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가드너 4
마일로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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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폴리오/와이즈베리 서평단을 통해 계속 접했던 <크레이지 가드너>. 지난 3권이 나왔을 때 웹툰은 완결됐고, 4권이 마지막권일 거 같았는데 역시나 4권이 끝이다.

 

이번에도 당연히 식물과 관련된 작가의 다양한 일화가 담겨있다. 식물을 키우고 나니 식물원에서 보는 것도 달라진다. 나는 식물원이나 온실에 가면 해당 설명을 보고 , 그렇구나...’가 끝이었는데 작가는 아는 식물이 알던 모습이 아닌 것을 보는 게재미있다고 한다. 식물원은 아무래도 보통 가정집과는 환경이 다르니 식물이 부쩍부쩍 맘 놓고 자랄 수 있나 보다.

식물을 키울 때 쓰던 흙을 따로 버려야 하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흙이니 버린다라는 개념보다는 화단에 뿌리거나 산에 가서 뿌리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불연성쓰레기봉투를 사서 버리면 된다고 한다. 토분, 도자기 화분, 자갈 등 원예 자재들도 불연성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

 

작가는 식물을 키우면서 달라진 점을 몇 가지 이야기 한다. 우선은 초록색을 엄청나게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일 보는 게 초록이다 보니 그 색도 좋아지나 보다. 두 번째는 환경에 관심이 많아졌다. 자연의 일부를 가꾸고 곁에 두니 자연스레 환경에 관심이 갈 거 같다. 세 번째, 어딜 가든 식물부터 쳐다본다고 한다. 관심이 가는 분야니 자연스레 더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아들이 군대를 가니 길에 군인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다는 엄마의 말처럼 관심 갖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이제는 잘 인지되는 것이다.

 

작가가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도 밝히고 있다. 첫째, 예뻐서라고 한다. 둘째, 식물의 고요함이다. 식물과 함께 하는 시간만큼은 정신없고 시끄러운 세상과 멀어질 수 있단다. 세 번째, 쉽게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기에 식물이 좋다고 한다.

가드닝과 비교하면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이 더욱 크지만, 그만큼 커다란 책임이 필요하고 직업이 주는 성취감이 더 강하지만, 대신 느껴야 할 부담가도 강하다. 식물은 책임과 부담감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더 이상 키울 상황이 안 되면 남에게 넘길 수도 있고 키우다 죽인다해도 원예 산업에 이바지 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마지막 권인만큼 에피소드 말미에는 작가가 그동안 소개하고 계속 키우고 있는 여러 식물이 사진으로 등장한다. 하월시아가 귀엽고 튤립이 멋지다. 나는 식물들보다 반려견 솜이 사진에 눈이 딱 멈추네 ㅎㅎ

 

동물이 더 끌려서인지 작가의 대형 반려견 솜이를 키운 이야기 <극한견주>가 더 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통했나? 동네도서관에 <극한견주> 단행본 전권이 다 들어왔다.

식물 키우기에 대한 간접경험을 했으니 이번에는 대형견과 함께 하는 삶을 엿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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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여신
임지은 지음, 오천사 그림, 김은하 원작 / 북폴리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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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본 후기는 웹드라마 및 소설 <복수여신>에 대한 중요한 내용 담겨 있으니 아직 작품을 보지 않으시 분은 주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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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금방 읽을 수 있을 거 같아 신청한 책 <복수여신>. 예상한대로 금방 쉽게 읽었다.

본 책은 인기의 웹드라마 <복수여신>을 소설로 펴낸 작품이다. 원작이 매우 인기가 많다보니 소설 각색을 기획한 것이 아닐까?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에 따라서.(소설책을 받기 전까지 복수여신이 유명한지도 몰랐다;;;)

 

뚱뚱하고 못생겨 괴롭힘을 당한 주인공이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 광고를 보면 주인공이 어떻게 복수를 할까 궁금했는데 이것은 독자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장치(?)이다. 사실 이 작품은 학원로맨스 탈을 쓴 반전 드라마다.

주인공 민선이는 일진 무리들에게 크게 상처를 입고 복수를 꿈꾼다. 살을 빼고 목소리를 바꾸고 이름도 바꾸고 복수를 시작한다. 다이어트, 발성 바꾸기, 개명으로 친구들이 못 알아보는 것이 가능할까? 갸우뚱 했는데 뒤에 그럴듯한 이유가 나온다.

사실 민선은 자살을 했고 민선의 여동생 여빈이가 언니를 위해 복수하고자 한다. 앞에서 개명하고 모습을 바꿧다고 하지만 실상은 동생이었던 것이다. 일진 무리에게 접근해 마음을 얻고 분열을 일으킨다. 이렇게 예상과 다름없는 이야기가 진행되다 예상치 못한 전개가 툭툭 나온다.

