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곽재식 지음 / 엘릭시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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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특이한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독특하고 기발한 구성방식과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문제편, 풀이편, 해답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의 결말은 마지막 해답편에 가서야 속시원히 해결된다.


이 기묘한 이야기는 기나긴 백수생활을 청산하고 싶었던 주인공 '한규동' 이 수상하기 짝이 없는 차세대 인터넷 미디어 벤처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면서 시작된다.

회사의 면접시험은 세 가지 이야기 중에 골라서 한가지 이야기를 하는 것.

정체를 알 수 없는 회사만큼이나 예측할 수 없는 '이인선' 사장이라는 자가 제시한 주제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 내가 아는 이야기 중에 가장 무서운 이야기

2. 남들 돈 번 이야기 중에 가장 기막힌 이야기

3. 누구 바람난 이야기 중에 최대한 길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


도대체 이런 이야기로 무슨 평가를 하겠다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어디라도 '합격'이라는 걸 해보고 싶었던 마음에 규동은 자신이 아는 " 가장 무서운 이야기 " 를 하기로 한다.

 

약 400페이지 가량의 분량으로 구성된 책에서 규동이 자신이 아는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130페이지 가량이 "문제편"에 해당하고, 이후에 이인선 사장과 규동이 이야기에 얽힌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이 200페이지에 걸쳐 "풀이편" 으로 진행된다.

전체 분량 중 4/1 이상이 무서운 이야기를 묘사하는데 할애되어 있는 만큼 규동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규동이 알고 있는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1940년대 옷 공장에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일제시대 '임만섭'이라는 자가 일본인들에게 온갖 아부와 로비를 하면서 공장을 성장시켜가는 과정과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여공들에게 각성제를 주사하면서까지 무리한 노동을 시키고 결국엔 집단 자살인지 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무서운 이야기라는 주제로 스토리가 진행 되는데, 사실 가장 무서운 이야기라고 부를만큼 무섭지는 않았다. 물론 강제로 각성제를 주입당하다 결국엔 거기에 중독돼버린 여공들의 광기와 집단자살로 추정되는 의문스러운 죽음이 섬칫하긴 하지만 그게 가장 무섭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규동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면접관인 이인선 사장은 시종일관 논리적이고 사실적 근거를 따져가며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실제에 가까운지 검증해보려고 하기 때문에 독자들 또한 규동의 이야기를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로만 받아들이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문제편이 끝나면 풀이편을 통해서 규동이 들려준 이야기가 단순히 괴담으로만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옷 공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거기선 아직도 죽은 여공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이야기 속 임만섭의 공장으로 추정되는 곳을 방문했다가 직접 귀신을 목격하고 그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추적을 시작한다.

사실 문제편에서 규동이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보다는 풀이편에서 진실을 추적해 가는 과정이 더 공포스럽다. 여기선 진짜로 귀신이 등장한다. ㅎㄷㄷ

​이 과정에서 '이인선' 이라는 인물의 진가가 발휘되는데 자출신 특유의 예리한 감과 비상한 머리로 귀신의 존재를 파헤친다.

 


마지막 해답편에서는 무서운 이야기의 실체와 귀신이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 밝혀지는데 비교적 길었던 문제편과 풀이편에 비해 해답편은 너무 짧게 끝나 아쉬웠다. 차라리 문제편을 축약하고 해답편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원래 10부작 정도로 기획되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흥미로운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반해 그들에 대한 묘사가 많지 않아 아쉬웠다. 특히 이인선 사장에게는 숨겨진 스토리가 더 많을 것 같은데 여기서는 아주 일부분만 밝혀져 있다.

하지만 캐릭터 자체가 워낙 독특하고 매력적이라 추후에 시리즈로 나올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만일 앞으로 시리즈물로 계속해서 작품이 이어진다면 이 책에서는 알 수 없었던 등장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밝혀지길 기대해본다.


혹시 제목 때문에 엄청나게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문제편'까지만 읽고 약간은 실망할 수 있지만 '풀이편'과 '해답편'에서는 그런 실망이 사라질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가 이어지니 혹여 문제편이 무섭지 않다고 책장을 덮으려 한다면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니 꼭 풀이편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가장 무서운 이야기 사건』 은 "가장 무서운 이야기" 보다는 "사건" 에 방점이 찍혀 있는 소설이다. 귀신이 등장하는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현상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추리해가는 이야기이니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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