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탄생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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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은 당연히 알아야 할 일이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아볼 기회가 없었던 일들이었던 것 같다.

우리의 근대사를 돌아볼 기회를 마주하면 구멍처럼 혹은 어떤 뚜껑이 덮여 있는 것처럼 공백인 구간들이 있다.

해방직후 미군정 시기에 우리 사회가 어땠는지는 여러 방면에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읽기도 했지만,

실제 어떤 한 집단의 기록을 들여다 볼 일은 흔치 않은 기회가 아닐까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새롭지 않지만 새로운 것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히듯이 어지간한 역사 덕후들도 모를 이야기이지 않을까한다. 

하물며, 역사 덕후가 아닌 나는 더욱 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다.

놀랍다고 할지, 왜 그동안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부분은 해방됐다고 인적자원들이 갑자기 물갈이 하듯 바뀔 수 없는 여건이었고, 일제 강점기 부터 판.검사 직을 수행하던 사람들이 계속 그 직을 수행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일본인들이 떠난 자리를 메꾸는 데에도 사람은 계속 필요한 시기였다는 점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법조계의 역사를 따라가면서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을 전후하여 그 사건과 연관된 법관과 변호인단의 역사를 한 번 더 상기시킨다.

샘플 북에 수록된 부분은 4장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 까지이다.

내가 착각하고 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개천에서 용난다'라는 속담의 적용이었다. 막연하게 어떤 제도든 예전부터 '개천'에서 ''이 나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거론되는 변호인단의 면면을 살펴보는 책의 전반부에서 그런 생각이 얼마나 착각이었는가를 알 수 있었다. 꽤 충격이었지만,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법관'을 임용하는 제도에서 공부를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신분'이 존재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신분의 문제보다는 자금의 문제가 더 큰 비중이었다. 그러나 더 무섭게 느껴진 건 지금 사회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든 이 문제였고, 갈등을 겪고 있는 세력들도 한발만 물러나면 친일파의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은 씁쓸했다.

낯선 용어들과 낯선 인물들이라 어려운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앞서 이야기한 '공백'의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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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스페인 근현대사 - 우리에게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스페인 이야기
서희석 지음, 이은해 감수 / 을유문화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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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근 현대사'는 약간 '커튼으로 가려진 영역'같다.

학창 시절에 배운 역사는 대체로 이름도 안 외워지는 고대부터 근대로 막 진입하는 과정에서 뚝 끊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약간 금기시하거나 꺼려하는 부분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는 몇 가지 키워드가 전부였다.

'정열의 나라(플라밍고 등)', '파블로 피카소', '관광지' 그리고 '헤밍웨이', '조지오웰' 같은 작가들이 사랑한 나라. 프랑코의 독재는 또 거기에 딱 가서 붙지 않고 약간 별개의 국가 혹은 별개의 시공간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책 표지도 표지지만 '한 권으로 끝내는'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역사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을 떼어 놓는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서 읽어야 할 분량이 적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만큼의 내용을 정리한 저자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 때는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던 스페인이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걸었고, 또 어떻게 현대국가로 변모했는가를 차분히 알려준다.

보통 '역사책'은 재미없다는 생각이 있기 마련인데 스페인은 그 역사 자체가 대단히 역동적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서술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 틈에서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험난했을까 싶기도 했다. 왕이 통치를 제대로 해도 '세금'의 근원인 민초들의 삶은 척박하기 마련인데, 이 나라가 현대로 걸어오는 과정에 국민의 자리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어느 나라든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전에 먼저 살펴본 통치자들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그 수많은 고전에 등장하는 유럽 왕족 가문들의 이합집산의 배경이었나 싶게 익숙한 이름들이 나와서 놀랍기도 했고, 반가웠다. 마치 그동안 알지 못해서 답답했던 2%의 퍼즐이 맞춰진 것 같았다.


 제국이 몰락으로 들어섰던 초입에 그래도 스페인을 부강하게 하고자 했던 펠리페2세 시절부터 시작하여 독재자 1975년 프랑코 사망으로 끝을 맺는다.

왕족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전체적으로 한번 '스페인'의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고, 중간 중간 야사에 속하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재미있었다.

당시 '스페인 왕'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는 가가 유럽 전체의 이해타산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나라를 부강하게 한 왕도 있긴 있었지만, 대체로 자신들의 특권을 놓고 싶지 않아서 국민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밀어 넣은 집권자들이 많았다.

언제나 한 걸음 부족하거나 너무 많이 가거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보내거나 거부하는 모습은 우리의 근대 모습도 겹쳐져 이 책의 부제인 '우리에게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스페인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알게 됐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헤밍웨이의 작품에서 많이 다뤄지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게 되어 일견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내 탓이 크지만, 2차 대전의 전초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스페인내전'은 마치 실체 없는 전설 같이 생각됐던 면도 있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는 시각은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후세를 사는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조망도 가능하지 않을까하지만, 그 시간을 현재로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그 다음의 시간을 전망하거나 예상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 것이다누가 집권을 하던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지만, 또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역사의 교훈이 아닌가 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중이라면 더욱 좋겠고, '스페인'은 대체 어떤 나라인가를 본격적으로 탐구해볼 생각이 있다면 그 전에 입문서로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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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엔 카프카를 - 일상이 여행이 되는 패스포트툰
의외의사실 지음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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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좋아하는데, 또  고전을 소개한 만화라니 어떨까 궁금했다.  지하철을 탄 고전 작가들이라니 이렇게 흥미로운 조합이 또 있을까 싶은데다가 의외로 위화감이 없어서 놀랍가. 게다가 작가님이 <의외의사실> 님 ^^ .

