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덕 성령충만기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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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우리 소설이 읽고 싶어져 내내 벼르다가 드디어! 다 읽었다.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하는 흡입력, 맛깔스러운 문체.. 다 좋았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감각 있는 문장에 내내 웃으며, 즐거워하며 읽긴 했는데,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작가의 장편이 궁금하다. 기대만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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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의 연인
유이카와 게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신영미디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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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하고 싶다. 그러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상태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그다지 확 잡아끄는 매력은 없었는데도 첫 페이지를 넘기고 나서 책을 덮을 때까지 손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당신이 서른 즈음의 싱글女라면, 일독을 권한다.

 

p.83 사실은 모두들 알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관철하는 것이 참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그래서 모두들 참는 족을 택한다. 그것은 상대방의 호의 덕에 편해지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분별력이 있는 여자가 제일 골치 아프다. 마음속 온통 가득한 인내에서 불만을 품음ㄴ서도 '인내를 대신하여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루리코는 늘 자기에게 맹세한다. 아무리 신세 처량하게 돼도 인내심 많은 여자만큼은 절대로 되지 않겠다고.

p.147 중학교 때, 같은 반 친구들한테서 '모에는 사람이 좋으니까'란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좋다는 말을, 행복하게도 내내 칭찬이라고 생각했다.

선과 악 중에서는 선. 심술과 친절 중에서는 친절. 하지만 바보와 똑똑이 중에서는 절대적으로 바보 쪽이다.

p. 200 사랑은 하고 싶다. 그러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상태에 빠지고 싶지는 않았다.

p.203 "물론이지. 잘난 척 괜한 소리 늘어놓아 봐야 시간 낭비지 뭐. 원피스를 살 건지 정장 바지를 살 건지, 그것도 모르면서 쇼핑하러 나가 봐야 성공 못 하는 것하고 똑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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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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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약간의 편식을 하긴 하지만, 난 일본 소설을 좋아한다.

내가 골라 읽는 작가 중, 단연 으뜸은 바로 ‘오쿠다 히데오’다.

가끔 트집 잡고 싶어지는 작가들이 있는데, 오쿠다 히데오는 열외다. <남쪽으로 튀어!>의 강렬한 첫인상 때문이었을까, 그의 소설이 그냥 무작정 좋기 때문이다.

누구는 오쿠다 히데오 소설이 가볍다고 하던데,

경쾌하기는 하지만 결코 가벼운 소설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침울하면서 대놓고 주제의식을 팍팍 풍기는 소설은, 이제 ‘노 땡큐’다.

내 삶도 충분히 팍팍한 것이다. 어쩌면 남의 아픔까지 같이 아파해줄 여유가, 아량이 없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적당히 즐거우면서도 대신 속 시원하게 할 말 다 해주고, 그것도 모자라 생각할 거리까지 던져주는 오쿠다 소설이 난 좋다. 


그의 신작 <면장 선거>는, <공중그네> 3탄쯤 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인기 있는 작품을 재탕, 삼탕하는 그렇고 그런 작가나 작품과 비교하지 말기 바란다. 개인적으로는 <공중그네>보다 <면장 선거>가 더 재미있었다.

같은 강박증을 다루면서도, 좀 더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성격이 강해졌다고 할까?

거물급 유명인사편이라고 우리 범인들과 동떨어진 이야기일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들은, ‘주위에서 기대하는 대로, 그 기대를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 너무 애쓰게 되는’, ‘똑같으면 영원히 뒤처질 뿐이라고 생각, 프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혹은 당장은 ‘직장 상사의 파벌 싸움에 휘둘리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의 순수함이 간절하게 그리울 때가 있다. 그리고 오쿠다 소설은 그 순수함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공중그네> 시리즈의 이라부를 보다보면,

또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자기의 신념을 거리낌 없이 부르짖는 <남쪽으로 튀어>의 이치로를 보다보면,

나도 가끔은 이라부처럼 체면이고 뭐고 생각할 것 없이 싫은 건 “싫단 말~야~” 하고 말하고 싶어지고,

가끔은 이치로처럼 굳건한 소신과 용기를 갖고 싶어진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그저 이치로와 이라부에게 위안을 얻을 뿐이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읽는 동안 용기가 들끓고 웃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


오쿠다 히데오가 보여주는 세계는 내게 여전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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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오늘의 일본문학 5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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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일본의 젊은 작가, 이사카 고타로. 에쿠니 가오리, 오쿠다 히데오, 요시다 슈이치, 가네시로 가즈키 등, 이름만으로도 기꺼이 책값을 지불하게 되는 ‘보증된’ 작가. 그의 신작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를 읽었다.

감상은, 더도 덜도 아닌, 띠지에 있는 문구 자체였다.

 

통쾌【痛快】 1) 아주 시원하여 유쾌함. 가슴이 상쾌하여 아주 유쾌하다고 느낌. 혹은 그러한 모양. 2)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를 읽은 모든 독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찬사.


이 책의 주인공들은 네 명의 갱, 곧 은행강도들이다. 평소에는 공무원으로, 카페 주인으로, 또 파견직 사원으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이들은 저마다 독특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한번 뭉쳤다 하면, 이 능력을 발휘하여 멋지게 은행을 턴다. 그렇다고 유혈이 낭자하는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느냐? 그렇지 않다. 이들의 제1원칙은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저 4분 혹은 5분. 인생에서 아주 귀중한 시간이지만, 그리 큰 지장을 초래할 정도는 아닌 그 시간 동안 얌.전.하고 심.플.하게 은행을 턴다. 그날도 이들은 순조롭게 은행을 털고 돌아가는 중이었지만, 황당하게도 그 노획물을 강도당하면서 예상치 못한 사태에 휘말리게 된다.


