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으로 읽는 스페인 근현대사 - 우리에게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스페인 이야기
서희석 지음, 이은해 감수 / 을유문화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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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든 '근 현대사'는 약간 '커튼으로 가려진 영역'같다.

학창 시절에 배운 역사는 대체로 이름도 안 외워지는 고대부터 근대로 막 진입하는 과정에서 뚝 끊어졌던 걸로 기억한다. 약간 금기시하거나 꺼려하는 부분 같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지고 있는 '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는 몇 가지 키워드가 전부였다.

'정열의 나라(플라밍고 등)', '파블로 피카소', '관광지' 그리고 '헤밍웨이', '조지오웰' 같은 작가들이 사랑한 나라. 프랑코의 독재는 또 거기에 딱 가서 붙지 않고 약간 별개의 국가 혹은 별개의 시공간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강렬한 책 표지도 표지지만 '한 권으로 끝내는'이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역사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을 떼어 놓는다고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서 읽어야 할 분량이 적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만큼의 내용을 정리한 저자의 노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한 때는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로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던 스페인이 어떻게 몰락의 길을 걸었고, 또 어떻게 현대국가로 변모했는가를 차분히 알려준다.

보통 '역사책'은 재미없다는 생각이 있기 마련인데 스페인은 그 역사 자체가 대단히 역동적이었던 것 같다.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렇게 서술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 틈에서 살아내야 했던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험난했을까 싶기도 했다. 왕이 통치를 제대로 해도 '세금'의 근원인 민초들의 삶은 척박하기 마련인데, 이 나라가 현대로 걸어오는 과정에 국민의 자리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어느 나라든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전에 먼저 살펴본 통치자들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그 수많은 고전에 등장하는 유럽 왕족 가문들의 이합집산의 배경이었나 싶게 익숙한 이름들이 나와서 놀랍기도 했고, 반가웠다. 마치 그동안 알지 못해서 답답했던 2%의 퍼즐이 맞춰진 것 같았다.


 제국이 몰락으로 들어섰던 초입에 그래도 스페인을 부강하게 하고자 했던 펠리페2세 시절부터 시작하여 독재자 1975년 프랑코 사망으로 끝을 맺는다.

왕족의 흥망성쇠와 더불어 전체적으로 한번 '스페인'의 발자취를 알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았고, 중간 중간 야사에 속하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재미있었다.

당시 '스페인 왕'의 자리를 누가 차지하는 가가 유럽 전체의 이해타산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상황을 알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나라를 부강하게 한 왕도 있긴 있었지만, 대체로 자신들의 특권을 놓고 싶지 않아서 국민을 더욱 어려운 상황으로 밀어 넣은 집권자들이 많았다.

언제나 한 걸음 부족하거나 너무 많이 가거나,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흘려보내거나 거부하는 모습은 우리의 근대 모습도 겹쳐져 이 책의 부제인 '우리에게 낯설지만 결코 낯설지 않은 스페인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에서 알게 됐고,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등 헤밍웨이의 작품에서 많이 다뤄지는 '스페인 내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알게 되어 일견 속이 시원하기도 했다.

찾아보려고 노력하지 않은 내 탓이 크지만, 2차 대전의 전초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스페인내전'은 마치 실체 없는 전설 같이 생각됐던 면도 있었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는 시각은 결과론적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후세를 사는 입장에서는 전체적인 조망도 가능하지 않을까하지만, 그 시간을 현재로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그 다음의 시간을 전망하거나 예상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 것이다누가 집권을 하던 내가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은 누구나 공감하는 일이지만, 또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역사의 교훈이 아닌가 한다.

여행을 준비하는 중이라면 더욱 좋겠고, '스페인'은 대체 어떤 나라인가를 본격적으로 탐구해볼 생각이 있다면 그 전에 입문서로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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