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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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입니다. 
제목처럼 철도원 삼대의 이야기입니다.  근.현대 격동의 한국사를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내고 있는 한 가족의 이야기이기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조상들 역시 함께 겪어내온 세월이기도 합니다.
등장 인물들이 얼마나 격동의 세월이었는지 짐작만 할뿐입니다. 
여러 매체에서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민초’들의 지난한 삶도 삶이지만, 알수 없었던 혹은 알고자 하지 않았거나 알려질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그런 직접적인 이별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은 노인이 됐고 더러 세상을 떠났습니다. 굳이 소설 작품에 어떤 역할을 부여할 건 아니지만, 지난 세월을 불러내는 이런 작품이 그 기억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5장까지 담겨있는 서평단 책은 이일철 형제의 운명이 갈리는 듯한 부분에서 끝납니다만..
이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고, 이들 가족이 겪어냈고 또한 버텨내고 있는 이야기의 결말은 아직 알 수 없다. 한편으로는 전설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현실입니다.

읽을 때는 이야기의 속도감에 실려 휘리릭 읽었는데, 후기를 쓰려고보니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어 정리하지 못하고 꼬박 하루를 고민하며 보냈습니다. 어떤 의미든 찾을 수 있는 작품이지만 결국 마음에 남는 문장은 ‘묵묵히’ 살아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철도원삼대#황석영#창비#철도원삼대사전서평단

조선 사람들에게 아프고 깊은 기억을 남겼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지나면서 잠잠해지고 잊히고 나면 보통의 아무 일도 없는 나날이 물처럼 그 위를 덮고 흘러갔다.(p.108)



우리나라가 독립해야 된다는 걸 모르는 조선 사람이 어딨냐? 우선 이 세월을 견디구 살아남아야지.(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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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모리 하늘신발 Project LC.RC
송경아 지음 / 알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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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모리 하늘신발


#러브크래프트가 누구인지 몰랐고 저는 #SF나 #환상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역시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작품에 따라 다르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알마의 이번 프로젝트는 ‘러브크래프트’라는 이름도 신기하고 무서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궁금했습니다. 무슨 크래프트인가? 소설의 장인이란 이야기인가? 등 여러 오해를 거쳐 서평단으로 받은 이 책은 얇고 빨리 읽혔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작중 화자인 소녀 ‘마리’의 꿈에서 마을의 폐허를 비추는 기이한 빛처럼 은근하게 ‘무서움’이 스며들었습니다. 실체를 알 수 없는 대상에겐 항상 #공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전설’로 남은 것은 ‘큰 일’이었던 그 일 보다는 ‘드란댁마님’ 자체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중간에 꿈인 듯 생시인 듯 마리를 통해 전해지는 ‘드란댁’의 전사는 이름과 고향에서 조금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이미지처럼 칼을 가는 듯한 날카로운 모습이 아니라 이것 저것 탐험하고 탐색하는 실체였던 점이 좋았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비롯해 우리 현대사의 아픈 부분들이 이야기에 스며 있는 점,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길을 찾도록 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다른 작품들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작가라는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도 읽어봐야겠습니다.

...
드란댁 마님의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깔렸다. 그러나 즐겁거나 미더운 웃음이 아니라 어딘가 힘이 빠진 웃음이었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웃음에 깔릴 수 있다면 바로 그런 웃음이었다.(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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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같은 사람끼리 서로 수백 수천 명씩 죽여댄다면 내가 인간을 죽이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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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마님을 잊어버리다시피 하고 살았는데 이제 와서 붙잡는 것은 너무 염치가 없는 짓 같았다.(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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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에서 온 존재와 맞싸울 정도로 우모리를 사랑했고 나를 딸처럼 아껴주었던....(p.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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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의 비밀
빌 헤이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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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인간인 저에게 ‘해부학자’ 혹은 ‘해부학’은 의학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뛰어넘어야할 어려운 ‘과정’ 정도에 생각이 머물러 있었습니다.

표지에 적힌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고 잠시 어리둥절했습니다. 여기서 왜 드라마가 나오나 했습니다만 제 입장에서 ‘해부’는 사실 한 번 본적도 없는 외국 드라마 보다도 비현실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부학 책 <그레이 아나토미>’는 이 책에서 그 행적을 찾고 있는 해부학자 <헨리 그레이>의 저서 입니다. 지금은 고전에 해당하는 이 책을 당초 그레이는 ‘실용적인 필요’에 의해 집필 했다고 합니다.
서른 네살의 젊은 나이에 병사한 천재 해부학자 <헨리 그레이>와 관련있는 자료는 거의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저자 빌 헤이스는 단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이 기록을 접지 못하고 그의 행적을 찾아 나섰다는 것입니다. 제가 가장 놀란 것은 이 전기를 쓰기 위해 저자가 직접 해부학 수업을 청강 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까 ‘해부학에 대한 제대로 된 기초인식’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물론 모든 작가들이 어떤 책을 완성하기 위해 수 많은 취재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해부’라는 것은 의료 종사자가 아닌 다음에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저자의 해부학 지식의 성장과 함께 정작 그 행적이 드러나는 것은 자료가 거의 없는 그레이가 아니라 <그레이 아나토미>에 들어간 거의 모든 삽화를 그린 두 번째 헨리 ‘헨리 반다이크 카터’였습니다. 카터가 남긴 일기가 있었습니다. 그냥 생각해봐도 1850년대에 20대 청년이 쓴 일기가 훼손된 부분이 거의 없이 남아있다는 사실 자체가 기적 같습니다.
저자의 해부학 실습과정과 함께 1850년대 성조지병원의 해부학 교실의 전경이 펼쳐집니다. 양자 사이에는 100여년 이상의 세월이 가로놓여 있지만 거부감없이 읽히는 이 책은 재미있습니다. 한 번에 다 읽기도 힘든 해부학 용어들은 기억도 어렵고, 설명도 어렵습니다.(읽어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요소들이 모습을 드러내는 광경은 경이롭습니다. 어딘가 다치기 전엔 실감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데에도 연결되어 있는 신경, 근육 그리고 뼈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복잡합니다.