이 소설은, 마치 1시간 30분짜리 영화를 보듯 스피디하게 흘러간다. 이사카 고타로의 문체는 4인조 ‘명랑한 갱’들이 바로 눈앞에서 활극을 벌이고 있는 듯 생생하다. 쿨하고 스마트한 이들의 플레이를 쫓아가다보면, 어느새 책을 덮고 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난 첫 느낌은 ‘유쾌하고 상쾌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가진 진정한 맛은, 코미디 영화처럼 가벼운 스토리 속에, 자폐아 문제나 왕따 문제, 거짓 명분으로 전쟁질이나 하는 저 먼나라 대통령, 판단력 부재의 일본인, 우리의 고정관념, 은행의 문제 등, 이 활극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아 보이는 테마를 이질감 없이 녹여낸 작가의 재치에 있다고 하겠다. 또한 생각하게 하는 대사들도 재미를 더한다.

가령, 이렇다.

“겉모습이라는 건 중요하지.” “사람들은 그렇게 겉모습에 속기 쉽다.” p.22


인간에게는 교육욕이란 게 있다. 한 번뿐인 인생살이에 자신이 없으니, 남 앞에서 선생이라도 된 양 떠벌이고는 안심하는 것이다. p.27


사람들은 단시간에 조종하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채찍질이 필요하다, 고 나루세는 이따금씩 말한다. p.49


은행 금리는 알고 있겠지? 소수점 이하의 퍼센트는 없는 것과 같잖아. 더군다나 페이오프라나 뭐라나 그런 말들까지 나오고 있어. 고객의 예금을 보호하지도 못하는 게 무슨 은행이야. 은행이라는 건 원래 ‘이자를 받으려고’ 이용하거나 혹은 ‘믿고 돈을 보관하기’위해 존재하는 곳 아닌가? p.54


올바른 것이 늘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아니에요. 55p.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단어풀이가 특히 재미있었다. ‘회의’에 대해 ‘회사원의 노동시간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 참가자 수에 비례해 시간이 길어짐. 목소리 큰 사람이 주도권을 잡음. 효과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는 드물고 막판에 보면 시작 전 상태로 돌아가 있는 경우도 많음’이라고 정의내린 부분에서는 일종의 통쾌함마저 느껴졌다.

이것이 재치덩어리 이사카 고타로의 힘이자 매력인 것이다.

가볍게만 보이는 명랑한 갱단의 분투를 쫓다보니, 교노의 장황한 연설을 들은 느낌이다. 황당무계하고 엉뚱하지만, 듣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가볍지만 진실이 들어있는 교노의 연설처럼, 가벼움을 가장한 이 소설에는 ‘올바른 것이 늘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건 아니다’라는 작가의 심원한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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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멜 팝콘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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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느끼는 것이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담담하고 특별할 것 없는 주인공들의 일상을 좇다보면 어느새 나와, 나의 일상과 마주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 하나의 이야기로만 이루어진 게 아니듯,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에는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리고 그의 신작 <캐러멜 팝콘>을 읽은 지금, 너무 많은 감상들이 뒤섞여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소설은 신도 레이, 오지 나오즈미, 오지 게이코, 오지 고이치라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엮인 네 사람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각각의 시점에서 저마다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이야기한다. 어떤 사람은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쁘고, 어떤 사람은 자기 찾기에 바쁘며, 또 다른 사람은 허한 마음을 어떻게도 달랠 수 없어 이것저것에 의지하고, 또 한 사람은 표현할 수 없는 사랑으로 쓸쓸하다.


“행복하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는 말인가요?”라는 레이의 물음에,

“엄마는 줄곧 아빠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라는 게이코 엄마의 중얼거림에,

둘이 살아가면서도 “둘 다 혼자 사는 것 같다”고 하는 게이코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강한 척 살아가면서도 뭔가 마음 둘 곳을 찾는 주인공들의 몸짓에...

구절구절 절절히 공감하며 읽어나갔다.

직접 설명하지 않지만 전해져오는 주인공들의 감정. 그래서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은 주인공들에게 더 아프게, 더 절실히 공감할 수 있는 것도 같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화목한 한 가정이 실은 어쩌면 그들의 유대 자체를 해칠 수 있는 위험한 비밀로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목도했을 때의 충격. 그리고 이들의 앞으로의 삶이 이 사계절의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쓸쓸한 예감.

소설은 지금껏 작가가 다뤄온 테마인 ‘현대인이 지닌 깊은 공허함’에 대해 또 한 번 예리한 시선을 던지지만, 이번에는 이들의 삶이 팍팍하거나 황량하게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중반, 이들의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할 때는 씁쓸하기만 하던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접어들면서 점점 포근해지고, 소설을 읽고 난 다음에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렇게 걱정하지 마, 자신감 같은 것 없어도 돼’ 하고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격려를 받은 느낌이랄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소설. 하지만 따뜻함을 남기는 소설.

내가 읽은 요시다 슈이치 작품 <퍼레이드> <동경만경> <7월 24일 거리> <랜드마크> <거짓말의 거짓말> <비밀>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았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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