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사냥꾼 케이스릴러
김용태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모든 사건의 시작은 바로 이 곳, 구와로 돌아오면서부터였다.

'희령'은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시면서 고향인 구와면을 떠나 수도권에 있는 사립 명문고로 전학을 하게 된다. 그 후 이혼의 아픔을 겪고 딸 별이를 데리고 재혼한 후에도 쭉 서울에서 살았지만 기자인 남편의 실직과 생활고로 결국 구와로 돌아오게 된다. 희령이 구와에 정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와면에 운석이 떨어지게 되고, 그 날 희령의 딸인 '별이'가 실종된다.

희령과 남편 '면수'는 이상하게 딸을 찾는데 소극적인 경찰을 믿을 수 없어 직접 나서게 되고, 전직 기자였던 면수는 의심가는 동네 사람들을 조사하던 중 모든 사람들이 한 인물과 어떤 사건에 연관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사람은 바로 구와 토박이이자 교감으로 퇴직한 후 지금은 교회의 장로인 전장로, '전종만'이었다. 그리고 전장로와 아내 희령이 얽혀있던 그 날의 사건이 딸의 실종과도 연관돼 있을 거라고 예감한다.

16년 전, 전장로와 희령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지, 그리고 이번에 떨어진 운석과 딸의 실종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 파고들면 들수록 진실은 미궁에 빠지고 결국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들 중 두 사람이 사망하게 되는데...

 

이야기는 일반적인 장편 소설에 비해 초반 스타트가 빠른 편인데 거의 몇 페이지가 넘어가자마자 구와에 운석이 떨어지고 연이어 딸이 실종된다. 그 이후부터는 면수와 희령이 딸을 찾아 주변을 탐문하는 것이 주된 이야기를 이루면서 장거리 레이스로 돌입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초반의 빠른 전개에 비해 진전이 더딘 편이었다. 본격적으로 딸을 찾아나서기까지 부부 간의 갈등이나 주변의 모든 마을 사람들이 범인인 듯 시종일관 의심스러운 분위기를 계속해서 풍길 뿐 별다른 진행이 없어 약간 느슨했다.

스토리만 보자면 희령이 자신의 딸을 찾기 위해 범인을 찾아나가는 스토리가 진행될 거라고 예상되지만 의외로 의붓아버지인 면수의 추적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동안 별이에게 살갑게 대하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며 이번에야말로 진짜 아빠로서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아내인 희령이 구와를 떠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에 대해서도 깊이 추적하면서 16년 전의 그 날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쳐 나간다.

그리고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자 주인공이기도한 희령은 예민하고 약간은 히스테릭한 면이 있으면서 동시에 딸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남다른 인물로 나오는데 솔직히 한숨이 나올 정도로 한심한 캐릭터였다.

사실 희령은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일지 짐작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저질렀던 그 날의 일에 대해 의식적으로 회피하면서 딸의 실종이 자신과는 무관할 것이라는 바람을 끝까지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희령이 무능력하다고 비판했던 남편 면수의 책임감과 기자로서의 탁월한 감이 딸을 찾는데 더 큰 공헌을 했고, 희령은 진실을 숨기는데 급급해 딸을 찾는게 방해만 됐다.

 

 

이 책에는 엄청난 반전이 있지는 않다. 처음부터 의심스러운 인물이 결국 범인이었는데 요즘같이 반전에 대한 강박이 많은 책들 사이에서 오히려 반전이 없는 것이 신선하기도 했다.

그리고 스토리 자체는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지나치게 16년 전의 그 사건에 대해서만 집중하면서 막판에는 그 사건이 뭔지에 대해서 궁금증이 증폭되기 보다는 오히려 식상해진다는 느낌이 있었다.


『 운석사냥꾼』은 어느날 갑자기 떨어진 운석과 딸의 실종이라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결국엔 인간의 탐욕과 죄책감, 그리고 속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희령은 처음부터 모든 문제의 답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려움과 이기심으로 끝까지 자신의 죄를 외면함으로써 모든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자신이 그토록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죄의 십자가는 결국엔 부메랑이 되어 자신의 가족까지 위험하게 만들었고, 숨기고 피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더 자신을 옥죄어 왔다. 나중에야 진정한 반성과 사죄 없이는 죽는 날까지 자유로워질 수 없을 것이란 걸 깨닫지만 그 땐 이미 너무나 멀리 와버린 상황이었다.


만일 희령이 조금 더 일찍 용기를 냈더라면, 그 날의 비극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뒤돌아 후회해도 때는 이미 늦으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