<인생고전> 열 세편을 소개하고 있다.  차분한 그림체와 문장들을 보다보니 아직 안 읽은 작품들, 또  연결된 작품들도 찾아서 읽고 싶어졌다.

열 사람이 모이면 열 가지 생각이 모인다. 이 책의 글 중엔 깜짝놀랄만큼 같은 생각도 있지만 전혀 다른 관점도 있어서 역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구나 했고,  그래서 재미있다.

이렇게 간명하게 작품의 특징을 선별하기 위해서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시지 않았을까 한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님이 '작은 시작이라도 되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신 것처럼 이 책은 고전 읽기를 시작할 좋은 시작점이 될 것 같다.  

특히나 오래전, 외국에서
외국어로 쓰인 책을 읽는 것은
최대한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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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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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잡다”라는 제목이 무시무시(?)하면서도 일반인으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읽어보게 됐다. 큰 줄기의 사회.문화적 역사는 많이 다루어지는데, 좁은 관점에서 다뤄지는 것은 이제 좀 늘어나는 추세가 아닌가 한다. 용어라던가 개념이 많이 어렵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과쪽 머리는 전혀 없는 나도 재미있게 잘 읽었다. 책 뒷부분에 정리된 <의학용어>부분을 제외해도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도가 높다. 의학용어나 개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막연하게 생각했던 질병의 증상. 부상의 예후 등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각 장마다 한 페이지 정도 증상 혹은 치료에 대한 개념설명이 아주 유용했다. 저자는 시대적으로 알려진 수술을 외과적 관점에서 분석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유명한 인물이든 그렇지 않든 수술이 성공하지 못해서 사망한 사람들이 의료기술이 발전하는 데에 큰 공헌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어디서 읽었던 것 같은데..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공로인 게 아닐까. 수천년전부터 병을 치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의사들, 19세기 벨에포크의 대책없는 낙천주의자였던 의사들 그리고 이후 끊임없이 새로운 병과 싸울 수술방법을 찾아 온 외과의사들의 노력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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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야 어디 가? - 헬프엑스로 살아보는 유럽 마을 생활기
김소담 지음 / 정은문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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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에 대한 의문'에서 저자의 여행은 시작됐다고 한다. 머릿말에서 평범해보이지 않는 주거공간에 대한 이야기, 첫 입사부터 여행을 결정하게 되기까지의 시간들에 대해 참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행간에서 그 결정을 내릴 때까지의 고민이 묻어나는 것 같다.(이 부분은 내 상상이려나...?)
5개월 128일 그리고 유럽 네 개 나라(이탈리아, 영국, 독일 그리고 스페인).  그 기간동안 여행을 한다는 것은 그에 맞물려 경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부분에서 저자는 바로 자신의 (귀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시작했다고 이야기 해 준다.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시간을 들여  '살아 보는'여행에 대한 이야기. 
 '여행 좀 다녀봤다' 거나,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라면 로망이
'살아 보는' 여행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서 경험 할 수 있는 여행은 조금 달랐다.
호스트가 요구하는 노동의 댓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여행...조금 생소하다.
이 부분에서 홋카이도 오타루의 게스트하우스 '모리노 키'가 떠올랐다.
같은 형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도 2-3주 혹은 더 짧게 헬퍼가 머무르며 일을 돕는다.
-처음 여행갔을 때 알게 됐던 헬퍼들과 연락이 끊어진 건 좀 아쉽다. 다들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경험치'라는 것은 개개인의 개성에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끊임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고민이 책 전체에 녹아있어서,
나도 함께 고민을 해 보게 된 것도 이 책의 고마운 점이다.
나이를 이렇게 많이 먹고도, 늘 고민스러운 부분이 바로 그 점인 것 같다.
나름대로 '즐겁게'산다고는 하지만, 한계는 늘 눈앞에 다가와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첫발을 내딛었을 나이에..나는 뭘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들,
용기 내지 못했던 시간들에 후회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헬프 엑스를 떠나겠어..가 아니라)
삶에 대해 움츠러들지 않을 용기를 얻었다.
헬프엑스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 알았다.
세상엔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본 순간이었다.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읽었다.

 

저자가 머물렀던 공간과 함께했던 사람들, 시간들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맺음말 부분에서 가슴에 턱 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그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허접한 후기를 마친다.

 

아, 책 뒷부분에 '헬프엑스'에 대한 안내가 수록되어있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p.316)

진정한 ‘관계맺음‘은 내 시간을 관계를 위해 내어주는 것 그리고 관계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마음에서 가능하다.(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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