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는 날.
생각 나는 사람.
몇년 전 어찌어찌해서 친구의 교수님 집에 몇달 머물렀던 적이 있었다.
그 전에도 친구 따라 저녁 먹으러 가곤 해서, 나름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그 집에 지내는 동안은 일생에 한번...죽도록 바쁜 시기여서
교수님과는 자주 마주치지 못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12시가 가까이 되서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려는데,
평소 와인을 즐겨 마시는 교수님은 그날도 거하게 취한 얼굴로 다가와서 인사를 전했다.
요즘 왜케 바쁘냐. 멀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등등 걱정을 한가득 늘어놓으셨다.
그래서 나는 원래 이렇게 사는 사람이 아닌데, 지금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졸업은 해야하지 않겠냐며..
그러고 너는 나보다 천배는 열심히 살았을 것 같은데...
그러더니..그렇게 살아봐서 더 얘기해주고 싶다면..졸업해도..논문 많이 써도..등등..
일반적이고 상투적인 삶의 허무를 늘어놓으셨다.
사실 그분 매우 유명한 분이시다. 그리고 자신의 일을 사랑한신다고 맑은 정신으로 자주 이야기 하신다.
인생의 찬란함만을 내세우지 않고,
삶의 고단함과 허무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눈부신 사람..
리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