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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소설이기 때문이다. 나는 9월까지 한겨레출판에서 운영하는 독자 서평단에 참여하고 있다. 매월 초 출간 예정작 중 읽고 싶은 책을 선택한다. 여러 권의 중에서 소설인 <트로피컬 나이트>가 눈에 들어왔다. 괴담(?) 그리고 단편이란 점 때문에 선택했다. 읽는 부담이 덜 하 것 같기 때문이다. 지은이 조예은 작가가 누구인지, 전작들도 몰랐다.
<트로피컬 나이트>가 뭘까? 수록된 작품의 제목일까? 아니네. 같은 제목의 단편은 없더라.
tropical night. 열대의 밤.((기온 25℃ 이상의 밤, [영·미]에서는 단지 일반적 의미로 사용)
이라고 한다. 열대야를 뜻하는 말이구나. 더운 여름에 찾는 오싹한 소설이려나? 책은 총 8편의 단편이 들어가 있다. 모두 공포, 괴담. 무서운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웬걸? 기괴한 이야기는 두 세 편뿐이다.
1인칭 화자가 전하는, 어린이 실종 사건 <할로우 키즈>. 상상해보자. 재롱잔치 무대에서 같이 공연을 하던 아이가 사실은 사람이 아닌 그 무엇이었다면? 아마도 그 당시에는 마술로 여기지 않을까? 나중에야 아이가 사라졌다는, 그게 마술이 아닌 진짜였다는 것에 오싹해지겠지.
사람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존재를 곁에 두고 남편의 시신까지 기꺼이 내주는 옥주 이야기 <고기와 석류> 옥주는 이상한 존재에게 자신이 먹히는(?) 것보다, 홀로 죽는 게 더 두려웠나보다. 남편의 병수발은 자기가 했지만 정작 본인은 병 수발은 해 줄 사람이 없다. 남 이야기 아닌 거 같다. 아내와 나도 나중에 나이 들면 둘 뿐인데 둘 중 하나가 먼저 떠나면 남은 사람은 누가 함께 해주지? 옥주는 그래서 이상한 존재에 그리 마음이 쓰이나 보다.
<릴리의 손> 수록된 소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다른 세상에 혼자 뚝 떨어져 살아가는 주인공이 잘 나타나 있다. 새로운 세상에서 잘 살아가는 듯 보였지만, 자신이 있던 세계를 항상 그리워했던 것이다. ‘타임 패러독스’가 발생하는 구조이지만 그쯤은 넘어가 주자.
<새해엔 쿠스쿠스> 엄마와 딸의 갈등을 잘 묘사했다. 공감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다 너를 위한 거야’라는 말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엄마(혹은 아빠). 결국 그 관계를 과감히 벗어나는 주인공.
<가장 작은 신>은 공기가 안 좋은 날, 미세먼지가 득세인 요즘의 환경에 영감을 받은 거 같다. 미세먼지로 인해 밖을 나가지 못하며, 먼지를 원망하면 작은 신의 복수라 상상했을 거 같다.
나쁜 꿈을 꾸게 하는 주제에 나름 따듯한 면모를 보여주는 몽마가 주인공인 <나쁜 꿈과 함께>. 몽마가 나쁜 기운을 먹는 것은 맛있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니 먹는다는 게 실소를 자아낸다.
고양이의 보은이 생각나는 <유니버셜 캣숍의 비밀>. 고양이는 지구 밖 머나먼 별에서 왔다는 이야기. 고양이가 참 묘한 동물이기 하지. 얼마 전에 못 인터넷 영상에서는, 엄마 고양이가 침대를 어지른 아기 고양이를 나무라고 스스로 이불을 펴고 있었다. CCTV가 아니었으면 몰랐을 신기한 고양이의 행동이 떠올랐다. <캣숍>을 읽으면 알겠지만 지구상의 모든 고양이가 외계에서 온 것은 아니다.
나는 예전에 고양이를 예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주 보면 정든다 했던가. 고양이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아내의 영향으로. 지금은 고양이를 예쁘게 볼 수 있다.
트로피컬 나이트의 마지막을 장신하는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와.. 이 소설은 무려 멀티유니버스. 살인마는 다중우주를 넘나든다. 또 다른 나를 위해 평생을 살아가는 ‘블루’ 그래도 그녀의 마지막이 조금은 따스해서 다행이네.
꼭 ‘트로피컬 나이트’에 펼쳐 들지 않아도 충분히 재미나게 읽을 이야기들이다. 밤이든 낮이든 작가의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 속으로 다녀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