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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 오감 문해력 - 공부 머리를 키우는 ㅣ 나침반 시리즈 4
홍예진 지음 / 언더라인 / 2025년 11월
평점 :

책을 읽어도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겨우 5분도 앉아 책을 보는 것이 힘겨운 아이를 보면서 마음 한편에 걱정이 싹텄다. 억지로 책을 읽히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을 때 ‘오감 문해력’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소개하는 이 책을 만나게 됐다.
20년 동안 초등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쳐온 저자는 현장에서 마주한 아이들의 어려움을 실제적이고 따뜻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경험에서 비롯된 깊은 신뢰를 전한다.
저자는 문해력을 듣기(귀), 말하기(입), 읽기(눈), 쓰기(손), 감정(마음)이라는 오감 을 축으로 설명한다. 문해력은 글을 읽고 쓰는 기술을 넘어, 일상 속에서 언어를 주고받으며 자신과 타인,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점을 짚어준다.
그래서 문해력의 출발은 특별한 교육이 아니라 함께 듣고, 보고, 말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작은 순간들에서 시작된다.
● 귀 — 듣기, 문해력의 시작
듣기는 문해력의 출발점이다. 아이는 듣기를 통해 맥락 속에서 어휘를 익히고, 인과적 사고력을 키우며, 상상력과 표현력을 넓힌다. 저학년 아이들은 들으며 상상하고, 고학년 아이들은 들으며 파악하고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고가 자란다. 반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 마음속에 오래 남아 새로운 이해의 기반이 된다. 모국어 습득의 첫 단계가 듣기였던 것처럼, 문해력도 충분한 듣기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특히 공감했다.
● 입 — 말하기, 문해력의 확장
말하기는 아이의 마음이 편안해야 비로소 열리는 영역이다. 식탁에서 대화의 주체로 존중받는 경험은 아이의 자신감을 키우고 자기 언어를 꺼낼 용기를 준다. 말하기를 통해 아이의 사고는 점점 확장되는데, 이를 위해 부모의 관찰이 먼저 필요하다는 저자의 설명은 실제 양육 환경에서도 큰 통찰이 되었다.
● 눈 — 관찰력에서 시작되는 읽기
읽기는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기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능력이다. 그래서 관찰력은 읽기의 기초가 된다. 문장의 뼈대를 찾는 눈, 연결어를 파악하는 능력, 그래픽 오거나이저를 활용해 글 구조를 시각화하는 방법은 현실적인 읽기 지도 도구로서 유용했다. 글의 흐름을 파악하는 힘이 결국 꼼꼼한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 손 — 생각은 손끝에서 구체화된다
아이의 생각은 손을 움직이는 순간부터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틀이 있으면 글쓰기가 훨씬 쉬워지고, 사물 하나를 오감으로 관찰해 표현을 확장하는 방식은 가정에서도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기법이었다. 사과 하나를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맛보며 글을 풍성하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훈련임을 실감했다.
● 마음 — 감정이 문해력의 바탕이 되는 곳
마음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모두 연결되는 지점이다.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해주는 태도는 문해력의 기반이 되며, 감정 문해력이 부족하면 하고 싶은 말과 상대가 받아들이는 말 사이에서 간극이 생길 수 있다. 인정, 사과, 약속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는 언어를 들려주는 것이 아이의 언어를 단단하게 한다는 내용이 깊이 남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구조별 글쓰기 방법이었다.
칸 채우기, 그래픽 오거나이저, 마인드맵 등을 활용해 아이가 스스로 문장의 틀을 잡도록 돕는 기술은 실제 활용 가치가 높았다. 또한 하나의 사물을 오감으로 관찰해 글의 깊이를 더하는 방법, 한 순간을 확대해 세밀하게 표현하는 기술은 아이와 함께 연습해 보고 싶은 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문해력이란 결국 세상을 읽는 아이의 감각이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 감각이 깨어날 때 아이의 언어도 깨어나고, 언어가 살아날 때 아이의 생각도 선명해진다.
부모 역시 자신의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해야 아이가 안전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문해력 교육은 단순한 학습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해력에 고민이 있는 부모, 초등 저학년부터 고학년 자녀를 둔 가정, 읽기 이해가 느린 아이를 둔 부모, 문해력을 지도하는 교육자, 그리고 감각을 살리는 대화를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오감을 깨우는 작은 실천들이 아이의 언어와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 책이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