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 (리커버)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임혜진 옮김 / 비아토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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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C. S. 루이스, 레이첼 헬드 에반스. 독감으로 치료받던 중 항생제 부작용으로 뇌 발작과 혼수상태에 빠진 그녀는 결국 2019년 5월 4일에 사망했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추모했고, 1주기에 다다른 지난 4월에는 그녀의 유작인 <다시, 성경으로>가 번역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다시금 조명되었다.

레이첼의 저서 네 권 중 국내 번역된 책은 세 권. 원서 출간 순으로 보면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비아토르 역간)(A Year of Biblical Womanhood, 2012), <교회를 찾아서>(비아 역간)(Searching for Sunday, 2015), <다시, 성경으로>(바람이불어오는곳 역간)(Inspired, 2018)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레이첼 헬드 에반스를 소개한 비아토르 출판사에서 최근 그녀를 기념하기 위해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의 리커버 에디션을 내놓았다. 노란색의 산뜻한 표지에서 진녹색의 진중한 느낌의 표지로 리커버 된(정확하게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내지 디자인이나 내용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재기발랄한 그녀의 독창적인 면을 맘껏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제목 그대로 성경이 말하는 여성으로 살아본 1년의 여정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성경적 여성성’이라는 말로, “성경책이 여성이 되는 방법에 대한 단 하나의 응집된 공식을 제공할 수 있다”(17p)고 믿는 복음주의자들과 탁상공론하기 보다 직접 그렇게 살아보는 쪽을 택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여성과 관련된 무수한 본문들을 모두, 그것도 매일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에반스는 효율적이고도 집중력 있는 대안을 선택하는데 먼저, 일상생활의 지침이 되는 성경적 여성의 십계명을 세웠다. 남편 뜻에 순종하고, 옷을 단정하게 하며, 머리칼을 자르지 말고, 뒷담화하지 않는 것 등을 기준으로 삼아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큰 틀을 마련한다.

다음으로는, 매달 좀 더 집중할 덕목들을 정했다. 성경적 여성성과 관련된 온유, 살림, 순종, 용맹, 아름다움, 정숙, 순결, 출산, 복종, 정의, 침묵, 은혜라는 12가지 덕목을 한 달씩 집중하여 실천해본다. 예를 들면, “살림”의 달에는 ‘<마사 스튜어트의 요리 학교>를 보고 요리를 한다(잠 31:15; 딛 2:5), <마사 스튜어트의 살림 핸드북>을 보고 청소를 한다(딛 2:5), 디너 파티를 연다(벧전 4:9; 히 13:2), 추수감사절 만찬에 사람들을 초대한다(벧전 4:9)’와 같은 실천을 하는 것이다.

해당 달의 주제 덕목을 길러내기 위한 그녀의 실천 목록은 성경 본문을 기반으로 한다. 거기에 관련 덕목의 오늘날 사회문화적 의미를 돌아보거나, 남편 ‘댄’의 일기를 통한 다른 시각을 비추기도 하며, 에반스가 운영하는 블로그 댓글들을 가지고 타인들의 반응이나 심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성경적 여성성의 진정한 의미를 묵상해본다.
(체험 중 찍은 사진, ‘더 읽기’를 위한 추천, 매 장 마지막에 나오는 여성 성경인물 소개는 덤이다!)

책의 주제를 접한 후 저자가 성경적 여성성에 대한 편협하고 제한적인 접근을 하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주석들을 뒤지며 성경에서 여성에 대해 말하는 바를 고민하는 모습, 고대 성경의 명령대로 실천하고 있는 현대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무엇보다 성경의 처음부터 끝까지 뒤지며 여성에 관한 내용을 따로 떼어 연구하는 모습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주었다. 그녀의 도전은 상당히 균형 잡혀있고, 신뢰할만했다.

성경 문자에 기초해 형성해 온 그리스도인 여성성은 오늘날 어쩌면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인지도 모른다. 레이첼의 자발적인 도전이 재미있는 실험 수준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의 수고를 통해 길어낸 통찰은 성경적 여성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그 교훈은 여성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그리스도인 전체로 확장되어 우리모두가 여성과 그리스도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쯤되니 성경대로 살아본 그녀의 교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곧 <교회를 찾아서>를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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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적 인간 - 주는 마음의 비밀을 아시나이다
월터 브루그만 지음, 박형국.김상윤 옮김 / 한국장로교출판사(한장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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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브루그만의 시편 관련 저서인 <시편적 인간>(2017, 한국장로교출판사 역간), <브루그만의 시편사색>(2007, 솔로몬 역간), <시편의 기도>(2003, CLC 역간) 중 마지막 책으로 <시편적 인간>을 보았다.

