니라 시진이라는 답입니다.

곳곳에 작가가 숨겨둔 이야기들이 있어 읽는 재미가 극대화 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장 500페이지가 넘는 이 긴 여정을 함께하듯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이전에 읽었던 #허삼관매혈기와는  달리 웃음 기를 걷어낸 이 이야기는 그에 못지 않은 흡입력이 있습니다.

북쪽의 이야기, 남쪽의 이야기 그리고 결국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원청의 이야기 입니다. 
다 읽고 나서 이 대작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도 남았지만 이 격변의 시대를 살아간 린샹푸 인생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삶이 가슴 뻐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풍광과 관습과 풍습들이 담담한 문장으로 린샹푸의 우직한 걸음처럼 전개되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너무 늦게 시작하여 마감 시간을 못 맞춘 건 아쉽습니다. 😅

#원청#위화#소설
#가제본서평단


천용량이 아침 햇살 속에서 본 사람은 재난에서 빠져 나온 사람이 아니라 기쁨에 젖은 아버지였다. - P101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와주러 오다니, 제대로 살았나 보네요." - P132

벼와 목화, 유채꽃이 만발했던 논밭도 잡초만 무성하고, 한때는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일정도로 맑았던 강물 역시 혼탁한 데다 비린내가 진동했다. - P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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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리치의 일본 미학 - 경계인이 바라본 반세기
도널드 리치 지음, 박경환.윤영수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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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은 패턴화 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패턴화 된 사람들이다.(p.16)' 로 시작하여 ‘패턴’을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에세이인 #일본의형태(1964)를 비롯해 말년에 자신의 연구를 집대성한 듯한 #일본미학소고(2007)까지 모두 스무편의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한 ‘전형적인’ 일본의 모습도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관점을 통해 접하는 일본은 생각보다 다채롭고 새롭고 거대합니다.
'일본 전통 예술에서는 덜어낼수록 좋다고들 말한다.'(p.31) 라는 문장은 두번째 에세이 #일본영화에대한어떤정의에 나온 문장입니다. 
저자는 일본 문화에서 바로 이 '덜어냄' 혹은 '빈 공간'에 대해 수록된 글 여러 부분에서 언급합니다. 일본 경제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진 버블을 지나며 그 공간이 다른 것들로 채워지는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표합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적극적으로 서양문물을 받아들인 일본 사회에서 그 문화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왜 그런 양상을 띄게 되었는지 살펴본 글들은 일본문화의 단면들을 보여줄뿐만 아니라 이방인으로써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을 함께 이야기합니다.
자동차, 키스, 패션 그리고 외부에서 영향을 받았다기 보다는 일본 고유의 유사종교와도 같은 파친코의 이야기가 그렇습니다.
이 책에서 일본영화를 다룬 에세이들이 단연 눈에 띄는데, 저자 도널드 리치는 오즈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을 서양에 알린 장본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조금은 관념적인 글들 사이에서 영화에 대한 글은 구체적인 분석이 돋보입니다. 

마지막 글 #일본미학소고에서는 제각각 흩어져 있던 문화의 조각들이 하나로 근사하게 맞춰집니다.
듣기는 했지만 개념은 모호 했던 '와비와 사비 , 이키와 후류'에 대한 개념과 일본 문학에서 표현되는 예가 제시됩니다. 여기서 한번 더 일본인들이 변화를 바라보는 방식과 죽음을 수용하는 방식이 다뤄집니다. 의미와 관계없이 겉모습만 모방하는 게 일본문화의 특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리치의 주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과적인 것이 그럴지언정 일본의 전통 방식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자의 입장이 #경계인( 한국과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이라서 새롭게 바라보게 된 면도 있습니다.
모든 에세이가 좋지만 특히 마지막 #일본미학소고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어보실 것을 권합니다.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필요하고 그래서 더욱 이 책 #도널드리치의일본미학은 읽어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널드리치의일본미학서평단#도서협찬#도널드리치의일본미학#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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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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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데뷔 작이기도 한 이 작품 #노본스는 총성이 일상이 된 북아일랜드의 아도인을 배경으로 시대별로 주인공 ‘어밀리아‘와
그 주변 인물들의 연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건 저의 착각이었습니다. 극 중에서 세월이 가고 사람이 죽고, 싸움이 일어나고 또 어딘가에서는 복수 혹은 응징이 이루어 지고 있고 그런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지나갑니다. 텍스트를 통해 눈 앞에 펼쳐지는 정경은 유혈이 낭자한데, 또 어이 없이 웃음이 터지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그런 상황들을 읽으면서 과연 이들에게 출구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작품 전체를 끝까지 읽으면 다를까 궁금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죽음을 당하지 않으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지, 왜 열여섯 먹은 아이가 60년 , 70년 남은 시간을 살고 싶어하지 않는지 알 수가 없었다.( p.145)

#부커상작가#밀크맨#애나번스#천재적데뷔작
#전쟁#여성서사#혐오#북아일랜드분쟁
#가제본서평단#노본스
#가제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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