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제목을 차라리 〈세상과 소통하는 법〉이라고 이름 지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104쪽부터 112쪽까지의 ‘둔감’ 편(천천히 반응해야 속도를 따라잡는다)은 품격 있는 언어 사용법이라기보다는 대화 시 청자의 반응은 어떠해야 한다는 일반상식에 가까웠고, 181쪽부터 189쪽까지의 ‘전환’ 편(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역시 처세에 관한 이야기지 말의 품격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회의가 들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4강 ‘앞날’편, ‘연결’편, ‘광장’편 또한 그랬습니다.
사실 나는 지난주 토요일 노원문고에 들렀다가 책명이 마음에 들어(적어도 책명 하나는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출간 5개월만에 1판 33쇄까지 나왔으니까요.) 훑어보던 중 137쪽에 나오는 “內不足者 其辭煩 心無主者 其辭荒”(내면의 수양이 부족한 자는 말이 번잡하며, 마음에 주관이 없는 자는 말이 거칠다)이라는 문장에 필이 꽂히는 바람에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이 덜컥하니 구입했었으나, 그동안 이보다 더 관심도가 컸던 다른 책 두 권(<살아야 하는 이유>,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을 읽느라 어젯밤에야 겨우 책을 펼쳐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 ‘말의 품격’이라는 제명에 특별히 눈길이 갔던 것은 최근 들어 내가 감정언어를 거리낌 없이 쏟아내고는 이내 후회하고 반성하는 일이 부쩍 잦아진데다, 나아가 내가 사용하는 언어 자체에 과연 문제는 없는 것인지 돌아보기 위함이었으나, 이 책에서는 원하는 답의 절반 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나머지는 제 몫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높임말입니다. 왜 다른 나라 말에 없는 높임말이 우리 말에는 있는 것인지, 언제부터 나타난 것인지, 높임말을 누구에게 어떻게 사용해야 효과적인지, 화자와 청자의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다루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