이 책의 원제는 “From Whom No Secrets Are Hid”, 직역하면 ‘비밀이 숨겨져 있지 않은 사람으로부터’이다. 신앙인들의 삶을 위한 성공회 공동기도서에 등장하는 이 말을 시편 관련 책의 제목으로 차용한 이유는 “시편이 각 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가 가진 마음의 모든 비밀한 사연들에 대해 해명을 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5p)”이다. 시편은 하나님 앞에 나와 공동체의 비밀한 것을 드러내도록 격려하며, 그런 본보기를 보여준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시편적 인간>이라고 부른다.

책의 1장에서는「시편 개관」을 다룬다. 시편은 복잡한 형성과정, 다채로운 내용, 고도로 양식화된 대본, 과거의 다양한 상황을 재연하기 위한 구성, 문답 형식의 언약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감사와 찬양’ 혹은 ‘탄식과 불평’이라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양극단 상황을 고백하는 시편은 신학적으로 ‘토라의 순종과 샬롬의 약속’ 및 ‘예루살렘, 다윗, 그리고 성전’이라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

2장부터는 시편을 이해하는데 대두되는 핵심 주제들을 매장마다 다룬다. 2장의 주제는「시편의 역세상」인데, 시편을 읽다보면 ‘왜 우리는 시편이 우리의 신앙과 예배 그리고 영성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시편이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영향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대부분은 시편 가운데 단지 여섯, 일곱 편만을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다르게 말하면, ‘왜 우리는 시편을 고집하는가?’, ‘왜 우리는 시편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가?’ 또는 ‘왜 우리는 시편과 애증의 관계를 맺고 있는가?’, ‘왜 우리는 이 신앙의 지침이 되는 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가?’(38p)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브루그만은 시편이 우리를 ‘역세상’(the counter-world)으로 이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와 긴밀하게 연결된 이 세상을 뛰어넘는, 또는 완전히 다른 그 어떤 세상을 원하는 것이다(38p).” 세상과 다른 역세상을 추구하는 시편적 인간. 역세상에 대한 이해에 앞서 먼저 세상의 지배적인 이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결핍과 불안’, ‘탐욕’, ‘자기 충족’, ‘외면’, ‘절망’, ‘망각’, ‘규범 없는 세상’로 요약될 수 있다. 반면에 시편이 소개하는 역세상은 ‘참된 신뢰’, ‘풍요의 세상’, ‘완전한 신뢰’, ‘불편한 진실’, ‘희망의 세상’, ‘살아 숨 쉬는 기억’, ‘규범화된 신앙’이라는 표지로 우리를 인도한다. 하나님께서 부재한 세상과 철저하게 분리된 시편이 제시하는 역세상은 야훼 하나님이 주인공이시다. 하나님께 사로잡힌 자들의 노래인 시편은 ‘땅이 그 소산을 낼 것이다’, ‘하나님께서 상을 베푸신다’, ‘신뢰를 향한 부름’, ‘진리의 화자이신 하나님’,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 ‘뿌리 깊은 기억의 공동체’, ‘가벼운 멍에와 쉬운 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편에서 우리는 가나안이라는 문화 안에 살아가는「이스라엘의 위험한 상상」(3장)을 발견한다. “시편은 계속해서 문화를 차용하여 우리를 오늘날의 거짓된 안녕과 맹목적인 순응 너머에 있는 복음의 세계로 인도한다(93p).”「찬양, 저항과 자기 포기」(4장)에서 말하듯 “찬양은 다른 모든 신들에 대항해서 하나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95p)”이기에 우리는 중단할 수 없다. 야훼는 모든 신들과 창조 세계를 다스리는 왕이 되신다.「승리의 대관식」(5장)에서 부르는 노래는 “하나님의 통치에 부합하지 못한 문화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희망하는 동시에 ‘그 새로운 통치에 지금, 여기에서 참여할 것이다.’라고 결단하는 것이다(117p).” “세상에서 자유롭기 위해 시편 공동체는 야훼를 삶의 자리로 초청한다(121p).” 혼돈 속 질서, 즉「무질서의 질서」(6장)를 이루어 내시는 분이 야훼이시다. “시편의 세상에서 예루살렘은 모든 창조의 중심으로, 하나님께서는 그곳에 임재하시며 이스라엘의 왕을 택하시어 그곳에 거주하게 하신다(161p).” 그러나 이스라엘의 진원지였던 예루살렘은 결국 파괴되었다.「슬픔의 도성 예루살렘」(7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회 역시 복음의 진원지이지만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현실 가운데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셔야 한다.

