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후쿠나가 다케히코 지음, 박성민 옮김 / 시와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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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2차 대전 후 병으로 요양원에서 생활했던 ’나‘의 이야기와 그 곳에서 알게된 ’시오미 시게시‘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등단한 시인인 '나'의 병실 동료들은 꽤 다양한 직업군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병실에서도 일을 해야되어 사부작 사부작 작업을 계속하는 가쿠씨,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끊임없이 심통을 부리는 대학생 료군 그리고 어딘가 초월한듯한 모습으로 담배를 피워대는 시오미. 그들의 생활은 고여있는 듯 고여있지 않은 시간 속에서 조용히 흘러가는 듯 했습니다. 그러다 시오미가 수술을 받겠다고 합니다. 그가 바란 수술은 당시의 의료기술로 보나 자신의 상태로 보나 무리한 수술이었지만 의지를 굽히지 않고 관철시킨 끝에 수술은 진행됐고 끝내 시오미는 수술중에 사망했습니다. 수술전 그가 ’나‘에게 부탁한 노트는 결국 화자인 '내'가 맡게 됩니다.
노트 두 권에는 열여덟살과 스물네살의 시오미의 고뇌가 그대로 담겨있었습니다.

열 여덟살의 시오미는 후배 후지키에 대한 사랑은 누가 봐도 알 정도로 뜨거웠지만 그 뜨거움만큼 스스로의 고뇌도 깊었습니다. 그리고 막상 그 사랑의 대상이었던 후지키에게도 버거웠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시오미의 속도 모르고 그들이 훈련하러 간 조용한 어촌마을의 풍경은 더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스물 네 살의 시오미는 고교시절의 후배 후지키의 여동생 지에코로 온통 가득차 있었다고 주장합니다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고독'과 고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언제 징집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과 주변 친구들의 이른 죽음이 시오미의 마음엔 커다란 구멍처럼 남았습니다. 어쩌면 그런 상황이 더욱더 그를 더욱더 ’이상적인 영역, 생각의 영역에 몰두하도록 했던 것 아닐까 합니다.

그의 선택은 ‘중간’이 없이 ‘극과 극’으로 치닫는데,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곳이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합니다.  마치 운명처럼 ‘고독’을 받아들이는 그의 태도 혹은 처지가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리고 남겨진(혹은 살아남은) '나'는 ‘지에코’에게 노트를 전하지 못하지만, 시오미가 알 수 없었던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의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 지지 못하고 빗겨가는 것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어긋남의 결과가 이렇듯 안타깝지만 수긍이 가는 이야기는 드물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생각과 치열한 고민 만큼 아름다운 문장들이 안타까움을 더합니다.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후쿠나카다케히코#박성민옮김#시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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