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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잔, 유럽 여행
권경민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결혼 전에는 TV를 특정프로그램 빼고는 안 봤는데 확실히 결혼 후에는 시청 시간이 늘었다. 늘어난 시간 중에 하나는 ‘세계테마기행’이다. 내가 보기 시작한 것은 아니고 아내가 예전부터 애청자였다. 일요일에는 월-금 동안 한 것을 연속으로 재방송 해준다. 아내가 그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그 옆에서 보게 된다. 몇 번 보다 보니 재미가 있더라. 이제는 할 일 없는 일요일이면 종종 본다. 덕분에 소파에 앉아서 때로는 누워서 세계 곳곳을 편안히 감상(?)하고 한다.
‘맥주 한잔, 유럽 여행’을 읽고 나니 세계테마기행이 떠올랐다. 이 책은 사진과 글자로 읽는 세계테마기행이며 주제는 당연히 맥주다. 맥주를 좋아한다면 맥주 덕분에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유럽을 다녀왔다면 그 또한 재미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나는 유럽을 다녀온 적이 없으며, 술에 관심은 있지만 맥주는 아직 관심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으면서 공감되기 보다는 한 사람이 떠올랐다. 결혼스냅을 찍어준 아내 지인이 읽으면, 신나게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는 스스로를 맥주덕후라 했고 운영하는 카페에도 맥주기계를 들여놓았다.
(https://store.naver.com/restaurants/detail?id=1612570148&tab=fsasReview)
작년 거기 가서 샘플러를 마셔본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샘플러 라고 표현하지만 외국에서는 ‘비어 플라이트(Beer Flight)’ 표현을 많이 쓴다고 한다. 샘플러 라는 말이 알기 쉬어 좋고, 비어 플라이트는 비유적인 표현이 재미있어서 좋다.
이 책은 여행수기를 모은 것이 아니라 작정하고 준비한 책이라는 느낌이 든다. 무슨 말이고 하니 저자가 맥주를 위한, 맥주를 위해 유럽을 갔고 그곳의 경험과 생각을 상세히 글로 남겼다. 애초부터 출판을 염두 한 듯하다. 그 덕분에 저자가 방문한 곳곳의 모습이 사진으로 풍성히 담겨 있다. 또한 각 나라와 지역에 맥주에 대해서 적절히 표현해준다.
맥주에 대한 저자의 지식과 표현은, 저자의 이력을 보면 안심하게 된다. 저자는 한국 비어소믈리에 협회 상임 고문, 독일 되멘스 비어 소믈리에, 대한미국 주류대상 맥주 부문 심사위원이다. 또한 이태원에서 햄버거가게도 운영한 이력이 있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진짜 맥주 전문가를 가이드 삼아 유럽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
(저자의 전문성과 풍성한 사진 때문인지 앞서 읽은 ‘빵 자매’ 보다는 확실히 책이 더 알차다. 다행이다. 빵 자매 다음에 이 책을 읽어서. 만약 ‘맥주 한잔’을 먼저 읽고 빵 자매를 읽었다면.. 빵 자매가 매우 재미없는 독서가 되었을 것이다.)
저자가 다녀온 나라는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이다. 저자의 글을 보니 체코의 프라하는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서도 나오는 곳이 프라하 아니던가...
한 편으로는 저자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어 부러웠다. 역시나 ‘언어’가 되야 이렇게 여행을 다닐 수 있겠지.. 저자가 정의하는 여행에 공감하지만 언어가 안 되는 나는 가이드투어를 찾아보게 된다.
여행이란 나의 소중한 돈과 시간을 들여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 굵직한 이벤트다.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선택의 연속이다. 어디를 언제 갈 것인가부터 시작하여, 무엇을 먹을까, 어느 곳을 방문할까, 무엇을 살까까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며, 그 선택은 내 것이어야 한다. 온라인의 인플루언서들에게, 교모하게 광고를 노출하는 블로거들에게, 혹은 책의 저자들에게조차 나의 선택권을 내주어서는 안 된다. 그저 타인의 의견은 가벼운 참조만 하면 되고, 온전히 나를 만족시켜줄 여행의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에겐 좋은 경험이 나에겐 아닐 수도 있고, 또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소중한 여행을 꼭 자기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이 책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주제로 삼는 여행은 매우 특별한 여행이 될 거 같다. 나는 무슨 주제로 다니면 신나게, 시간이 가는 것이 정말 아쉽게 느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