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적 인간 - 주는 마음의 비밀을 아시나이다
월터 브루그만 지음, 박형국.김상윤 옮김 / 한국장로교출판사(한장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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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브루그만의 시편 관련 저서인 <시편적 인간>(2017, 한국장로교출판사 역간), <브루그만의 시편사색>(2007, 솔로몬 역간), <시편의 기도>(2003, CLC 역간) 중 마지막 책으로 <시편적 인간>을 보았다.

이 책의 원제는 “From Whom No Secrets Are Hid”, 직역하면 ‘비밀이 숨겨져 있지 않은 사람으로부터’이다. 신앙인들의 삶을 위한 성공회 공동기도서에 등장하는 이 말을 시편 관련 책의 제목으로 차용한 이유는 “시편이 각 개인은 물론이고 공동체가 가진 마음의 모든 비밀한 사연들에 대해 해명을 해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5p)”이다. 시편은 하나님 앞에 나와 공동체의 비밀한 것을 드러내도록 격려하며, 그런 본보기를 보여준다. 우리는 그런 이들을 <시편적 인간>이라고 부른다.

책의 1장에서는「시편 개관」을 다룬다. 시편은 복잡한 형성과정, 다채로운 내용, 고도로 양식화된 대본, 과거의 다양한 상황을 재연하기 위한 구성, 문답 형식의 언약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감사와 찬양’ 혹은 ‘탄식과 불평’이라는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양극단 상황을 고백하는 시편은 신학적으로 ‘토라의 순종과 샬롬의 약속’ 및 ‘예루살렘, 다윗, 그리고 성전’이라는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춘다.

2장부터는 시편을 이해하는데 대두되는 핵심 주제들을 매장마다 다룬다. 2장의 주제는「시편의 역세상」인데, 시편을 읽다보면 ‘왜 우리는 시편이 우리의 신앙과 예배 그리고 영성에 있어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시편이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영향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 대부분은 시편 가운데 단지 여섯, 일곱 편만을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과 마주한다. 다르게 말하면, ‘왜 우리는 시편을 고집하는가?’, ‘왜 우리는 시편의 일부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가?’ 또는 ‘왜 우리는 시편과 애증의 관계를 맺고 있는가?’, ‘왜 우리는 이 신앙의 지침이 되는 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가?’(38p)의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브루그만은 시편이 우리를 ‘역세상’(the counter-world)으로 이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와 긴밀하게 연결된 이 세상을 뛰어넘는, 또는 완전히 다른 그 어떤 세상을 원하는 것이다(38p).” 세상과 다른 역세상을 추구하는 시편적 인간. 역세상에 대한 이해에 앞서 먼저 세상의 지배적인 이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결핍과 불안’, ‘탐욕’, ‘자기 충족’, ‘외면’, ‘절망’, ‘망각’, ‘규범 없는 세상’로 요약될 수 있다. 반면에 시편이 소개하는 역세상은 ‘참된 신뢰’, ‘풍요의 세상’, ‘완전한 신뢰’, ‘불편한 진실’, ‘희망의 세상’, ‘살아 숨 쉬는 기억’, ‘규범화된 신앙’이라는 표지로 우리를 인도한다. 하나님께서 부재한 세상과 철저하게 분리된 시편이 제시하는 역세상은 야훼 하나님이 주인공이시다. 하나님께 사로잡힌 자들의 노래인 시편은 ‘땅이 그 소산을 낼 것이다’, ‘하나님께서 상을 베푸신다’, ‘신뢰를 향한 부름’, ‘진리의 화자이신 하나님’, ‘약속을 지키시는 하나님’, ‘뿌리 깊은 기억의 공동체’, ‘가벼운 멍에와 쉬운 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편에서 우리는 가나안이라는 문화 안에 살아가는「이스라엘의 위험한 상상」(3장)을 발견한다. “시편은 계속해서 문화를 차용하여 우리를 오늘날의 거짓된 안녕과 맹목적인 순응 너머에 있는 복음의 세계로 인도한다(93p).”「찬양, 저항과 자기 포기」(4장)에서 말하듯 “찬양은 다른 모든 신들에 대항해서 하나님의 편에 서고자 하는 적극적인 행위(95p)”이기에 우리는 중단할 수 없다. 야훼는 모든 신들과 창조 세계를 다스리는 왕이 되신다.「승리의 대관식」(5장)에서 부르는 노래는 “하나님의 통치에 부합하지 못한 문화 속에서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희망하는 동시에 ‘그 새로운 통치에 지금, 여기에서 참여할 것이다.’라고 결단하는 것이다(117p).” “세상에서 자유롭기 위해 시편 공동체는 야훼를 삶의 자리로 초청한다(121p).” 혼돈 속 질서, 즉「무질서의 질서」(6장)를 이루어 내시는 분이 야훼이시다. “시편의 세상에서 예루살렘은 모든 창조의 중심으로, 하나님께서는 그곳에 임재하시며 이스라엘의 왕을 택하시어 그곳에 거주하게 하신다(161p).” 그러나 이스라엘의 진원지였던 예루살렘은 결국 파괴되었다.「슬픔의 도성 예루살렘」(7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교회 역시 복음의 진원지이지만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현실 가운데 오직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셔야 한다.

