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의 서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볼티모어의 서』는 골드먼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성장기를 다룬 성장소설이자, 골드먼가 사람들의 흥망성쇠를 보여주는 회고록이기도 하다.

골드먼 집안에는 '볼티모어 골드먼'이라고 불리는 가족과 '몬트클레어 골드먼'이라고 불리는 두 가족이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편의상 사는 지역에 의해 볼티모어와 몬트클레어로 구분해 불렸지만 곧 볼티모어 골드먼은 성공의 상징이자 부의 상징이 되었고, 몬트클레어 골드먼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소시민의 상징이 되어버린다. 

그도 그럴것이 책의 화자이자 몬트클레어 가족의 외동아들인 마커스의 큰아버지 사울과 큰어머니 아니타는 성공한 변호사와 의사로 상류층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대저택에 살면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린데 반해 마커스의 아버지와 어머지는 엔지니어와 의류 판매사원으로 지극히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시절 마커스는 부유하고 여유로운 큰아버지 가족의 삶을 항상 부러워했고, 자신도 몬트클레어 골드먼이 아니라 볼티모어 골드먼가의 일원이 되길 꿈꾼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볼티모어가에 자주 드나들게 되면서 사촌인 힐렐과 그의 친구 우디와는 항상 붙어다니며 '골드먼 갱단'이라는 이름을 짓고 변치않는 우정을 약속한다.

그렇게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던 볼티모어 가족들에게도 서서히 불행의 그림자가 드리우지만 마커스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결국 비극적인 그날의 사건을 맞이하고야 만다.  

앞에서 말했듯이 골드먼 집안의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의 기록이라 상당히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주인공인 마커스와 힐렐, 우디, 그리고 골드먼 갱단의 뮤즈인 알렉산드라까지 골드먼가의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자라났는지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을 보여주며 성장소설과 같은 구성으로 진행된다. 그렇기에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약간 밋밋한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의외로 아이들이 겪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시시하지가 않다.

그저그런 평범한 성장기에 그칠 수 있었던 이야기가 조엘 디케르라는 작가를 거치면서 등장인물들이 단순히 책 속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친구 또는 사촌으로 느껴질 정도로 살아숨쉬는 생명력을 갖게 된다. 그래서 독자들은 나중에 일어날 비극적인 사건에 더 안타까워하며, 그들의 어린시절을 함께 회상하고 추억하게 된다.

 

이야기는 마커스가 작가로서 성공한 현재의 삶과 과거 볼티모어가에서 골드먼 갱단으로 사촌들과 함께 했던 회상 장면이 교차로 진행된다.

현재 마커스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과거 엄청난 부와 명예를 지녔던 큰아버지의 삶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큰아버지가 지금과 같은 인생을 살게 됐는지 과거 사건들을 하나둘씩 보여주며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해낸다.

마커스 또한 골드먼갱단의 유일한 여성 멤버였던 알렉산드라와 우연히 재회하면서 과거에 두 사람이 연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만 두 사람 또한 비극적인 그 사건 때문에 헤어지고 말았다는 사실이 나온다.

볼티모어가 사람들과 마커스에게 파국을 가져온 그 날의 사건이 도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궁금증은 더해가지만 비극적인 사건이 정확히 어떤 것이었는지는 후반에 가서야 결정적인 실체를 드러낸다. 그래서 결국 독자들은 엄청난 양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책에서 손을 놓을 수가 없게 된다.


주인공인 마커스는 명성과 부를 모두 지니고 있었던 큰아버지 가족을 동경했고, 사촌 힐렐의 뛰어난 머리, 우디의 멋진 외모와 운동신경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중에 결국 그들 또한 마커스를 부러워했음을 고백하고 서로를 질투했음을 알게된다.

인간은 왜 이리 어리석은지 항상 내가 가진것 보단 남이 가진게 더 좋아보여 가지지 못한 것을 욕심내다 결국은 손에 쥔 것까지 모두 잃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뒤늦게 자신이 가진 것들이 얼마나 값진 것이었는지 깨닫고 후회한다.

만일 그들이 현재에 만족하고 서로를 좀 더 소중히 여겼다면, 볼티모어 골드먼들을 덮친 그날의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타인이 가진 것을 욕망하고 질투하는 순간 내가 누렸던 평범한 일상과 주변의 사람들이 시시하고 대수롭지 않아진다. 그럴때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은 모래처럼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고 평온한 일상에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게 된다. 볼티모어가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고, 되돌리기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인생이 산산조각 나버린다. 남들이 보기엔 그저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겠지만 실상 알고보면 아주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 볼티모어의 서』 는 완벽한 행복 속에서도 만족하지 못하는 인간의 욕망과 질투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만일 이 책에서 엄청난 서스펜스와 스릴,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심과 나약함에 공감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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