민선이의 친구 진희는 민선이가 만든 환상. 그런데 환상의 인물의 여동생인 여빈이게도 보인다. ? 이게 가능해? 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조금 더 이야기를 따라가면 그 이유가 나온다. 이 모든 것이 여빈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책을 읽고 원작 웹드라마를 찾아봤다. 마침 몰아보기 편이 있어서 후딱 봤다. 웹드라마의 마지막은 라이터를 통해 이 장면이 현실인지 다시 환상인지 알 수 없도록 아리송하게 끝낸다. 소설은 이 뒤의 이야기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민선이는 살아있다! 민선이는 여빈이를 죽이지 않았다!!! 민선과 여빈은 부모님이 살해당하고 여빈 또한 살해당할 뻔한 사건을 당했던 것이다. 그걸 막으려던 민선이 크게 다치고 병상에서 1년을 넘게 지냈던 것이다. 이 사고로 여빈이가 이상해졌던 것일까???

 

다중인격이라는 소재와 그 인격을 하나씩 죽임으로써 인격을 없앴다는 설정은 영화 아이덴티티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아이덴티티>2003년 영화, 무려 20년 전 영화니 젊은 친구들에게는 <복수여신>이 내가 <아이덴티티>에서 느꼈던 놀라움을 받았을까?

 

책을 읽으면서 활자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의 연출을 가져와서일까?

그래서 웹드라마복수여신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한다. 웹드라마를 재밌게 봤다면, 미공개 이야기 등을 위해 소설을 한 번 접하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선생님은 불행 다음에 오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불행 다음이라……. 어려운 질문인데요.”‘

저는 불행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건 생활이라고 생각해요.이제 남은 건 생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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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웨이크 - 이 새벽, 세상에 나서기 전 하나님과 둘만의 시간
김유진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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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활동하고 있는 와이즈베리+북폴리오 카페에 신간 서평 신청이 올라왔다. 그런데 이전처럼 바로 신청합니다라는 덧글을 남기는 게 망설여졌다. 무턱대고 신청을 할 수가 없었다. <어웨이크>. 책 소개를 보니 기독교적인 내용이고, 하나님과 저자의 관계에 대한 책이란다. ... 나는 기독교인이 아닐뿐만 아니라 유일신앙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잘 읽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나의 하루는 430분에 시작된다>를 쓴 김유진 변호사가 저자라고 하는데 나는 누군지 전혀 몰랐다. 인기를 끌었던 책의 저자의 신작이라는 점보다 기독교인이 직접 말하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믿음이 궁금했다. 또한 편중된 내 독서 취향에 반대표를 한번 들고 싶었다. 매우 큰(?) 마음을 먹고 <어웨이크>를 신청했다.

 

글쓴이는 이민 생활을 시작하며 하나님을 만나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인데 책에서는 종교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표현하지 않았네. 하나님을 알게 되었다, 만나게 되었다고 말한다. ... 크리스천은 저렇게 말하겠구나.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종교생활이 시작되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나처럼 비기독교인의 표현이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뉴질랜드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처음으로 하나님을 알게 된다. 글쓴이의 경험을 보니 내가 겪은 일이 떠오른다. 어릴 적 외할머니댁에서 사촌들과 함께 밤을 보낸 어느 주말이다. 일요일 아침이 되자 외할머니는 나와 사촌들에게 교회를 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왜인지 나는 엄청 가기 싫어했다. 사촌들 사이에서 나만 가기 싫다고 했던 거 같다.. 결국에는 가긴 했지만 왜 그렇게 교회가 가기 싫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

 

책에는 글쓴이 마음가짐의 변화가 잘 나와 있다. 하나님의 계획을 제대로 몰랐던 저자는 지금은 오롯이 하나님의 의도를 받아들이고자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아 이분들은 일어나는 모든 일이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계획으로 받아 들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믿지 않고,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공감과 이해가 쉽지 않는 부분이었다. 나에게는 고통을 당하거나 견디기 어려운 일을 겪었을 때, 그것을 견디고 이겨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이해가 된다.

 

종교와 믿음의 차이를 떠나 저자의 자세에서 배울 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행하고 있느냐이다. 저자는 하나님의 믿음, 자신의 쓰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고 즐거워하고 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내가 행복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77) 나는 평소 자기계발에 대해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시간이라고도 표현해왔다. 세상 관점에서 더 나은이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더 건강해지기 위해, 시간을 더 알뜰하게 사용하기 위해, 삶을 더 즐겁게 보내기 위해 등이다.

