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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자매
카렌 디온느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 곳에서 이번에는 책을 선택하란다. <개인의 시대>와 <사악한 자매>. 두 권 다 끌렸다. 가능하면 두 권 다 보내 주세요! 했는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담당자가 본인 취향이라는 추천, 간만에 소설을 읽어볼까? 하는 내 마음이 합쳐서 <사악한 자매>를 결정했다.
책을 받고 띠지를 보니 ‘베스트셀러《마쉬왕의 딸》 작가의 후속작’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아.. 작가가 매우 유명한가 보구나. 전혀 몰랐다. 이렇게 사전지식 하나 없이 책을 펼쳤다.
(이제부터 소설의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소설은 ‘현재 레이첼’ 이야기로 시작한다. 자신이 부모님을 죽였다는 자책감과 확신으로 정신병원에 15년이나 스스로 갇혀 있는 레이철. 그런데 자신의 머리에 선명히 남아있던 기억과 다른 수사 보고서를 보게 된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모와 언니는 왜 나에게 말해주지 않은 거지? 지금까지 내가 보내온 시간은? 의문을 해결하고 진실을 알기 위해 레이첼은 사건이 일어났던, 그리고 행복했던 집으로 향한다.
또 다른 이야기는 ‘그때 제니’의 이야기다. 제니는 레이철의 엄마다. 제니 시점으로 그녀의 첫 딸 ‘다이애나’와 관련된 일화가 시작된다. 맙소사, 내 집 수영장에서 옆집 아이가 죽었어, 그런데 왜 그 아이는 우리 집 수영장에 빠진 거지? 울타리는 왜 열려 있지? 제니는 경찰에게 중요한 한 가지를 말하지 않는다. 자신의 딸 다이애나가 집 안에서 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사악한 자매>는 주인공 레이첼과 시점과 그녀의 엄마 제니의 시점, 즉 현재와 과거의 이야기가 번갈아 진행되기에 지루하지 않다. 영리한 서술 방식이다. 레이철 이야기만 쭉 썼다면, 제니의 이야기만 쭉 썼다면 식상한 구성이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서로에게 공통되는 한 사람-다이애나에 대한 엄마와 여동생의 시점과 감정이 번갈아 나오니 계속 읽게 된다.
혹시나 반전이 있지 않을까 하고 별의별 생각을 했지만 반전은 없다. 이 작품에서 집중해야 할 것은 반전 같은 이야기 구성이 아니라. 사이코패스를 가족으로 두 여인의 마음과 상황이다. 내 딸이, 내 형제가 사이코패스 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재밌는 설정이 보인다. 레이첼이 동물과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한 망상일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레이철의 능력이라고 본다. 레이첼은 일종의 애니멀커뮤니케이터인 것이다. 제니가 본, 레이철과 하얀 곰이 서로 교감을 나누고 함께 하는 장면이 그 증거다.
제목에도 장치가 있다. 사악한 자매는 한 명만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레이첼에게 사악한 자매는 다이애나라면 제니에게는 그녀의 여동생 샬롯이 사악한 자매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엄마의 자매와 딸의 자매 관계가 대비된다. [제니-샬롯I다이애나-레이첼] 그래서 샬롯은 다이애나와 서로 작당하고 가족을 죽이는 것을 함께 한 것일까? 그런데 솔직히 샬롯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한다. 다이애나는 사이코패스라고 하지만 샬롯 또한 그랬던 것일까? 그녀는 왜 형부를 쏘고 자신의 언니까지 죽게 했는지.. 나에게는 설명이 부족하다.
소설의 한 장면이 뇌리에 박혔다. 다이애나가 자신의 엄마인 제니를 쏘는 장면이다.
(348쪽)
다이애나는 라이플을 들고 조준경을 보았다.
“미안해. 내가 널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난 언제나 널 사랑했어. 지금도 사랑해.”
내가 말했다. 나의 유언이 될 한마디 한마디에 내 모든 감정을 쏟아 부어 말했다. 그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우리는 이 상태로 미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윽고 내 딸은 방아쇠를 당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