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밀레니엄 (문학동네)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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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2011년에 출간된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밀레니엄 시리즈의 1편이다.

이 시리즈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한국에서 책이 출간되기도 전에 이미 영화로 제작돼 다음해인 2012년에 개봉했고,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 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거뒀다.


밀레니엄이란 제목은 주인공 미카엘이 편집장으로 있는 잡지 '밀레니엄' 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야기의 시작 또한 미카엘과 잡지사의 위기로부터 출발한다.

편집장인 미카엘은 어느날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 로베르트로부터 스웨덴 금융가의 스타 벤네르스트룀의 비리를 제보받게 된다. 미카엘은 제보받은 사실을 기사로 실어 벤네르스트룀의 비리를 고발했지만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고 재판에서 지게돼 3개월의 실형과 어마어마한 벌금을 선고 받는다.

그 때 마침 엄청난 재벌이자 재계의 유력인사 헨리크로부터 자신의 조카 손녀인 하리에트의 실종에 관한 진실을 밝혀달라는 제안을 받는데, 헨리크가 대가로 제안한 엄청난 돈도 돈이지만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장본인인  벤네르스트룀의 목을 갖다 바칠 수 있는 정보를 알려주겠다는 말에 혹해 일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후 미카엘은 하리에트의 실종사건을 조사하면서 방에르 가문 사람들의 추악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천재적인 해커이자 조사원인 리스베트의 도움을 받아 함께 사건을 수사해 나간다.



일단 책을 다 읽는데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야기의 주된 사건은 하리에트의 실종이었지만 평범한 집안의 인물이 아니라 재계 유력인사인 방에르 가의 자손이다보니 여기저기 연관된 인물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몇 세대에 걸친 사건이라 얽히고 설킨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게다가 인물들의 이름 또한 흔하게 접하기 쉬운 미국식 이름이 아니고 스웨덴 이름이라 길기도 길고 생소했다. 

작가는 독자들의 이런 어려움을 미리 예상했는지 책 도입부에 방에르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지도와 주요 인물들을 정리해 놓았으며, 중간에는 방에르가의 가계도가 등장한다.

​여튼 이런 복잡한 실종 사건에다 미카엘이 조사했던 벤네르스트룀의 불법 자금세탁이나 금융계 비리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나오다보니 대충대충 읽어나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많은 등장인물과 여러가지 복잡한 상황들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렵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는데 이는 거미줄처럼 얽힌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과 탄탄한 스토리가 지닌 힘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방대한 이야기 속에서도 독자들은 헤매지 않고 작가가 이끄는대로 마지막 장까지 읽어내려갈 수 있다. 

이 책은 여러가지 장점들을 지니고 있는데 탄탄한 스토리도 스토리지만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이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을 지녔지만 각자의 개성을 지닌 인물들로 어떻게 보면 심하게 별난 캐릭터들이라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 중에서도 리스베트란 인물이 가장 눈에 띄는데, 그녀는 천재적인 두뇌를 지녔지만 사회적으로는 철저히 고립된 생활을 한다. 외모 또한 보통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밝고 곧은 성품의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전형성에서 크게 벗어나 피어싱과 문신으로 온몸을 도배하고 오토바이를 즐겨타는 한없이 다크(?)한 해커로 등장한다. 이런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볼 수 없었지만 앞으로도 한 동안은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을정도로 독특한 인물이면서도 뛰어난 지력과 탁월한 추리력으로 독자들을 매혹시킨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은 한 여성의 실종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스릴러적 요소로서 작용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제 스웨덴에서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고발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의 제목에서도 버젓이 스포(?)를 하고 있듯이 소설에서는 철저히 짓밟히고 유린당하는 여성들의 실상에 대해 그려내고 있다. 이는 작가가 실제로 어린시절 목격한 사건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그 사건 이후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쓰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밀레니엄 시리즈는 미카엘이라는 남자 주인공이 주된 화자로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긴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는 항상 여성이 있으며, 여성들이 더 강인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하기도 한다.

 


밀레니엄 시리즈 자체가 워낙 유명하다보니 재밌다는 이야기는 진작에 들었지만 계속 이어지는 시리즈물이라는 것 때문에 차일피일 미뤄왔다. 하지만 이번에 직접 읽어보니 이 책이 왜 그렇게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는지 알 수 있었다.

만일 혹시라도 나와 같이 시리즈물이라는 점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한 편마다 독립된 결말로 구성되어 있어 1편만 읽는다고해도 전혀 문제가 없으니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만 일단 1편의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나도 모르게 뭔가에 홀린듯 2편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

엄청난 가독성과 탄탄한 스토리 덕분에 일단 1편을 시작하면 끊을 수 없는 마약과 같은 재미가 있으니 추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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