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그리고 길
도법스님 / 도량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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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화엄세계를 선재동자의 구도과정(오십 삼 선지식을 찾아 법을 묻는다)을 통해 보여 준다. 도법스님의 필력과 혜안이 가득한 책이다.

화엄경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요즘 부쩍 삶에 대해 조급해 지기 시작한 내 갑갑증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무한한 평화와 자유, 충만한 세계가 정말 가능한지 궁금하다. 끝나지 않는 모순의 속물인 나에게도 말이다.


처음부터 뻔할 것을 알면서 읽었다. 즉 불교의 세계가 덥석 안기지 않을 것이며 나는 결코 에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 할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한 자락, 어지럼증의 세상에서 탈출할 수 있는 묘수를 기대하리라는.....


심오한 화엄의 세계는 이해 못했지만  힘있고 간명한 잠언들이 빛나는 책이다.

스님의 다른 책을 보고 싶다. 


- 벗이여!

  지금 당장 커다란 융단을 내리도록 하시오

  완성된 보살의 길을 위하여,

  모든 것으로부터 출가할 것을 선언하시오.-


모/든/ 것/으/로/부터 출/가/할 것을 선/언/하/시/오.

-무서운 말이다. 이렇게 명확한 진리의 말에 ...울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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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한국의 여성과 남성 2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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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근대는 ‘자유’와‘평등’의 가치와 함께 시작되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기술의 진보와 문화의 가치가 역동적으로 드러난 시대였다. 그러나 우리가 만들어 낸 생산물과 자본의 힘에 노예가 되고 마는 참담한 소외와 자율적 개인을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 책은 우리나라가 IMF 상황에 이른 당시까지의 허술한 근대성을 지적하며 근대성에서 억눌린 여성의 삶과 청소년의 성, 아시아 페미니스트의 현실과 미래를 성찰하고 있다. 다소 비관적인 느낌으로.


우리의 근대화는 한마디로 “잘 살아보세”였다. 경제적 성장만이 최고의 가치였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보다도 일단 힘의 논리인 가부장적 군사문화, 시장주의적 패권주의가 삶을 지배했다. 여성은 희생과 봉사의 모성애를 강요받으며 산업역군의 뒷받침 역할을 수행했다. 자식과 남편의 조련자, 서비스 제공자로 머물거나 산업현장에서 값 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자아의 의미는 남자형제, 남편, 자식의 뒷바라지를 통한 희생에 있었다. 한편 페미니스트는 희소성과 전사적 모습으로 입지를 넓혀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경제적 기반만 갖추어 진다면 그 동안의 억압된 가치들이 자유로와지리라 믿었던, 근대에서의 환상이  잔인하게 깨어지고 있는 것을, 오히려 멀어지고 그 가치들이 빛을 잃어 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되고 말았다. 


근대를 소프트화 하지 못하고, 그 하드웨어만 빌려온 날림의  발전.

공공의 영역과 가정 영역의 분화가 가져 온 폐쇄적, 경직화 된 사회와 가정.
단순 기계의 관리원으로 전략한 여성들.

무엇보다 상품화되어버린 페미니즘.... 여성들조차 외면하는 페.미.니.즘


가난의 설움으로 축적한 자본이 우리를 잘 입히고 잘 먹이며  마이카를 쥐어 주는 동안 자본은 우리의 주인이 되어 페미니즘도, 개인의 가치와 다양성도, 자율성에 바탕한 민족과 국가도 모두 노예화 시켜버렸다.

실험은 끝났다. 이제야 말로 ‘개인’을 이야기 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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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읽기와 삶 읽기 1 -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바로 여기 교실에서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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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책읽기였다. 그동안 독서법이 따로 없었던 내 책읽기의 가장 큰 목표는 아마도 '저자의 생각과 최대한 밀접하기’였던 것 같다.

 

문학책은 사건 흐름이나 인물의 내면에 따라 비판하거나 다르게 생각하기가 조금은, 더러는 가능 했지만 사회 과학책을 읽을 때면 저자의 생각을 이해, 흡수하기에 급급하고 그렇지 못할 때는 나의 무식함에 좌절하며 마치 진실을 못 보는 것인 냥 자신을 비관하기도 했다.


<문화이론>강의에서 있었던 학생들의 토론과 리포트를 바탕으로 선생은‘글 읽기’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글 읽기의 자유로움을? 보여주려 한다. 그리고 자아 성찰을 통해 총체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보지 못하는 지식인들의 식민지성을 비판하고 있다. 

 

물론 여성문제를 짚어내기 위한 발판으로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라 생각된다. 