시편의 탄원시는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요구를 아뢴다.「불평, 탄원, 저항」(8장)의 모습은 우리의 신앙의 본질과 맞닿아있다.「시편 심리학」(9장)은 “감출 수 없는 은밀한 죄를 부정하기 보다는 하나님 앞에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가지고 나와 고백할 것을 제안(185p)”한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로 우리에게 익숙한 시편 23편은 ‘어찌 나를 버리셨나이까?’의 시편 22편과 함께 묵상해야 한다는 게「시편 22, 23편 함께 읽기」(10장)의 주장이다. 우리는 고통의 순간을 넘어 신뢰에 참여한다. 시편에는 다윗의 상황에 따른 노래들이 종종 발견된다. 다윗의 범죄 후 참회하는 시편에서「다윗을 위한 소심한 변명」(11장)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인간의 실패는 하나님의 자비 앞에 정직하게 놓였을 때 새로운 삶으로 움직인다는, 복음과 관련된 가장 심오한 신앙을 보여 준다(213p).”

응답되지 않은 기도는「식어 버린 기도」(12장)를 낳는다. 하지만 하나님의 응답이 없는 그 순간에도 불의한 상황에 대한 하나님의 교정을 집요하게 간청하는 자가 바로 시편적 인간이다. 지혜의 유산은 행위-결과의 연결 고리를 통해 공동체의 기틀을 존속시키는 진리와 이를 와해시킬 수 있는 위험요소를 구별할 수 있게 하였다.「지혜의 저장소」(13장)인 “시편은 동일한 신학적, 윤리적 성찰을 통해 젊은이들을 사회 규범에 맞도록 사회화시키는 기능을 했다(228p).” 무신론자들이 하나님을「유통기간이 지난 명품가방」(14장)으로 취급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것을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면 “자기 충족을 위해 재화를 소비하는 길과 바른 관계를 위해 교제를 실천하는 길에 대해 묘사(245p)”된다. 시편은「기억 공유하기」(15장) 방법으로서, “그 안에서 야훼는 이스라엘을 위해서 변혁적인 방식으로 일하시는 행위의 주체다(249p).”「감사의 시」(16장)인 시편의 “감사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요함에 대한 응답으로 ‘하나님께 대하여 부요함’을 유지하는 감각이다(269p).”

브루그만은 바로 시편에서 앞선 다양한 주제들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다채로운 모습들을 중심으로 고대 이스라엘 사회문화적 배경의 시편과 현대 사회에서 읽힌 시편의 의미를 함께 엮어냈다. 우리는 하나님께 모든 것을 토로하면서, 하나님의 승리하심을 굳게 신뢰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편적 인간됨이다.

시편을 입체적으로 읽기 위한 참고서를 찾는 자, 시편과 현대사회에서의 신앙생활을 연결시키고자 하는 자, 월터 브루그만 저서를 좋아하는 자라면 꼭 읽어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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