시편의 탄원시는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요구를 아뢴다.「불평, 탄원, 저항」(8장)의 모습은 우리의 신앙의 본질과 맞닿아있다.「시편 심리학」(9장)은 “감출 수 없는 은밀한 죄를 부정하기 보다는 하나님 앞에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가지고 나와 고백할 것을 제안(185p)”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편 23편은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의 시편 22편과 함께 묵상해야 한다는 게「시편 22, 23편 함께 읽기」(10장)의 주장이다. 우리는 고통의 순간을 넘어 신뢰에 참여한다. 시편에는 다윗의 상황에 따른 노래들이 종종 발견된다. 다윗의 범죄 후 참회하는 시편에서「다윗을 위한 소심한 변명」(11장)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인간의 실패는 하나님의 자비 앞에 정직하게 놓였을 때 새로운 삶으로 움직인다는, 복음과 관련된 가장 심오한 신앙을 보여 준다(213p).”

응답되지 않은 기도는「식어 버린 기도」(12장)를 낳는다. 하지만 하나님의 응답이 없는 그 순간에도 불의한 상황에 대한 하나님의 교정을 집요하게 간청하는 자가 바로 시편적 인간이다. 지혜의 유산은 행위-결과의 연결 고리를 통해 공동체의 기틀을 존속시키는 진리와 이를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를 구별할 수 있게 하였다.「지혜의 저장소」(13장)인 “시편은 동일한 신학적, 윤리적 성찰을 통해 젊은이들을 사회 규범에 맞도록 사회화시키는 기능을 했다(228p).” 무신론자들이 하나님을「유통기간이 지난 명품가방」(14장)으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것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충족을 위해 재화를 소비하는 길과 바른 관계를 위해 교제를 실천하는 길에 대해 묘사(245p)”된다. 시편은「기억 공유하기」(15장) 방법으로서, “그 안에서 야훼는 이스라엘을 위해서 변혁적인 방식으로 일하시는 행위의 주체다(249p).”「감사의 시」(16장)인 시편의 “감사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요함에 대한 응답으로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함’을 유지하는 감각이다(269p).”

브루그만은 바로 시편에서 앞선 다양한 주제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다채로운 모습들을 중심으로 고대 이스라엘 사회문화적 배경의 시편과 현대 사회에서 읽힌 시편의 의미를 함께 엮어냈다. 우리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토로하면서, 하나님의 승리하심을 굳게 신뢰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편적 인간됨이다.

시편을 입체적으로 읽기 위한 참고서를 찾는 자, 시편과 현대사회에서의 신앙생활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자, 월터 브루그만 저서를 좋아하는 자라면 꼭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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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그만의 시편사색
월터 브루그만 지음, 조호진 옮김 / 솔로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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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시편 묵상이 시작된다. 말씀을 보는데 도움을 받기 위한 책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구약학자인 월터 브루그만이 쓴 책들을 몇 권 발견했다. 그의 시편 관련 책들은 2020년 4월 현재, <시편적 인간>(2017, 한국장로교출판사 역간), <브루그만의 시편사색>(2007, 솔로몬 역간), <시편의 기도>(2003, CLC 역간) 총 세 권이 출간되었다. 나는 저자의 신학 발전을 감안하여, 원서의 출간 순서대로 <브루그만의 시편사색>(Message of the Psalms(1985년)), <시편의 기도>(Praying the Psalms(1993년)), <시편적 인간>(From Whom No Secrets Are Hid(2014년)) 순으로 읽을 계획을 세웠다.


<브루그만의 시편사색>은 시편 전체를 개관하는 것과 동시에 (제한적이긴 하지만) 각 편의 주석까지 포함한 책이다. 시편의 숲과 나무들을 동시에 보게 한다.


「역자 서문」은 이 책을 유용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 세 가지 내용을 알려준다. 첫째, 본서에서는 브루그만이 직접 히브리어 성경을 직역한 성경본문을 사용한다. 둘째, 저자는 독자들이 시편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를 하고 책을 써나갔다(각 편의 주석에서는 전개 속도가 빠른 편이다). 셋째, 브루그만은 비평주의 방법론(특히, 양식 비평)을 받아들이고 그것에 기초해 연구를 진행했다. 이 세 가지 전제를 알고 본서를 읽는다면 당황하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다. 


