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4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월

<저스티스 리그>나 <어벤저스>처럼 독립된 영화에서 주연급 인물들이 모여 사건을 해결하는 영화들이 인기를 얻고 이런 영화들이 속속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럼 소설 속 특히 추리소설 속 인물들이 한 팀을 이루어 사건을 해결하는 소설들이 있나 생각해보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 <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이하 명탐정)>을 봤을 때 소설 속에서 보던 명탐정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을 했습니다.  '엘러리 퀸', '푸아로', '매그레 경감', '아케치 고고로' 이 네 명은 사토 다이조라는 사람의 초대로 일본에 오게 되고 다이조는 그들에게 3억 엔 사건을 해결해달라고 제안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일어난 사건이 아닌 일정한 규칙에서 벗어난 상황이라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다이조는 그럼 3억 엔 사건과 똑같이 재현을 해서 추적해보자고 제의를 하게 되고 실제로 3억 엔 강탈 사건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얼마 후 3억 엔을 훔친 범인은 살해당하고 돈은 불타게 됩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네 명의 명탐정들의 추리가 시작됩니다. 이 책을 읽었을 때 떠오르던 생각은 작가가 얼마나 자료조사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책 속에서 이 네 명이 활약했던 책들의 얘기가 계속 나오며 그들의 성격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니기에 쓰기 전 준비가 얼마나 철저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내용에 있습니다. 내용이 재미없냐 그건 절대 아닙니다. 느리게 읽는 저에게도 책장 넘김이 빠를 정도로 가독성은 정말 좋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나 추리나 사건 해결 방식 등이 좀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반을 넘어가면 대략적으로 범인이 누굴 꺼라는 예상을 하게 되고 말미에 범인이 드러났을 때 예상했던 인물이었기에 무덤덤하게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반에 작가의 인터뷰가 부록처럼 들어있는데 인기가 없었다고 얘기하고 있는 걸로 봐서 저처럼 단순하거나 심하게 말하면 시시하다고 느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 명탐정 시리즈는 4권까지 나와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을 빼고는 더 이상 후속작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시리즈가 인기가 없거나 해서 더 이상 안 나올 때의 아쉬움은 때로는 분노를 일으키게 하지만 출판사에게 안 팔리는 책을 억지로 내놓으라고는 할 수 없는 일이니 안 나오는 일을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끝으로 이 네 명의 명탐정에 관한 책을 안 읽어봤다면 책 속에서 그들의 작품들을 소개하니 그것만 찾아서 읽어도 될 것입니다. 적극 추천은 못하겠지만 추리나 명탐정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한 번쯤 읽어도 좋을 작품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하나. 엘러리 퀸을 마중 나온 미시마가 하드보일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엘러리 퀸에게 물어봅니다. 

"미스터 퀸. 당신은 하드보일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드보일드라."
엘러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솔직히 별로 좋아하지 않아. 탐정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성적 매력을 내세우는 경향이 강하거든. 진정한 탐정의 주무기는 미스터 아메리카 같은 육체보다는 잿빛 뇌세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