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소리는 그만!”
지수는 거칠게 내뱉고는 뒤로 홱 돌아섰다.그리고는 조금전에 아이들이 아우성을 지를 때 어느 새 코브라앞에까지 재빠르게 접근한 두 명의 여자 아이들에게 손짓을 했다.
“시작해!”
지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여자아이들중 키가 조금 더 큰 소녀가 쓰고있던 검은 색 등산모를 홱 벗어 던졌다.정화의 상기된 얼굴이 확 드러났다.그녀옆에 서있던 소녀는 장미옥이었다. 여자 아이들은 자신들이 메고있던 배낭을 내려놓더니 신속하게 배낭속에서 알루미늄 포일로 감싼 뭔가를 꺼내들었다. 알루미늄 포일이 벗겨지자 푸른 색 소주병이 드러났다.
“에잇! 맛좀 봐라!”
미옥은 먼저 시범을 보이겠다는 듯이 코브라를 향해 소주병을 거침없이 내던졌다.소주병은 힘있게 날아가더니 코브라위로 정확히 떨어졌다.그리고는 소주병이 코브라위에서 박살나면서 한순간 자주빛이 번쩍했다. 빛이 사라지면서 자주빛 미세한 입자들이 분수처럼 공중으로 뿜어나왔다. 삽시간에 입자가루를 뒤집어쓴 코브라속에서 하얀 빛이 불안정하게 발산되더니 이윽고 소음이 터져나왔다.마침내 코브라 전체가 이상이 생긴 듯 부르르 흔들렸다.그 광경을 지켜보고 황박사는 기겁을 했다.
“너, 너희들 지금 무슨 짓을 한거야?”
지수는 새파란 불꽃을 내뱉고 있는 코브라를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저것은 전자기 펄스를 발생시키는 우주입자요.나머지 몇 방 더 먹이면 당신의 코브라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요!”
“뭐라고! "
화들짝 놀란 황박사의 얼굴빛이 완전히 잿빛이 되었다.그리고는 주위의 보안군들에게 악을 썼다.
"뭐해!저년들을 빨리 죽이지 않고 !”
황박사의 불같은 호령에 엉거주춤하고 있던 보안군들은 일제히 정화와 장미옥을 향해 사격 자세를 취했다.그러나 정화는 또다른 소주병을 쳐들고 금방이라도 던질 듯한 자세를 취하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쏠 테면 쏴라, 우리들이 죽는 순간 이 코브라도 완전히 날아갈테니까!”
“안, 안돼!”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정화의 무서운 기세에 황박사는 완전히 얼어붙고 말았다.그때 지수가 씨익 웃으며 황박사에게 말했다.
“황박사님, 코브라를 살리시려면 모두 무기를 버리라고 하시죠!”
"이 자식이!"
보안군들의 집중사격으로 여자아이쯤은 충분히 죽일 수는 있었다.하지만 만에 하나 여자아이들이 쓰러지면서 우주입자가 들어있는 소주병을 코브라속에 던져버리기라도 하면 코브라는 그야말로 완전히 파괴되리라.
그때는 모든 것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된다. 차라리 무기를 버리는 시늉을 하면서 잠시 시간을 끌어 코브라를 보호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았다.
번개처럼 머리를 굴린 황박사는 코브라를 쳐다보더니만 긴 한숨과 함께 짐짓 고통스럽다는 듯 보안군들에게 힘없이 지시를 내렸다.
“모두 무기를 버려!”
보안군들이 바닥에 총을 버리자 붉은 갑옷의 무리들과 아이들은 재빨리 땅바닥에 있던 K2소총들을 다시 집어들고 황박사와 보안군들을 겨누었다. 상황을 완전히 장악한 듯 붉은 갑옷의 무리들은 거치장스러운 듯 자신들의 콧수염들을 서둘러 떼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영재 돈수 등을 비롯한 영산수호회 멤버들의 앳띤 얼굴들이 속속 드러났다.
지수는 금방이라도 우주입자를 코브라에게 던질 자세를 하고있는 정화에게 승리의 하이파이브 신호를 보내고는 황박사에게 돌아섰다. 황박사는 졸지에 지수 일행에게 포로가 되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부르르 떨고 있었다.
“도대체 너희들이 원하는것이 뭐냐?”
“우리는 이참에 코브라를 아예 완전히 파괴시켜버릴 것이요!”
“미친 놈들!”
“정말 미친 것은 당신이야! 소유천에게 인간의 뇌를 맡기다니!”
“지수야, 코브라를 파괴하면 수 백만 명의 사람이 한꺼번에 죽는다. 제발 그만둬!"
마침내 두 손을 맞잡고 애원하는 황박사의 눈에는 눈물마저 그렁그렁했다.
“우리는 더 이상 그따위 거짓 협박에 안 넘어갑니다!"
냉정하게 내뱉은 지수는 정화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정화는 손에 쥐고 있던 소주병을 미련없이 코브라의 한가운데로 힘껏 던졌다.
“안돼!”
황박사가 단발마의 비명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다시 한번 코브라에서자주빛 섬광이 번쩍했다.그리고 곧바로 엄청난 진동이 요란하게 일어나자 코브라에서 짐승처럼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적색경보!적색경보!”
단발마같은 코브라의 절규에 황박사는 금방이라도 실신할 듯이 비틀거렸다.코브라 전체가 크게 흔들리면서 사방에서 불꽃과 연기가 피어났다. 곧 중앙통제실 전체가 폭발해버릴 조짐을 보이자 지수는 큰소리로 친구들에게 소리쳤다.
“위험하다! 빨리 피해!”
그는 황박사를 위협하여 출구쪽으로 거의 뛰다시피 끌고 갔다.코브라에서 뛰어내린 정화와 미옥도 우왕좌왕하고 있는 부모들과 아이들을 모두 출구쪽으로 유도하기 시작했다.급기야 중앙통제실안에서는 꽝꽝 하는 폭발음소리마저 들렸다.
“자, 뒤돌아보지 말고 전속력으로 빠져나가!”
지수는 붉은 비상등이 미친 듯이 점멸하는 출구에 서서 친구들과 부모들이 무사히 탈출하도록 도와주면서 목이 터져라고 외쳤다. 이윽고 사람들이 다 빠져나가고 마지막으로 출구를 나서는 순간 내부에서 일어난 거대한 폭발의 힘에 의해 지수와 황박사는 밖으로 멀리 날아갔다.
바로 그 시각 코브라의 커다란 스크린앞에서 부모들을 데리고 탈출하는 지수와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던 황박사는 혀를 끌끌 찼다.
"어리석은 녀석들, 모두 정신없이 함정속으로 도망치는군.후후”
그의 곁에 서서 중앙통제실에서 벌어진 코브라 파괴사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천재인 기술국장도 다행스럽다는 듯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다.
“저놈들이 저렇게 앙큼한 음모를 꾸밀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박사님의 선견지명으로 미리 증강현실로 덫을 쳐놓지 않으셨으면 정말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유비무환이 필요한 거다. 알겠나?”
비록 증강현실을 이용해 아이들의 코브라 폭파를 사전에 막았지만 황박사는 아이들의 대담성에 새삼 소름을 느꼈다.특히 살아돌아온 지수는 너무나 무섭도록 변해 있어서 황박사는 절망감을 느낀 정도였다.
“기술국장, 지수의 여의주플러스 상태를 분석해봐야겠다.빨리 준비해,”
“네 박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