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은 바에 있다 스스키노 탐정 시리즈 1
아즈마 나오미 지음, 현정수 옮김 / 포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스스키노 거리에서 탐정 노릇을 하고 있다. 나이는 28살.. 사무실은 '켈러 오하라'라는 작은 바다. 여유로운 날을 보내는 오늘 밤 하나다 마코토라는 대학 6년 후배라는 녀석이 찾아와 자신의 여자친구를 찾아달라고 의뢰를 한다. 미팅에서 만난 스와 레이코.. 거의 동거하다시피 살고 있었는데 그러던 그녀가 나흘 전부터 행방불명이라는 것이다. 마지못해 의뢰를 맡게 된 나는 조사를 하던 중 그녀의 통장에 들어있는 금액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대학생 알바 수입치고는 너무 많은 금액이 들어있었고 그런 금액을 단기간에 벌 수 있는 일 이 무엇인가 생각하던 중 레이코가 매춘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된다. 좀 더 깊게 파보기로 하고 조사를 하던 중 지난주 금요일에 있었던 '조이사토사건'과 연관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이사토사건'이란 조이사토라는 러브호텔에서 구도 케이키치라는 인물이 흉기에 살해된 사건을 말하는데 구도 케이키치는 여자를 소개해주는 사업 즉 매춘 사업을 하고 있었고 스와 레이코는 그 업체에 소속된 여자였음을 알게 된다. 죽은 구도 케이키치 사무실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먼로라는 여성을 우연히 만나게 되지만 먼로는 나를 피해 도망을 치고 설상가상으로 먼로의 3류 건달 애인 하루가 나를 공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게 된다.



이 소설을 보통 하드보일드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하드보일드(Hard -Boiled) 란 장르가 아닌 스타일을 말하는데요 자연주의적이고 폭력적인 주제를 냉철하고 무감한 태도로 묘사하는 게 특징입니다. 저에게 하드보일드란 중절모, 재즈, 위스키, 담배가 연상이 되고 합니다. 그만큼 소설 속에서도 많이 등장하는 소품들이기도 하고요. 하드보일드 소설 속 주인공의 직업은 대체적으로 탐정입니다. 그것도 잘 나가는 탐정이 아닌 겨우겨우 살아가는 그런 탐정이죠.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에서도 하드보일드 속 탐정들을 자신들의 성적 매력 만 내세우는 머리는 안 쓰는 그런 분류처럼 이야기합니다. 어느 정도는 동의되는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하드보일드 소설은 남성들을 위한 소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설 속 여성들은 대체적으로 성적 대상의 일부이거나 남성을 유혹해서 이용하는 그런 팜므 파탈로 묘사되며 대부분 이런 여성들과 탐정들은 사랑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 나오는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을 물씬 풍기는 마초들이 주를 이루죠. 고전소설에서는 많이 나오는 공식 아닌 공식이라면 요즘 나오는 현대 소설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하드보일드 세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소설 《탐정은 바에 있다》는 전통적 하드보일드 공식을 따르면서 유쾌함을 잃지 않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나(스스키노 탐정이라고 하겠습니다.)는 잘 나가는 그런 일류 탐정이 아닙니다. 스스키노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유흥업소를 도와 손님 외상값을 대신 받아주기도 하고 때로는 유흥업소에 사기당한 사람들을 도와 일을 해결해주는 자질구레한 일을 해주고 때로는 남의 뒷조사도 해주면서 수고비를 받는 탐정보다는 그냥 흥신소일을 하는 미래를 생각하기보다 오늘 하루를 즐기면서 살고 싶어 하는 그런 인물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부탁을 쉽게 거절 못 하는 면도 있고 은근히 보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오지랖도 넓은 알고 보면 정이 많은 그런 츤데레 캐릭터입니다. 이런 친근하고 정이 가는 인물을 만들어 낸 작가 아즈마 나오미는 홋카이도 삿포로시에서 태어나 홋카이도 대학교를 다녔을 정도로 홋카이도 토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스스키노 탐정'시리즈를 비롯한 다양한 소설과 에세이를 써왔습니다. 이 '스스키노 탐정'시리즈는 1992년 《탐정은 바에 있다》를 시작으로 2012년 12권《고양이는 기억》을 끝으로 현재는 아쉽게도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도 3편까지 나왔는데 영화 속 주인공과 소설 속 주인공들의 싱크로율이 좋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은 전반적으로 큰 사건보다는 소소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시리즈의 첫 작품이라서 그런지 사건보다는 캐릭터를 알리는 그런 차원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아쉬운 건 스스키노 탐정과 다카다 콤비의 활약을 볼 수 없는 게 아쉬웠는데 잠깐식 보여주는 그들의 개그만담은 이 소설 중에서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자칫 흐름이 지루해질쯤 불쑥 뛰어나와 웃게 만드는 그들의 개그 때문에 읽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그게 전부여서 몹시 아쉬웠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그 둘이 보여주는 액션들이 나름 볼만했는데 말입니다.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게 안 보여서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지만 어떨지는 다음권을 읽어봐야 알 수 있을듯합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시대 배경은 1980년대입니다. 작가가 이 작품을 발표한 건 1992년인데 왜 1992년이 아닌 1980년대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작가가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져온 건 일본의 화려했던 그 시절이 스스키노 탐정과 잘 어울린다고 본건 아닌가 하는 생각과 작가의 20대 시절을 추억하며 자신의 모습을 탐정에게 투영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다 읽고 났을 때는 그 시절이 아닌 다른 시대였다면 잘 매치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굳이 소설의 단점을 꼽자면 묘사의 디테일은 살아있는 반면에 그게 너무 과한 것은 아닌지 중반 이후 다소 늘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설 전반적으로 유머러스함을 좀 더 내세우고 속도감을 좀 더 올렸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작가의 데뷔작임을 감안하고 이해하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작품이 나온 지 27년이 되다 보니 요즘 작품에 비해 올드 한 느낌이 들 수 있겠지만 재미 면으로 따졌을 때는 현재 읽어봐도 손색이 없는 그런 작품으로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차가운 돌풍이 정면에서 휘몰아 쳤다. 나는 무심결에 얼굴을 찡그렸다. 가지각색의 조명 아래 흩어져 있는 호객꾼들이 제각기 한 손에 전단 뭉치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점퍼 옷깃을 여미며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고 이었다. - P9

밤의 스스키노에 소음이 소용돌이치고 있다. 휘향찬란하게 세상에 가득 한 빛 속에서 몇 만 명이나 되는 인간이 소리치고 노래하고 웃는 소리. 그것들이 다양한 소음과 하나가 되어 밤하늘로 올라간다. 하루의 외침도 그것에 녹아든다. 스스키노는 빛과 소음, 그리고 밤하늘은 어두운 침묵 - P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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