 

 모든 저작은 하나의 완성된 진리나 틀이 아니라 독자의 적극적 개입인 비판과 창의적 글 읽기 과정을 통해 다시 독창적인 개인의 삶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 

즉 절대적 수용으로서의 글 읽기가 아닌 독자와 사회에서 다시 풀어져야 하는 텍스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정도는 우리가 익히 들어 온 독서법 중 하나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로 쓰는 동화’부분을 보면 책 읽기가 독자의 문제의식과 현실인식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지, 그리고 창조적인 독서는 글쓰기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책 마지막 부분의‘박완서 문학에서의 비평은 무엇인가?’는 성별에 따라, 우리사회의 모순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비평이 얼마나 획일화되고 함몰될 수 있는지도 다시 한 번 느끼게 했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리뷰가 제대로 ‘글 읽기’가 되고 있는지 자신 없다.

책읽기가 내 빈곤한 내면의 양식이 되기 위해서는  나와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책장은 좀 천천히 넘기거나 혹은 가볍게 넘기기도 해야 할 것이다. 

잘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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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갈리아의 딸들
게르드 브란튼베르그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황금가지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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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다. 유쾌하면서도 참...이렇게 시니컬한 소설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책은 가모장제 사회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개개인의 존엄을 중심으로 한 사회이지 여성도, 남성도 그 어떤 기타등등도 절대적 힘을 갖지 않는 사회인데 말이다...


움(여성)들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은 월경을 할 수 있는, 임신을 할 수 있는, 이성적이고 , 힘이 세며, 유방 성기로서 남성을 위협하고, 피임약을 먹지 않는, 외모에 신경을 덜 쓰는, 사회적 힘을 갖는, 남성을 선택하고, 여성우월주의를 공공연히 교육받은 여성이다.


맨움(남성)은 월경을 할 수 없는, 임신을 할 수 없는 선택받지 못한 존재로,여성에 의존해 신분상승을 꿈꾸며, 직업의 선택이 제약된, 육아와 집안일을 담당하는, 성폭력에 시달리며, 피임을 해야하며,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받아들이며, 힘이 약하고, 외모로 평가받고, 성기를 받치는 속옷을 착용하는, 억눌린 존재들이다.


여성의 억압에 대한 통쾌한 반란을 꿈꾸는 어찌보면 너무나 슬픈 이야기들이다.

현실 속에서 이루어 질 수 없는 소망을 꿈을 통해, 사회와의 단절된 망상을 통해 이루어보는 것처럼, 이 책도 더 이상 나가지 못하고 더욱 교묘하게 옥죄여드는 거대한 성 억압의 구조를 이런 허구를 통해 잠시나마 위로를 얻어야 하는 자조와 씁씁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책의 말미에서 맨움해방이 일어나고 맨움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적 힘들이 조금씩 응집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여성주의’가 응집되어 가부장들의 곪은! 반인륜적인! 불평등의 세계에, 신선하고! 인간애를 기본으로 하는! 평등한! 자유로운! 세상을 열어가야 할 시대적 의무와 자존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있다.


꿈은 한 사람이 꾸면 꿈으로 끝나지만 천사람, 만사람, 백만 사람이 동시에 꾸면 현실이 되는 것이다.  여성주의자 파이팅팅!!


(이슈를 명쾌하게 드러낸 책, 그러나 문학적 울림은 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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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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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30년 전 독일 여성들의 '성 억압' 이야기들이다.

슬픈 건 그 때나 오늘의 대한민국의  현실이나 여성의 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더 억압적이고 왜곡되고 있는 상황이다.

15명의 인터뷰한  여성들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사회인으로서 자리 매김한  여성 일지라도  집안에서는 남자의 권력에 매인 하수인에 지나지 않는다. 아버지에게서 남편으로 권력의  주인이 바뀌었을 뿐이다.

한 인격체가 남성과의 관계에서는 존중  받지도 인정 받지도 , 진정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남성의 권위와 만족을 위해서만 가치가 있는 도구적 인간으로 취급당하고 있다. 국가적 지원하에..

오늘 우리의 현실은  암흑이다...                                                                              

(여성상위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는데 누가 이말을 하는지 입을 꿰매주고 싶다.)   주부가 직장을 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이고 , 국가의 공교육과 보육제도는 거의 바닥인 상황이며,  남성들의 가사일 참여도 (주변을 보면)말로반 떠돌 뿐이다..

 성의 상품화는  자본의 주요한 시장을 구축하고, 장사치들에 의해 조작된 성상품들은 아이들의  세계까지 침투해 가며 폭력적이고 가학 피학적 성 판지를 심어주고 있다.

외모지상주의가 부추기는 여성의 외모에 대한 폭력은 기어히 멀쩡한 얼굴에 칼을 서슴없이 들이대고마는  상황까지 몰고 오고야 말았다.

기계화가 이루어지고  우리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 여성의 인권은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은 미신에 불과한 것인 지도 모르겠다.

이 책들에서 보여 주는 여성 억압의 현실과 미신에서 비롯된 남성의  성기 중심 성행위에 대한 비판이 더욱 대중 속으로 퍼져 나가야 한다. 여성들이 있는 학교나 어디든 이 책이 꽂혀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은 나의 무지함을 많이 일깨워 주었다. 저자의  의지에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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