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알렉스에게 - 내 모든 연민을 담아 알마 인코그니타
올리비아 드 랑베르트리 지음, 양영란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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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올리비아 드 랑베르트리가 2015년 10월 14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동생 알렉스를 그리워하며 쓴 책입니다. 그리워 했다기 보다는 알렉스의 삶을 시간 속에 박제하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동생을 자신의 기억, 가족의 시간 속에서 불러내어 계속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2015년 가을, 파리에서 ‘너 어디 있니?’ 라고 시작된 이 책은 동생의 유골을 바다에 뿌린 2017년 라쿠르아발메르의 ‘너의 죽음은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들었어.’로 끝을 맺습니다.
저자는 첫 장에서 ‘나는 2015년 10월 14일 동생을 잃었다’라는 문장으로 동생의 부재를 알립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슬픔과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파리’를 지나 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결코 두서 없지 않음에도 슬픔이 짙게 묻어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발목을 잡습니다.
휴양지에서 동생이 사라졌다는 올케의 전화를 받습니다. 휴가 지에서 동생 가족이 사는 몬트리올로 향합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로 놓여 있고 놀란 마음, 그간 동생이 시도했던 ‘자살’과 동생의 병을 동시에 떠올리며 불안해 합니다. 다행스럽게 동생은 무사히 발견 됐고, 저자는 병원에서 ‘살아있는’ 동생과 마주합니다. 그러나 상태가 좋아졌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무심하게 자신의 삶에서 떠나갑니다.

이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건 내가 장담합니다. 미안하지만 나에겐 이러는 편이 더 나아요.(p.265)

저자가 동생의 노트북에서 발견한 유서 중 일부입니다. 그가 결코 우발적으로 세상을 등진게 아님을 전합니다. 주변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나름의 작별인사를 건넸다는 사실이 글로 읽히는 부분은 가슴이 뻐근했습니다.
이 기록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합니다.
유년시절의 추억들, 기복이 심했던 자신과 동생의 인생 여정 그리고 시간들. 실제로 사랑하는 내 형제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기꺼이(혹은 등 떠밀려서) 달려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계속 외면하고 싶었던 그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형제가 없는 제가 어떤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 치열한 기록을 읽는 동안 천천히 그 깊은 슬픔에 함께 빠져들었습니다. 또 결국 전철에서 눈물을 떨구고 말았습니다.
올리비아가 이 글을 완성하고, 제가 이렇게 읽을 수 있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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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미첼 - 삶을 노래하다 현대 예술의 거장
데이비드 야프 지음, 이경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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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음악가의 삶.
아는 노래는 ‘both sides now’ 뿐인 줄 알았는데, 각 챕터별로 다루어진 앨범과 노래들을 따라가다 보니 들어본 노래들이 제법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한참 팝송을 들을 때 포크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가수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조니 미첼이 다룬 음악은 한계가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이겨내고, 수 많은 노래를 부르고 만들고, 그리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이 음악가의 발자취가 놀랍습니다. 음악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가사의 의미와 음악의 구성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사진 묘사는 너무 궁금해져서 이리저리 찾아보게 만듭니다.
이 번에도 조니 미첼이 젊은 시절에 만났던 아티스트들의 이름 중에는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새롭게 찾아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소설이 아닌 책은 이런 발견이 있어서 좋습니다.
팬이라면 팬인대로 아니라면 아닌대로 아티스트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이 책이 아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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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여왕 - 남자 도살자, 벨 거너스
해럴드 셱터 지음, 김부민 옮김 / 알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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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혹은 십수년 전에 서프라이즈 류의 TV프로그램에서 한 번은 봤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제목도 표지도 무척이나 강렬합니다. 대체 이 사람은 무슨 짓을 했길래 ‘지옥에서 온 여왕’도 모자라 ‘남자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었을까? 실화라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 일까?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무서울까 걱정하는 한편 그 ‘끔찍한 이야기’의 실상이 궁금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푸른 수염까지 거슬러 올라간 ‘연쇄 살인마’의 연대기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 ‘벨 거너스’에 다다르게 됩니다.
1부가 끝날 사건의 진상에 대한 서술이 끝난 듯 했습니다. 그러나 화재사건의 조사중 농장에서 발견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사체와 주인 없는 짐들 등 증거들로 ‘살인 농장’이 세간에 알려지게 됐습니다. 이후 살인 농장을 구경하려고 몰려든 구경꾼들로 농장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방화와 살인죄로 기소된 용의자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유력한 증거와 증언은 경찰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피고 측 변호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피고는 수감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병으로 사망합니다.
그 후에도 다양한 증언과 주장이 난무 했고, 수십년간 다른 지역에서 끊임없이 벨 거너스를 목격 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가장 나중에 의심을 받은 유력한 후보자는 돈을 노린 범죄 수법이 벨 거너스와 유사했지만 본인이 강력하게 저항했고 삶의 궤적도 확연히 달랐고 그녀가 벨 거너스라고 확실하게 알아볼 증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요즘같으면 과학수사가 빛을 발했을 부분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당시에 누구인지를 알아냈다는 것이 더 대단하게 생각됐습니다.

