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째 계속해온 일, 언제부턴지 이 일이 하기 싫어졌습니다. 매너리즘과 좌절, 꼬이는 인간관계,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과거에 이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 등 복합적 원인들이 얽히고 설켜서 진퇴양난에 빠져 있던 지난주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필기구를 사러 상계동 노원문고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지요.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신간 코너에 전시된 이 책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이 가더군요. 주욱 훑어보다가 내 머릿속에 번쩍하며 내리꽂히는 문장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나니‘(<전도서>제3장) - p.93

사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문장을 수 백 수 천 번도 더 뇌었을지 모릅니다. 일이 안풀릴 때, 시험을 잡쳤을 때, 내일 해야 할 일 때문에 불안하여 잠을 못 이룰 때, 주로 부정적인 상황에서 나를 위로할 때 많이 떠올린 말입니다. ˝그래, 네가 그 동안 방치했기 때문에 일이 이 지경이 된거야. 모든 일에 때가 있는데, 이제와서 어쩌겠니? 포기하자.˝는 식으로 말이죠. 
※ 나는 ‘나‘와 대화할 때 항상 ‘나‘를 ‘너‘라고 부릅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해석하더군요.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면서 ‘그때‘를 기다릴 것.  - p.96

일요일 오전 불암산을 올랐습니다. 세상이 새롭게 보이더군요. 사고의 지평이 새롭게 열렸습니다. 

이 책은 불확실성의 세상에서 나를 잃지않고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지금‘, ‘여기‘를 열심히 살되, 한가지 일에 올인하지 마라. 쓸모없음도 효용이 있으니, 무엇이든 항상 고민하라. 독서(역사, 고전 등 인문학)를 통해 유연한 사고를 길러라. 

요즘은 자아상실의 시대가 아니라 자아집착의 시대인 것 같습니다. 나를 버리는 연습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나를 버리는 것이 나를 지키는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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