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신작 또한 어떤 새로움과 위로를 품고 있을지, 그리고 나민애 교수을 보며 그를 길러낸 좋은 부모이자 좋은 어른으로서 시인이 남긴 마음은 무엇일지 기대하며 책을 펼쳤다.
‘아무래도 봄이 다시 오려나 보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마치 인생의 봄이 다시금 나를 찾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환하는 계절처럼 삶에도 다시 따뜻한 봄이 온다는 믿음을 품게 만드는 문장이다.
시집 전체에는 사랑과 온기, 그리고 노년의 시인이 가족을 향해 느끼는 애틋한 마음이 진하게 스며 있다.
특히 나태주 시인의 시는 사소한 일상에 숨어 있는 의미를 붙잡아, 평범한 순간을 특별한 깨달음으로 바꾸어 놓는다.
〈하루〉 – 나태주
하루를 살았다는 건
하루를 버린 것이 아니라
하루를 번 것이다
하루를 잃은 것이 아니라
하루를 얻은 것이란 말이다
내가 산 인생만이 나의 인생
내가 본 풍경만이 나의 풍경
내가 사랑한 사람만이 나의 사람
내가 쓴 돈만이 나의 돈
그렇게 나는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나의 인생 하루를 얻었다.
이 시를 읽으면 ‘오늘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얻게 된다. 하루를 진정으로 얻기 위해 우리가 직접 살아내야하는 태도, 그것이 시인이 삶을 대하는 방식이며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사랑」, 「발」, 「부산역」, 「봄은 혼자 오지 않는다 2」 등 많은 시들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 사랑을 건네는 방식, 부모로서의 태도까지 자연스레 배워지곤 한다.
아내와 아이, 자연과 주변의 모든 존재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미안함과 부족했던 시간을 회고하는 시인의 고백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고단한 하루를 살아가는 부모에게도, 좋은 어른으로 남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시집은 작지만 분명한 위로가 된다. 우리의 마음 한쪽에 봄을 다시 데려다주는 시인의 따뜻한 언어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머물러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