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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평점 :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넓고 넓은 우주라는 거대한 공간에서, 지구는 점도 안 된다. 점도 안 되는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아웅다웅 할 필요가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할 때면 조금 너그러워진다.(문제는 이런 너그러움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 이렇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우주를 떠올리면 태연해지고 숙연해진다. 이와 같은 느낌과 생각 때문에 내가 우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나 보다.
엔드 오브 타임은 사전 정보가 없이 신청한 책이다. 저자도 잘 모르고 단지 우주와 관련된 주제가 들어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호기롭게 책을 신청했다. 부제처럼 본 책은 세상의 시작과 진화, 끝을 다루고 있다.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영원은 없음으로 책은 마무리 된다. 이 장대한 서사를 아무 지식 없이 읽자니 좀 벅찬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전문 과학책처럼 수식이 나오거나 이론이 난무하지는 않는다. 차분한 저자의 설명과 비유를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조금씩 이해할 수 있다.
이번 독서를 통해 내가 얻은 것은 ‘엔트로피’에 대한 작은 이해와 모든 생명은 공통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물이나 무생물이나 동일학 물리학적 설명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지구 외 생명체가 또 있을까? 라는 물음도 명쾌하게 답을 준다. 어디에선가 이 넓은 우주에 ‘지구’만이 생명이 있다면 공간 낭비 아니겠냐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본 책에서는 확률도 대답한다.
(25쪽) 최근에 엔트로피를 수하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태양과 같은 반영구적 에너지원이 확보된 상태에서 자원이 한정된 행성의 분자들이 서로 경쟁을 하다 보면 생몀체(또는 생명체와 비슷한 객체)가 탄생할 확률은 의외로 높다.
우주의 시작을 다루는 데에는 양자역학이 빠질 수 없다. 기존의 물리법칙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미시의 세계. 우주라는 거시는 그 기원을 쫓다보면 미시로 귀결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처음에 양자역학에 들었을 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과학’이란 말이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개념과는 다르게 입자가 ‘확률적’으로 존재하다니...
원자에서 시작된 이야지는 분자로 흘러간다. 분자에 결합에 대해서도 저자는 아주 잘 설명한다. 콜로세움 비유를 들어서 전자 결합에 이야기를 해주니 아주 쉽게 와 닿았다.
분자 중에서도 생명체와 뗄 수 없는 물. 물의 분자구조 때문에 우리가 씻을 수 있는 것이다. H2O 결합의 모양 때문에 이물질을 긁어 가다니.. 새삼 손 씻는 행위가 달리 보였다.
다중우주에 대한 설명도 무척이나 끌린다.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먼 거리는 450억 광년(우주의 나이는 138억년이지만 그 사이에 공간이 팽창했기 때문에 훨신 먼 거리까지도 볼 수 있음)
-공간의 크기가 무한하다면 우주는 직경 900억 광년짜리 구의 단위로 완전히 분할된 셈, 우리는 그 중 하나의 구 안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화
-물리학자들은 이런 식으로 분할된 각 영역을 하나의 독립된 우주로 간주하기 좋아함
-우주가 무한히 크다면 자동으로 ‘무수히 많은 자역우주로 이루어진 다중우주’가 되는 것
영화에서 접하거나 마블코믹스에 다루는 멀티 유니버스. 지금 세상과 똑같지만 다른 차원이라는 설정은 아래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
-지역우주가 450억 광년이나 되미잠 뿐명히 유한하고, 보유한 에너지도 엄청나지만 유한하기 때문에 펼쳐질 수 있는 역사의 개수도 유한하다. 그런데 이 지역우주가 무한히 많으니 똑같은 지역이 어딘가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 아득하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유한한 자원을 소비하면서 살아가는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물음까지도 불러오게 한다. 디시 한번 책을 읽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