(91) 나는 하나님이 삶에 개입하시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덕분에 뜻대로 안 될 때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면, 떼를 쓰기보다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귀 기울여보겠다는 마음부터 먹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 그렇게 내 계획은 죽고 하나님의 계획이 진행되었다. / 아무리 생각해도 내 나음대로 되지 않은 일들은 하나님의 뜻과 일하심으로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230) 이 세상의 기준이 답이라면 그것을 충족하거나 달성했을 때 정말 행복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틀림없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가장 의미 것은 하나님과 무엇을 함께하느냐.

(253) 이 시간에 얻은 가장 큰 깨달음은 바로 믿음에 대한 태도. 어떤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에 맞는 합당한 이유와 원인이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264) 하나님은 왜 굳이 우리에게 자유를 주셔서 이런 방황을 하도록 내버려 두실까? 사이클의 효과를 너무나 잘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때때로 우리에게 올지 않은 일까지도 마음대로 하도록 허락하시는 이유는, 결국 혼자 실컷 즐기다가 힘들거나 외로워지면 틀림없이 하나님을 찾을 걸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더욱 절박하게 말이다. 참으로 은혜로운 건, 하나님께서 결코 너는 이미 늦었다고 하시지 않는다는 것이다. 언제나 이런 우리의 모습을 안아주시고 품어주신다. 하나님의 사랑처럼 영원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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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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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말을 할 때 버벅거릴 때가 있다. 무언가 더 잘 표현하고 싶은데 썼던 단어만 쓴다. 단어의 사용뿐만 아니다. 강조하고 내용은 어떻게 전달하는지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결국 똑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면 될 텐데 그게 잘 안 되더라.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언어를 디자인하라> 책 광고를 봤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니? 내가 쓰는 말을 바꾸라는 거 같은데 저렇게 제목이 되어 있으니 세련되어 보인다. 제목과 목차에 끌려 신청했고 운 좋게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2명이다. 내용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Part 1. 생각의 옷, 개념의 집 / Part 2. 죽기 전에 만들어야 할 7가지 개념사전. 그래서 나는 파트1은 유명만, 파트2는 박용후 이렇게 썼을 것이라 짐작을 했는데 읽어보니 그렇지는 않은 거 같다

‘Part 1. 생각의 옷, 개념의 집에서는 언어를 디자인하는 이유, 언의 격을 바꾸고 나만의 개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언어를 쓰는는 것은 읽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따라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Part 2. 죽기 전에 만들어야 할 7가지 개념사전는 나만의 개념, 나만의 언어를 만드는 방법이다. 신념, 관점, 연상, 감성, 은유, 어원, 가치 등으로 구분하여 내가 쓰는 말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하루 3개씩 해보라고 하는데, 이런 시간을 갖다보면 단어에 한 쓰임이 확장될 것 같다.

 

책에는 좋은 내용이 가득가득하다. 동음이의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던가, 전혀 다른 단어를 연결해 상황을 설명하던가. 시인의 관점을 따라해 보기던가. 많은 내용 중에 가장 와 닿는 것은 독서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가 책을 읽고 정리하는 방법에는 크게 4가지가 있다.

1) 책에 나오는 개념들을 1장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 책의 개념들을 한데 모아서 워드로 쳐 놓은 다음 이들 간의 논리적 관계를 따져보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결시켜 1장의 그름으로 그려본다. 그리고 도해된 개념 간의 관계를 글로 써 본다.

2) 저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뽑아낸 다음, 그가 과연 어떤 문제의식과 사연, 배경을 가졌기에 이런 주장을 하는지 추적하고 체험해보는 것이다. “저자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깨달음이 시작된다. 그것이 독서다.”-장 그르니에

3) 타이핑하며 읽기. 공감되는 문장, 내 생각과 배치되는 주장에 밑줄을 친 다음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문장을 모조리 순서대로 타이핑한다. 이어서 타이핑한 문장을 중심으로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을 추가하면서 독후감을 쓴다. / 생각나는대로 글을 쓴 다음 나중에 논리적 구조와 흐름을 조정하고 수정하면 된다.

