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 (리커버)
레이첼 헬드 에반스 지음, 임혜진 옮김 / 비아토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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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C. S. 루이스, 레이첼 헬드 에반스. 독감으로 치료받던 중 항생제 부작용으로 뇌 발작과 혼수상태에 빠진 그녀는 결국 2019년 5월 4일에 사망했다. 많은 이들이 그녀를 추모했고, 1주기에 다다른 지난 4월에는 그녀의 유작인 <다시, 성경으로>가 번역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 역시 다시금 조명되었다.

레이첼의 저서 네 권 중 국내 번역된 책은 세 권. 원서 출간 순으로 보면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비아토르 역간)(A Year of Biblical Womanhood, 2012), <교회를 찾아서>(비아 역간)(Searching for Sunday, 2015), <다시, 성경으로>(바람이불어오는곳 역간)(Inspired, 2018)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처음으로 레이첼 헬드 에반스를 소개한 비아토르 출판사에서 최근 그녀를 기념하기 위해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 본 1년>의 리커버 에디션을 내놓았다. 노란색의 산뜻한 표지에서 진녹색의 진중한 느낌의 표지로 리커버 된(정확하게 비교해보지는 않았지만 내지 디자인이나 내용은 동일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재기발랄한 그녀의 독창적인 면을 맘껏 경험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에는 제목 그대로 성경이 말하는 여성으로 살아본 1년의 여정이 그려져 있다. 그녀는 ‘성경적 여성성’이라는 말로, “성경책이 여성이 되는 방법에 대한 단 하나의 응집된 공식을 제공할 수 있다”(17p)고 믿는 복음주의자들과 탁상공론하기 보다 직접 그렇게 살아보는 쪽을 택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여성과 관련된 무수한 본문들을 모두, 그것도 매일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에반스는 효율적이고도 집중력 있는 대안을 선택하는데 먼저, 일상생활의 지침이 되는 성경적 여성의 십계명을 세웠다. 남편 뜻에 순종하고, 옷을 단정하게 하며, 머리칼을 자르지 말고, 뒷담화하지 않는 것 등을 기준으로 삼아 성경적 여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큰 틀을 마련한다.

다음으로는, 매달 좀 더 집중할 덕목들을 정했다. 성경적 여성성과 관련된 온유, 살림, 순종, 용맹, 아름다움, 정숙, 순결, 출산, 복종, 정의, 침묵, 은혜라는 12가지 덕목을 한 달씩 집중하여 실천해본다. 예를 들면, “살림”의 달에는 ‘<마사 스튜어트의 요리 학교>를 보고 요리를 한다(잠 31:15; 딛 2:5), <마사 스튜어트의 살림 핸드북>을 보고 청소를 한다(딛 2:5), 디너 파티를 연다(벧전 4:9; 히 13:2), 추수감사절 만찬에 사람들을 초대한다(벧전 4:9)’와 같은 실천을 하는 것이다.

해당 달의 주제 덕목을 길러내기 위한 그녀의 실천 목록은 성경 본문을 기반으로 한다. 거기에 관련 덕목의 오늘날 사회문화적 의미를 돌아보거나, 남편 ‘댄’의 일기를 통한 다른 시각을 비추기도 하며, 에반스가 운영하는 블로그 댓글들을 가지고 타인들의 반응이나 심경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성경적 여성성의 진정한 의미를 묵상해본다.
(체험 중 찍은 사진, ‘더 읽기’를 위한 추천, 매 장 마지막에 나오는 여성 성경인물 소개는 덤이다!)

책의 주제를 접한 후 저자가 성경적 여성성에 대한 편협하고 제한적인 접근을 하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주석들을 뒤지며 성경에서 여성에 대해 말하는 바를 고민하는 모습, 고대 성경의 명령대로 실천하고 있는 현대 여성들을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무엇보다 성경의 처음부터 끝까지 뒤지며 여성에 관한 내용을 따로 떼어 연구하는 모습은 그런 우려를 불식시켜주었다. 그녀의 도전은 상당히 균형 잡혀있고, 신뢰할만했다.

성경 문자에 기초해 형성해 온 그리스도인 여성성은 오늘날 어쩌면 길을 잃고 헤매는 중인지도 모른다. 레이첼의 자발적인 도전이 재미있는 실험 수준으로 그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의 수고를 통해 길어낸 통찰은 성경적 여성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그리고 그 교훈은 여성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그리스도인 전체로 확장되어 우리모두가 여성과 그리스도인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쯤되니 성경대로 살아본 그녀의 교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곧 <교회를 찾아서>를 읽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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