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판 오만과 편견
이한월 지음 / 청어람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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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굳이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알만큼 유명한 고전이다.

그만큼 영화나 책 등 수도 없이 많이 리메이크되거나 혹은 패러디됐다. 심지어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라는 영화까지 나올 정도이니 그 유명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원작인 오만과 편견은 지체높은 가문의 오만한 남자 다아시와 편견에 사로잡힌 여자 엘리자베스가 만나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런 두 사람이 시대를 옮겨 조선시대에서 태어났으니 "심도헌"과 "이연리" 이다.

제인 오스틴의 열렬한 팬이자 영화 오만과 편견을 보며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는 작가의 후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선판 오만과 편견』은 말 그대로 오만과 편견을 조선시대 버젼으로 리메이크해 놓았다.

단순히 제목이나 모티브만 빌려온 것이 아니라 ​내용을 그대로 가져오되 조선시대라는 배경에 맞게 각색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전의 조카이자 세도가 집안의 자제인 '도헌'은 원리원칙 주의자로 잘 모르는 사람과 말을 섞는것 조차 좋아하지 않는 무뚝뚝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이었고, '연리'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청렴하고 올곧은 종친의 자제로 영리하고 당찬 성격이었다. 연리는 당시 여성들이 글을 배우지 않았던 조선시대라는 상황에 맞지 않게 논어와 공자를 읽으며 군자의 도리를 논할 수 있는 보기 드문 여성이었다.


" 재산깨나 있는 사내에게 부인이 꼭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하는 진리였다. 그래서 그런 남자가 고을에 들어오게 되면, 혼기가 찬 딸을 가진 집에서는 마음대로 그 남자를 자기 딸에게 적당한 배필로 점찍었다. 물론 그 부모들은 딸이나 사내의 마음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건 장연에 사는 혜인 홍씨도 마찬가지였다. " (p21)


원작 오만과 편견의 첫 문장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 조선판 오만과 편견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한다.

홍씨가 재산이 많은 자에게 자식들을 시집보내고 싶어한다는 속물적인 성격을 잘 드러내는 동시에 연리의 어머니가 두 사람이 만나게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예상대로 홍씨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지체높은 집안의 사윗감 후보들에게 딸들을 선보이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연리는 처음 만난 도헌의 무뚝뚝하고 말수 없는 모습에 거만하다는 편견을 가지게 되었고, 도헌은 처음 본 사이에 대놓고 혼인을 이야기하는 홍씨의 허영 가득한 말과 행동, 그리고 그들의 허름한 집안형편에 자신과는 격이 다르다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첫인상만으로 서로를 오해해 원수지간이나 다름없는 사이가 된다.

그 후 두 사람은 어떤 사건을 계기로 오해를 풀게되고 서로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다.

 

『조선판 오만과 편견』에서는 일반적인 로맨스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격정적이고 애틋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두 사람의 사이는 예상보다 좀 밍밍한 편이다. 서로 조아하면서도 흔하디 흔한 키스신 하나 없이 결혼에 이르게 되니 말이다.^^;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충실하게 반영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다양한 심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선입견과 편견으로 인해 타인을 얼마나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지, 속물적 근성과 진정한 사랑사이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본성등 여러가지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작품은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스토리에 조선시대라는 배경을 반영하여 탄생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원작과 크게 다른 스토리나 열정적인 로맨스를 기대한 사람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첫 눈에 반해 불타오르는 사랑보다 각자가 처한 상황과 배경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서서히 가까워져 가는 두 사람의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사랑에 공감하거나, 혹은 원작에 충실한 이야기를 기대한 독자라면 만족할만한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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