프롤로그, 1부 학생, 2부 화가, 3부 해부학자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책은 실존했던 인물과 그들의 행적을 쫓는다는 점에서 극적인 전개가 끼어들 여지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3부 해부학자들 부분에 이르러서는 좀 많이 뭉클 했습니다. 그레이의 자료가 왜 그렇게 없었는지 알 수 있는 단서들이 나타납니다. 저자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 한 군데도 그냥 지나갈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책은 끝까지 읽어봐야 합니다. <해부학자>가 출간된 이후 헨리 반다이크 카터의 인생 여정은 그리 녹녹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단한 연구의 결실은 있었던 모양입니다.

스스로 “난 할 수 없다”고 굳게 믿었던 바로 그 사람이, 오늘날 많은 의학사가들에 의해 선구자-현대 과학 연구 방법을 열대병 연구에 응용한 최초의 과학자-로 인정받고 있다.(p.335)

에필로그에서 또 다른 이별이 나와서 화들짝 놀랐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기기 전 쓰여진 문장 <스티브 번 SteveByne에게>의 의미가 확실하게 다가왔습니다.



눈을 깜빡이든,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든, 팔과 다리를 빠르게 움직이며 폐를 들썩이든 운동이란 뭔가를 향해 질주하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결승선을 향해. 최선을 다해 맨 끝까지.(p.360)

#해부학자#헨리그레이#헨리반다이크카터#빌헤이스지음#양병찬옮김#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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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알렉스에게 - 내 모든 연민을 담아 알마 인코그니타
올리비아 드 랑베르트리 지음, 양영란 옮김 / 알마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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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올리비아 드 랑베르트리가 2015년 10월 14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동생 알렉스를 그리워하며 쓴 책입니다. 그리워 했다기 보다는 알렉스의 삶을 시간 속에 박제하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동생을 자신의 기억, 가족의 시간 속에서 불러내어 계속 함께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2015년 가을, 파리에서 ‘너 어디 있니?’ 라고 시작된 이 책은 동생의 유골을 바다에 뿌린 2017년 라쿠르아발메르의 ‘너의 죽음은 우리를 살아 있게 만들었어.’로 끝을 맺습니다.
저자는 첫 장에서 ‘나는 2015년 10월 14일 동생을 잃었다’라는 문장으로 동생의 부재를 알립니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슬픔과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는 ‘파리’를 지나 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결코 두서 없지 않음에도 슬픔이 짙게 묻어나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발목을 잡습니다.
휴양지에서 동생이 사라졌다는 올케의 전화를 받습니다. 휴가 지에서 동생 가족이 사는 몬트리올로 향합니다. 물리적인 거리가 가로 놓여 있고 놀란 마음, 그간 동생이 시도했던 ‘자살’과 동생의 병을 동시에 떠올리며 불안해 합니다. 다행스럽게 동생은 무사히 발견 됐고, 저자는 병원에서 ‘살아있는’ 동생과 마주합니다. 그러나 상태가 좋아졌다고 생각한 순간 그는 무심하게 자신의 삶에서 떠나갑니다.

이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도저히 짐작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건 내가 장담합니다. 미안하지만 나에겐 이러는 편이 더 나아요.(p.265)

저자가 동생의 노트북에서 발견한 유서 중 일부입니다. 그가 결코 우발적으로 세상을 등진게 아님을 전합니다. 주변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나름의 작별인사를 건넸다는 사실이 글로 읽히는 부분은 가슴이 뻐근했습니다.
이 기록은 치열하다 못해 처절합니다.
유년시절의 추억들, 기복이 심했던 자신과 동생의 인생 여정 그리고 시간들. 실제로 사랑하는 내 형제가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고 기꺼이(혹은 등 떠밀려서) 달려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자는 예민하게 반응하면서도 계속 외면하고 싶었던 그 시간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형제가 없는 제가 어떤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이 치열한 기록을 읽는 동안 천천히 그 깊은 슬픔에 함께 빠져들었습니다. 또 결국 전철에서 눈물을 떨구고 말았습니다.
올리비아가 이 글을 완성하고, 제가 이렇게 읽을 수 있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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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미첼 - 삶을 노래하다 현대 예술의 거장
데이비드 야프 지음, 이경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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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음악가의 삶.
아는 노래는 ‘both sides now’ 뿐인 줄 알았는데, 각 챕터별로 다루어진 앨범과 노래들을 따라가다 보니 들어본 노래들이 제법 있어서 반가웠습니다. 한참 팝송을 들을 때 포크신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가수로 알고 있었는데, 실제 조니 미첼이 다룬 음악은 한계가 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이겨내고, 수 많은 노래를 부르고 만들고, 그리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이 음악가의 발자취가 놀랍습니다. 음악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가사의 의미와 음악의 구성 등 세세한 부분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진이 첨부되지 않은 사진 묘사는 너무 궁금해져서 이리저리 찾아보게 만듭니다.
이 번에도 조니 미첼이 젊은 시절에 만났던 아티스트들의 이름 중에는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새롭게 찾아본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소설이 아닌 책은 이런 발견이 있어서 좋습니다.
팬이라면 팬인대로 아니라면 아닌대로 아티스트의 삶을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이 책이 아주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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