이 사건이 더욱 끔찍한 것은 벨 거너스가 희생자들을 도살 했고, 그들의 시신을 분리하여 한데 뒤섞어 버렸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감정이 개입할 여지 없이 건조하게 서술하고 있음에도 우연히 발견되거나 발굴 된 사체에 대한 묘사 부분을 읽을 때는 등골이 서늘해졌습니다. 특히, 범행 수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는 더욱더 가슴이 서늘해 집니다.

벨 거너스 사건도 사건이지만 그 사건을 다룬 당시 언론들의 모습, 시민들의 반응 등을 눈여겨볼 수 있습니다. 특히, 흥미 위주의 기사를 앞 다투어 쏟아내는 언론들. 과도하게 감정 이입하여 소설을 쓰는 기자들. 여성들이 이 사건에 과도하게 관심을 기울인 데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과 또 그에 반발하는 주장들이 부딪치는 장면은 재미있다고 본다면 재미있기도 하고, 100여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한 모습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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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만난 영원한 이방인 클래식 클라우드 16
최수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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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카뮈가 어린시절을 보낸 알제리의 벨쿠르부터 페스트의 무대가 됐던 오랑을 거쳐 죽기직전까지 살았던 프랑스의 루르마랭을 방문하며 그의 인생 여정을 따라 집필한 책입니다.

이 여정을 따라가며 저도 그동안 ‘잘 아는 것 같았지만 전혀 알지 못했던’ 카뮈의 인생을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가난’과 함께했던 유년시절, 폐결핵 발병, 교수시험 탈락, 기자생활, 이른 결혼과 이혼, 꾸준히 산문과 소설 발표, 레지스탕스 활동, <이방인>과 <페스트>의 성공, <반항하는 인간>을 계기로 사르트르와의 결별. 그와 함께 시작된 프랑스 좌파 주류세력과의 지난한 논쟁, 노벨상 수상 그리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인간은 누구나 죽지만 ‘죽음’을 확실하게 느끼거나 명확하게 인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체로 천년 만년 살 것 같이 살아갑니다. 그러나 ‘가난’과 더불어 너무나 확실하게 ‘죽음’을 작가하게 해 준 질병. 여기서 카뮈 문학의 특별한 점이 생성된 것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을 읽어서 카뮈의 치열한 삶을 알 수 있었다고 하기엔 저의 지식이 너무 얄팍합니다. 그럼에도 저자가 쫓는 카뮈의 삶은 온통 불꽃이 가득차 있는 듯 했습니다. 특히, 책이 성공을 하고, 혹독한 비평에 시달리고 상처받았다는 이야기는 의외 였습니다. ‘신화로 남은’ 작가였으니 말이죠.
사적인 부분이라고 하기에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도 많지만 생전에 카뮈가 그랬듯이 결국 사람의 인생 자체가 ‘부조리’아닌가 싶습니다.
카뮈를 전혀 모르거나,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 입니다.
#클래식클라우드 #카뮈 #최수철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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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로셀라 포스토리노 지음, 김지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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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시대도 아니고 20세기에 총통이 먹을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여부를 시식하는 역할이라니..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했습니다. 히틀러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말이죠. 과연 실화일까 싶기도 하고 이탈리아 작가가 쓴 2차 대전 중 독일인들의 삶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읽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 읽고 난 지금, 어떤 일도 예단을 내리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실제 ‘음식을 먹는 역할’을 했던 사람들 중 유일한 생존자인 마고 뵐프라는 분의 이야기를 취재하여 집필된 작품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창작과 많은 각색을 거쳤겠지만 시식 역할부터 전란을 겪는 ‘나치 치하’의 독일인들의 생활을 아주 일부지만 실감나게 펼쳐집니다. 사람이라 끌리는 욕망과 생존 앞에서 움직이는 욕망. 이별을 원하지 않지만 끊임 없이 마주하게 되는 이별. 주인공 ‘로자 자우어’의 기억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나치에 부역했던 사람들을 동정할 마음은 없지만 사람으로서 살아남는 과정이 치열합니다. 나치를 위해 일하면서 그에 대한 죄책감의 무게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묘사됩니다. 실화와 허구가 맞물려 전개되는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기 보다는 조마조마하고, 긴장되며 마음을 옥죕니다. 전쟁상황은 누구에게나 끔찍하지 않았나 합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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