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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ㅣ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평점 :
책을 받아들고 넷플릭스에서 헝거게임을 검색했다. 왜냐하면 이번 소설의 주인공 ‘스노우’는 헝거게임 트릴로지에서 독재자로 나왔던 대통령 ‘코리올라누스 스노우’이기 때문이다. 이전 3부작을 읽고 이번 소설을 즐기면 좋겠지만, 나는 3부작을 읽어본 적도 없거니와 빨리 보기 위해 영화를 택했다.
넷플릭스에서는 1편과 2편만이 있다. 예전에 모킹제이인지, 파이널인지 영화로 본 기억이 있는데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쉽지만 1,2편이라도 봐야지. 헝거게임 전 시리즈를 봤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2편을 보지 않았구나!
책을 펼쳤다. 이야기는 10대 스노우가 맨날 먹는 양배추를 스프를 싫어하면서 시작한다. 먹을 것이 부족해서 양배추 스프로 매 끼니를 때우는 코리올라누스 스노우. 캐피톨의 유명 가문이라는 명성과 달리 실제로는 먹고 살 길을 걱정해야 하는 스노우다. 끼니를 고민하고 중요한 날에 입을 옷이 걱정되어 빌리고 수선하는, 영화 헝거게임 스노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그려진다.
생각해보니 이런 모습과 설정이 억지는 아니다. 헝거게임은 수도 캐피톨과 캐피톨을 둘러싼 구역 간 일어났던 전쟁의 산물이다. 헝거게임 트릴로지에서는 구역 사람만 전쟁의 피해자로 보기 쉽지만 한 쪽만 피해를 입는 전쟁은 일반적이지 않다. 전쟁을 시작한 쪽이나 당한 쪽이나 그 피해는 양 쪽이 모두 입는다. 캐피톨과 거기에 살던 사람도 전쟁의 피해를 받았다.
스노우는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고 가문의 자산도 사라지고 찢어지게 가난하게 된다. 이런 상황을 겪은 스노우가 구역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전쟁에 대한 그의 태도,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그의 생각. 이전 시리즈에서 악인으로만 보던 관점에서 벗어나 10대의 스노우에게 독자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헝거게임은 제10회로 영화로 접했던 74회, 75회와는 무척 다르다. 기존 우승자가 멘토로 참여하는 것과 달리 캐피톨의 학생이 멘토로 처음 지정되었고(하지만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난다.) 영화에서 매우 유용했던 스폰서 제도도 이번에 처음 도입된다. 영화에서는 매우 규모가 컸던 인공 자연물의 경기장과 달리, 제10회 헝거게임은 전쟁의 폐허가 된 캐피톨의 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전작을 봤던 독자면 초기의 헝거게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차이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조공인의 대우가 확연히 다르다. 영화에서는 2주간의 훈련도 하고 밥도 잘 먹이고 그랬는데 60년 전에는 기차의 가축칸에 수갑을 채운 채로 데리고 온다. 그리고 그들이 묶는 곳은 동물원이고 캐피톨의 사람은 그걸 구경하러 간다. 그리고 초기에는 각 구역의 사람이 헝거게임에 크게 관심이 없다. 영화의 헝거게임은 각 구역이 지켜보던데, 64년의 시간이 지날수록 헝거게임이 ‘연예’로서 그 역할이 매우 공고해 졌음을 알 수 있다.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낭만적이면 내용과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노래하는 여주인공 루시는 새로, 남주인공 스노우는 뱀으로 표현했다. 새와 뱀이 어울릴 수 있을까? 완전 다른 종이니 잠시 이끌려도 결국 끝까지 함께 할 수 없다. 그래서 발라드이다. 짧게 끝날 이야기. 제목에서 루시와 스노우의 결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
루시에게 동조한 듯 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의 성공을 선택하는 스노우를 보면서 환경의 영향과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속한 환경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되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환경이 곧 그 사람일 수도 있다. 만약 스노우가 구역에서 태어났다면? 헝거게임 본 편의 주인공 캣니스가 캐피톨에서 태어났다면? 다른 사람이 되고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졌을 것이다. 이번 소설에서 작가가 하고픈 이야기가 아닐까?
작가는 스노우를 통해 억제, 규칙, 신뢰 등에 생각하게 한다. 스노우는 규칙을 위해 억제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다. 나는 규칙을 견고하게 위해 억제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한다. 규칙이 잘 지켜진다는 것은 서로의 신뢰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뢰를 깨고 규칙을 어기는 이가 꼭 발생한다. 그런 이들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한 두 명이 규칙을 깨기 시작하면 신뢰가 없어지고 그 규칙은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영화 헝거게임에서 스노우 대통령이 일부 구역의 반란을 무자비하게 막는 이유를 알겠다. 견고히 해놓은 판엠의 규칙이 깨질까봐 두려워했던 것이고 그것을 예방하기 위한 그만의 방식이다. 이제 약간 이해가 된다.
갑자기 매번 불법주차를 하는 아파트 단지 내의 어떤 차가 떠오른다. 그 사람에는 어떤 억제를 해야할까?
-해당 도서를 증정받아 제공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