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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브리타 뢰스트룬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8월
평점 :
아랍계인 '만체보 씨'는 프랑스 파리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고 있다. 사촌 타리크는 식료품 가게 길 건너 맞은편에서 구두 수선가게를 운영하고, 매일 같은 시간 만체보 씨네 부부와 함께 점심을 먹는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저녁 9시에 문닫는 똑같은 일상을 몇 십년째 반복하고 있던 그에게 어느날 갑작스러운 미션이 주어졌다. "제 남편을 감시해주세요."
이런 부탁을 한 사람은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캣'이란 여자로, 작가인 남편이 다른 여자와 외도 중이라고 의심한다. 하지만 항공사 승무원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자주 집을 비우는 그녀가 남편을 항상 감시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그녀는 고민 끝에 식료품점 앞 의자에 앉아 항상 가게를 보고 있는 만체보 씨라면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고 남편을 감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소 황당할 수도 있는 그녀의 제안을 받고 만체보 씨는 간만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최근 큰 사건을 해결한 후 극도의 피로로 인한 우울증을 진단받은 엘레나는 어느 날 커피숍에서 처음본 남자에게 질문을 받는다.
"혹시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계신가요? " 자신은 물론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고개를 저었지만 갑자기 기자로서의 호기심이 발동한 그녀는 자신이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버렸다. 그 날 이후 그녀는 프랑스 굴지의 에너지 기업 꼭대기 층에서 이메일을 전달하는 일을 맡게 된다.
원래 벨리비에 씨를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누구였으며,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도대체 무엇인지 시간이 갈수록 그녀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무료한 일상에서 잠깐의 일탈과 충동으로 알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인 두 사람에겐 과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살인사건과 같은 자극적이고 잔인한 사건이 주로 등장하는 미스터리에 비해 일상에서 소소하게 벌어질 수 있는 미스터리를 '코지 미스터리'라고 부른다. 『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는 이런 코지 미스터리 장르에 가깝다.
지극히 평범한 주인공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미스터리한 사건. 두 주인공에게 벌어진 사건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마지막에는 두 사람의 사건이 중첩되면서 서로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 드러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벌어질 경우 두 이야기가 서서히 오버랩되지만 이 책에서는 거의 마지막까지 상관관계를 쉽사리 짐작할 수 없기 때문에 독자들은 마지막 책장을 모두 덮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만체보 씨는 처음에는 호기심 반, 책임감 반으로 의뢰인의 남편을 감시한다. 하지만 일을 계속하면서 그 동안 자신이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면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너무나 잘 안다고 생각했던 가족과 주변사람들의 비밀이 하나 둘 씩 밝혀지고, 상황은 점점 더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 책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평범한 일상과 관계 속에서 가끔은 자신과 주변을 새롭고 흥미로운 시선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선을 아주 조금만 바꾸면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도 반짝이고 설레이는 하루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만체보 씨가 알려주는 무료하고 따분한 일상을 날려버리는 방법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