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맨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3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립맨』의 부제는 범인에게 고한다2 이다.  '범인에게 고한다' 와 중복되는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전작에 나오는 사건이 대화 중에 언급되기는 하지만 전작을 보지 않았어도 립맨을 읽는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 그러니 혹시나 범인에게 고한다를 보지 못해서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중이라면 주저없이 읽어보길 권한다.

일단 600 페이지에 달하는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나 흡입력이 상당히 좋은 작품이다. 그래서 딱히 길어서 지겹다던가 스토리가 늘어진다던가 하는 느낌없이 마지막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소재가 우리 생활과 상당히 밀접한 보이스피싱과 유괴이기 때문에 더 피부에 와닿아 실감나기도 했고 흥미로웠다.

​립맨의 주인공은 도모키와 다케하루 형제다. 어릴 때부터 공부와는 담쌓고 지낸 동생 다케하루와 달리 형인 도모키는 대학교 진학까지 나름 엘리트 코스를 밟아 간다. 하지만 갑작스런 부모님의 교통사고와 더불어 취직이 힘들던 시기, 어렵게 취직한 회사 미나토당이 유통기한 위조로 거의 경영파탄 상태가 된다. 그러자 회사에서는 입사 예정자들에게 강제로 입사포기를 권유했고, 이 일은 결국 도모키의 인생을 크게 엇나가게 만들게 된다.
그 후 생계가 곤란해진 형제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보이스피싱 업체에 발을 들이게 되고, 그것이 훗날 유괴사업까지 함께한 천재 범죄자 이와노와 만나는 계기가 된다.


​립맨의 초입부는 도모키의 시선에서 진행되지만 결국 사건의 큰 축에는 '이와노'와 '마키시마'가 등장한다. 이와노가 예측 불가하고 기발한 범죄를 설계하는 천재 범죄자라면, 그 반대편에는 뛰어난 직관력과 추리력으로 범인을 쫓는 마키시마 형사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미 소설에는 뛰어난 인물 한 명의 활약으로 사건이 해결되는데 반해 립맨에서는 팀장인 마키시마를 비롯해 특별수사대라는 조직에 속한 여러명의 형사들이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일본 특유의 집단문화의 영향인지 몰라도 일본 소설에서는 경찰 조직내 위계질서나 팀워크에 대해 그려낸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는 립맨에서도 예외가 아닌지라 마키시마의 탁월한 리더쉽과 수사능력도 빛을 발하지만 마키시마를 보좌하는 형사들 또한 각각 개인의 능력과 개성이 두드러진다. 

이런 특별수사대 형사들의 각기 다른 매력을 보는 것도 립맨에서 느낄 수 있는 잔재미 중 하나다. 그 중 오가와와 아유미 콤비는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마지막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아무래도 이야기의 소재가 보이스피싱과 유괴이니만큼 그 수법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와있는데 혹시나 이 책을 보고 실제로 따라하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치밀하고 정교한 플랜이었다. 그리고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수법 외에도 다양한 기법들이 나와있어 미리 알고 있다면 실제 보이스피싱 예방에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사실감 넘치는 묘사들은 백프로 작가의 상상력으로만 이루어졌다기 보다는 실제로 이뤄지는 범죄를 참고한 듯 마지막 장에는 참고 문헌에 관한 정보가 나와있었다. 그만큼 사건 묘사들은 현실감 넘쳤고 크게 잔인하거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계속해서 긴장감을 잃지 않게 만들었다.


인간은 아주 사소한 계기로도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도모키 또한 원래는 지극히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하지만 잇따른 불운이 겹치면서 순간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되고,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은 그의 인생을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게 만든다.
도모키와 다케하루 형제들같이 평범한 인물들도 순간의 판단착오, 혹은 지나친 욕심으로 범죄에 발을 들일 수 있는 것이다. 

운전 중 잠깐 몇 초의 졸음은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위험한 행동이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이번 한 번만 딱 눈감고 저지른 그 행동이, 나중에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잠시 외면한 그 한순간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 수도 있으니 눈을 크게 뜨고 현혹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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