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있을 때에는 홀로 있는대로, 사람과 함께 있으면 함께 있는대로, 나는 그 안에 있을지언정 늘 나와 다른 것들은 섞이기 어려웠습니다. 매몰될 수 없다는 자의식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그 자의식을 있는 그대로 표출할 수야 없었지요. 아하,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그냥 속으로 느끼고 지나칠 뿐이었습니다.
그랬던 내가,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작은 일에 흥분하고 화를 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이제는 오히려 어린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 때는 나이 30이 되고 40이 지나 50이 되면 내 얼굴에 책임지는 사람이 되리라는 신념이라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수록 내 그릇이 작아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이러면서 내가 퇴행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합니다.
실로 오랜만에 펼친 책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법정의 말씀을 인용하며 나를 달랩니다.
˝우리의 육신은 잠시 걸치고 있는 옷일 뿐입니다. 육신에는 세월이 있을지언정 영혼에는 나이가 없기 때문에 영혼의 나이를 생각하며 산다면 지금 ‘ABC‘부터, ‘하늘 천 따 지‘부터 시작해도 되는 겁니다. 내가 이 나이에 뭘 하겠느냐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성장을 포기하는 일이지요. 동서고금의 위인들 생애를 보면 늘 새로워지려고 노력하고 죽는 날까지 탐구를 멈추지 않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일찌감치 틀에 갇힌 채 ‘내 나이가 벌써 불혹이구나‘, ‘고희인데‘하는 생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포기합니다.˝
그렇습니다. 일신우일신, 어제의 나는 내가 아니요, 내일의 나는 분명 오늘의 내가 아닐 것입니다. 비록 나의 성장곡선이 미시적 관점에서는 단기간 등락을 거듭하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는 분명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을 믿으며, 겁없이 또 오늘 하루를 살아내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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