브루그만은 이 책에서 시편 전체를 개관하기 위해 “정위”-“혼미”-“새로운 정위(new orientation)”의 ‘틀’을 사용한다. “정위(定位, orientation)”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생물체가 몸의 위치나 자세를 능동적으로 정함. 또는 그 위치나 자세”를 말한다. 영어사전에 의하면 “(목표하는)방향, 지향, (사람의) 성향”를 뜻한다. 본서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지속적으로 주어지는 축복에 대해 감사하도록 만드는 만족스런 시기들로 구성”(29p)되며, 이는 소위 인생의 봄날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정위의 다양한 방식들로 “기쁨, 즐거운, 선함, 조화 그리고 하나님의 신뢰성, 하나님의 창조,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규범 등”(29p)이 있다.  


“혼미(昏迷, disorientation)”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정세 따위가 분명하지 아니하고 불안정함. 또는 그런 상태”를 말한다. 교양영어사전에 의하면 방향감각 상실을 뜻하며 이는 “주위환경에 대한 자기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능력을 잃은 상태. 즉, 좌우(左右)·장소·시간, 친숙한 것에 대한 인식능력을 상실한 상태”를 의미한다. 본서에 따르면 “인간 삶은 상처, 외로움, 고통 그리고 죽음의 시기들로 인한 고통으로 구성”(30p)되며, “이런 것들은 분노, 후회, 자기연민 그리고 증오 등을 일깨운다.”(30p) 


“새로운 정위(new orientation)”는 합성어다보니 국어사전이나 영어사전을 통해 단어의 의미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본서의 정의에 따르면 “인간의 삶은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새로운 은총에 압도당할 때, 절망 가운데서 갑작스럽게 기쁨이 끼어들어 올 때, 놀라움 속에서 찾아오는 반전으로 구성된다. 오직 어두움만이 있던 곳에 빛이 있게 된다. 이런 복음의 놀라움에 잘 상응하는 것”(30p)이 바로 새로운 정위이다. 


(차이가 있지만 느낌상) 이는 마치 창조-타락-구속과 유사하다. 창조의 아름다운 날들에서 타락의 나락에 떨어졌다가 하나님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구원으로 나아가게 되는 여정이, ‘정위’의 봄날과 ‘혼미’의 고난과 ‘새로운 정위’의 회복과 닮았다. 브루그만은 이 인식의 틀을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부정적인 (내용의) 시편들’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사용”(11p)하는 것이지, 이 골격 자체가 엄격한 기준이 되어 시편 전체를 포괄하는 설명이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편 전체를 이해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된다. 


이런 구조적, 인식적 틀을 가지고 150편을 접근한다면 시편이 그냥 노래 모음정도로만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시편을 이해하기 원할 때 시편 전체에 대한 개론을 제시한「서론」만 읽어도 충분한 값어치를 하는 책이다. 


「정위의 시편」은 ‘창조 시편’, ‘토라 시편’, ‘지혜 시편’, ‘보상 시편’, ‘웰빙의 경우들’로 구성되어 있고,「혼미의 시편」에는 ‘개인 탄식 시’, ‘공동체 탄식 시’, ‘두 개의 난제 시편’, ‘혼미에 관한 “두 번째 견해”’, ‘“일곱 개의 시편들”’, ‘쇄도 이후-당신은’이,「새로운 정위의 시편」에는 ‘감사 시’, ‘공동체 감사 시’, ‘과거 그리고 미래의 왕’, ‘확신으로 일반화된 감사 시’, ‘찬양 시’가 있다. 각 분류별로 해당되는 시편의 주해들이 있어 책의 맨 뒷페이지 시편 색인(총 59편 수록)에 관련 본문이 포함되어있을 경우 주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회고: 영성과 신정론」은 시편 이해에서 매우 중요한 장이다. 시편은 개인과 공동체 영성의 중요한 자원이면서, 동시에 “정의와 불의의 투쟁을 보여”(334p)준다. “하나님과의 교제는 공동체의 본성에 대한 관심 없이는, 결코 송축될 수 없다. 이스라엘의 종교적 갈망자들은 결코 공의에 관한 질문들을 배제하지 않는다.”(334p) “시편은 개인적인, 내세적인 영성의 중심부로 있어 왔거나 혹은 그런 의미에 대한 질문에서 중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만약 내가 시편을 올바르게 읽었다면, 이런 시편들은 특징적이게도 ‘의미’보다 ‘공의’를 더 중시한다. 시편은 공평, 권능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충분히 인간적으로 살 수 있는 자유를 규칙적으로 주장한다. 시편을 이와 같은 공동체적 관심사들로부터 빼내올 수는 없을 것이다.”(348p) 시편을 개인 영성 훈련 도구로만 활용하지 않고, 사회 정의와 공의를 촉구하는 본문으로 읽을 때라야 비로소 시편을 제대로 읽은 셈이 된다. 