4) 책의 핵심메시지가 나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적용방법을 고민한다. 내 삶에 적용할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구상하고 실제로 적용해본다. 그리고 내 삶이 어떻게 번화했는지, 생각만큼 실천이 어렵거나 변화되지 않았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수업시간이 떠올랐다. 무슨 과목인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담당 선생님이 교과서와는 상관없던 내용을 말한 적이 있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라는 글을 칠판에 써놓고 왜 욕을 하면 안 되는지, 왜 말을 가려서 써야 하는지 말씀을 해 줬다. 나는 저 말을 듣고 ~’ 했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언어가 사고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내 관점과 개념이 내가 쓰는 언어를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와 사고/개념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향, 상호작용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것은 결국 나만의 개념을 가지라는 것이다. 나만의 개념의 나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나만의 원칙이 확립되어야 내 언어를 디자인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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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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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소설이기 때문이다. 나는 9월까지 한겨레출판에서 운영하는 독자 서평단에 참여하고 있다. 매월 초 출간 예정작 중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한다. 여러 권의 중에서 소설인 <트로피컬 나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괴담(?) 그리고 단편이란 점 때문에 선택했다. 읽는 부담이 덜 하 것 같기 때문이다. 지은이 조예은 작가가 누구인지, 전작들도 몰랐다.

 

<트로피컬 나이트>가 뭘까? 수록된 작품의 제목일까? 아니네. 같은 제목의 단편은 없더라.

tropical night. 열대의 밤.((기온 25이상의 밤, [·]에서는 단지 일반적 의미로 사용)

이라고 한다. 열대야를 뜻하는 말이구나. 더운 여름에 찾는 오싹한 소설이려나? 책은 총 8편의 단편이 들어가 있다. 모두 공포, 괴담. 무서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웬걸? 기괴한 이야기는 두 세 편뿐이다.

 

1인칭 화자가 전하는, 어린이 실종 사건 <할로우 키즈>. 상상해보자. 재롱잔치 무대에서 같이 공연을 하던 아이가 사실은 사람이 아닌 그 무엇이었다면? 아마도 그 당시에는 마술로 여기지 않을까? 나중에야 아이가 사라졌다는, 그게 마술이 아닌 진짜였다는 것에 오싹해지겠지.

사람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존재를 곁에 두고 남편의 시신까지 기꺼이 내주는 옥주 이야기 <고기와 석류> 옥주는 이상한 존재에게 자신이 먹히는(?) 것보다, 홀로 죽는 게 더 두려웠나보다. 남편의 병수발은 자기가 했지만 정작 본인은 병 수발은 해 줄 사람이 없다. 남 이야기 아닌 거 같다. 아내와 나도 나중에 나이 들면 둘 뿐인데 둘 중 하나가 먼저 떠나면 남은 사람은 누가 함께 해주지? 옥주는 그래서 이상한 존재에 그리 마음이 쓰이나 보다.

<릴리의 손> 수록된 소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다른 세상에 혼자 뚝 떨어져 살아가는 주인공이 잘 나타나 있다. 새로운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듯 보였지만, 자신이 있던 세계를 항상 그리워했던 것이다.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는 구조이지만 그쯤은 넘어가 주자.

<새해엔 쿠스쿠스> 엄마와 딸의 갈등을 잘 묘사했다.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엄마(혹은 아빠). 결국 그 관계를 과감히 벗어나는 주인공.

<가장 작은 신>은 공기가 안 좋은 날, 미세먼지가 득세인 요즘의 환경에 영감을 받은 거 같다. 미세먼지로 인해 밖을 나가지 못하며, 먼지를 원망하면 작은 신의 복수라 상상했을 거 같다.

나쁜 꿈을 꾸게 하는 주제에 나름 따듯한 면모를 보여주는 몽마가 주인공인 <나쁜 꿈과 함께>. 몽마가 나쁜 기운을 먹는 것은 맛있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니 먹는다는 게 실소를 자아낸다.

고양이의 보은이 생각나는 <유니버셜 캣숍의 비밀>. 고양이는 지구 밖 머나먼 별에서 왔다는 이야기. 고양이가 참 묘한 동물이기 하지. 얼마 전에 못 인터넷 영상에서는, 엄마 고양이가 침대를 어지른 아기 고양이를 나무라고 스스로 이불을 펴고 있었다. CCTV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신기한 고양이의 행동이 떠올랐다. <캣숍>을 읽으면 알겠지만 지구상의 모든 고양이가 외계에서 온 것은 아니다.

나는 예전에 고양이를 예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주 보면 정든다 했던가. 고양이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아내의 영향으로. 지금은 고양이를 예쁘게 볼 수 있다.

트로피컬 나이트의 마지막을 장신하는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 이 소설은 무려 멀티유니버스. 살인마는 다중우주를 넘나든다. 또 다른 나를 위해 평생을 살아가는 블루그래도 그녀의 마지막이 조금은 따스해서 다행이네.

트로피컬 나이트에 펼쳐 들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을 이야기들이다. 밤이든 낮이든 작가의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 속으로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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