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평점 :
가끔 말을 할 때 버벅거릴 때가 있다. 무언가 더 잘 표현하고 싶은데 썼던 단어만 쓴다. 단어의 사용뿐만 아니다. 강조하고 내용은 어떻게 전달하는지 내 모습을 생각해 보니 결국 똑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다르게 표현하면 될 텐데 그게 잘 안 되더라.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언어를 디자인하라> 책 광고를 봤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니? 내가 쓰는 말을 바꾸라는 거 같은데 저렇게 제목이 되어 있으니 세련되어 보인다. 제목과 목차에 끌려 신청했고 운 좋게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의 저자는 2명이다. 내용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Part 1. 생각의 옷, 개념의 집 / Part 2. 죽기 전에 만들어야 할 7가지 개념사전. 그래서 나는 파트1은 유명만, 파트2는 박용후 이렇게 썼을 것이라 짐작을 했는데 읽어보니 그렇지는 않은 거 같다
‘Part 1. 생각의 옷, 개념의 집’ 에서는 언어를 디자인하는 이유, 언의 격을 바꾸고 나만의 개념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언어를 ‘쓰는’는 것은 ‘읽기’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따라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Part 2. 죽기 전에 만들어야 할 7가지 개념사전’는 나만의 개념, 나만의 언어를 만드는 방법이다. 신념, 관점, 연상, 감성, 은유, 어원, 가치 등으로 구분하여 내가 쓰는 말을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하루 3개씩 해보라고 하는데, 이런 시간을 갖다보면 단어에 한 쓰임이 확장될 것 같다.
책에는 좋은 내용이 가득가득하다. 동음이의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만들던가, 전혀 다른 단어를 연결해 상황을 설명하던가. 시인의 관점을 따라해 보기던가. 많은 내용 중에 가장 와 닿는 것은 ‘독서’에 관한 것이었다.
저자가 책을 읽고 정리하는 방법에는 크게 4가지가 있다.
1) 책에 나오는 개념들을 1장을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 책의 개념들을 한데 모아서 워드로 쳐 놓은 다음 이들 간의 논리적 관계를 따져보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연결시켜 1장의 그름으로 그려본다. 그리고 도해된 개념 간의 관계를 글로 써 본다.
2) 저자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저자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뽑아낸 다음, 그가 과연 어떤 문제의식과 사연, 배경을 가졌기에 이런 주장을 하는지 추적하고 체험해보는 것이다. “저자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깨달음이 시작된다. 그것이 독서다.”-장 그르니에
3) 타이핑하며 읽기. 공감되는 문장, 내 생각과 배치되는 주장에 밑줄을 친 다음 책을 다 읽고 나서 그 문장을 모조리 순서대로 타이핑한다. 이어서 타이핑한 문장을 중심으로 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을 추가하면서 독후감을 쓴다. / 생각나는대로 글을 쓴 다음 나중에 논리적 구조와 흐름을 조정하고 수정하면 된다.
4) 책의 핵심메시지가 나에게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고,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적용방법을 고민한다. 내 삶에 적용할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구상하고 실제로 적용해본다. 그리고 내 삶이 어떻게 번화했는지, 생각만큼 실천이 어렵거나 변화되지 않았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본다.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수업시간이 떠올랐다. 무슨 과목인지 생각이 나지 않지만, 담당 선생님이 교과서와는 상관없던 내용을 말한 적이 있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라는 글을 칠판에 써놓고 왜 욕을 하면 안 되는지, 왜 말을 가려서 써야 하는지 말씀을 해 줬다. 나는 저 말을 듣고 ‘와~’ 했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언어가 사고를 지배할 뿐만 아니라 내 관점과 개념이 내가 쓰는 언어를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와 사고/개념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양방향, 상호작용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것은 결국 나만의 개념을 가지라는 것이다. 나만의 개념의 나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나만의 원칙이 확립되어야 내 언어를 디자인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