시편 전체에 대한 균형감 있는 안목을 길러주고, 때로는 주석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브루그만의 시편사색>은 시편 묵상을 앞둔 이들에게 유익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제 다음 책 <시편의 기도>를 펼친다. 이 책에서는 내게 어떤 말을 건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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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 - 선수 편집자에서 초짜 대표로 땅콩문고
이현화 지음 / 유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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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출판업에 종사해 온 이현화 님이 작은 출판사를 차리게 된 과정과 차린 후 2년 남짓의 기간 중 경험한 일을 자유롭게 표현한 책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작은 출판사 차리는 법에 대해 간접경험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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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 철학과 신학의 경계에서 에라스무스 총서 3
김동규 외 지음 / 도서출판100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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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파티장(<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에 초대되었다. 거기는 지성인들, 즉 6명의 국내 신학·철학 신진 연구진들과 우리 시대를 수놓는 기라성 같은 8명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이 모인 자리다.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6명의 국내 연구진(김동규, 김승환, 김진혁, 손민석, 윤동민, 최경환)은 우리에게 8명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 스탠리 하우어워스, 로완 윌리엄스, 미로슬라브 볼프, 찰스 테일러, 존 카푸토, 장-뤽 마리옹, 리처드 카니)을 소개해주기 위해 친히 이 자리에 와주었다. (2명을 소개해 준 김진혁, 김동규 님을 제외하고는) 국내 연구진 1명이 사상가 1명을 전담 마크해 그들, 그리고 그들의 연구물에 대해 상세하고도 친절하게 소개해준다.

나는 파티장에 오기 전부터 무척이나 설레었다. 인문학과 신학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에라스무스의 정신을 이어받은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의 연구진들은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 의미 있는 연구와 소통을 시도하고 있기에 주목하던 분들이고, 그들이 소개해 주는 ‘그리스도교 사상가들’ 역시 21세기가 주목하는 세계적인 신학·철학자들이기에 알아 가고픈 사람들이었다. 이런 그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니, 설레지 않을 수 없는 파티이자, 초대였다.

파티장에 오기 전부터 (조금) 알고 있던 사상가들이 있었는데, 직접 만나보니 어렴풋이 그리던 이미지가 명료해졌다. 그것은 몇 권의 책을 통해 인식해 온 사상가의 모습 혹은 주장을 국내 연구자의 안내로 재확인하거나 미처 몰랐던 모습을 새롭게 발견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우선적으로 만나보고 싶었던 두 사람은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미로슬라브 볼프”인데, 그들과의 만남은 기대만큼이나 매우 만족스러웠다. 그들을 알아갈 유일한 단서였던 저서를 그것도 시차를 두고 띄엄띄엄 읽어온 나였기에, 탁월한 연구자 김승환 님과 최경환 님의 소개를 통해 두 신학자를 입체적으로 그려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

하우어워스는 끊임없이 ‘교회’에 대해, 볼프는 끊임없이 ‘세계, 광장,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이해된다. ‘결이 달라 보이는 이 두 사람을 나는 왜 동시에 좋아하는 걸까’하는 생각을 이 파티장에서 처음 해보았다. 나는 ‘나 혹은 우리’라는 존재가 ‘교회’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왔고,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이 두 신학자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나를 끌어당길 것일지도 모르겠다. 무튼 저서로만 만나온 사상가들, 그들을 향한 파편화된 이미지가 통합·발전되는 경험이 이 파티장에서 일어난 건 분명하다.

언제나 그렇듯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조금) 주저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새로운 만남에는 (약간의) 기대감 혹은 설레임도 동반된다. 이 파티장에서는 두려움보다 기대감을 가져도 좋다.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국내 연구진들의 탁월한 능력을 믿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들은 꾸준하게 연구하고 글을 쓰고 가르쳐 왔다. 그리고 본인이 소화해 낼 수 있는 학자를 선택하고 소개하기에 신뢰할만하다. 사상가의 ‘생애’를 기반으로 한 인간적인 면부터 ‘핵심 사상’을 기반으로 한 철학·신학적인 면까지, 주어진 50분(50쪽 남짓한 분량을 말함) 동안 열성을 다해 소개해주기에 우리는 국내 연구진을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약간 어렵게 느껴지는 ‘학술적’ 뉘앙스가 풍기지만,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만한 소개도 없을 테다.

소개의 끝에는 사상가를 더 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더 읽을거리」와 「참고문헌」을 통해 이 파티가 끝난 후에도 일상에서 ‘교양의 파티’가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이 파티의 초대장을 원하는가? 서점을 향하라. 그리고 <우리 시대의 그리스도교 사상가들>(도서출판100 출간)을 집어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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