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혼
황희 지음 / 해냄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떠난 것들은 무엇으로든,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돌아온다고 믿는다."  고 했다.


이 책은 이런 작가의 생각이 반영된 이야기로 세상을 떠났던 자들이 다시 살아 있는 자로 돌아오게 되는 과정과 사연들에 관해 그리고 있다.

등장인물들이 꽤 많은 편인데 서로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인물들이 각자 나름의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 각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따로 진행되다보니 처음에는 그들이 서로 어떤 사연으로 얽혀있는지 알 수 없다.  심지어 국적 조차 같지 않다.
하지만 책장이 넘어갈 때마다 각 인물들간의 연결고리가 하나씩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얽히고 설킨 그들의 인연이 한데로 뭉쳐진다.

 

"란코"는 도쿄에 있는 라멘집에서 일하고 있다. 시어머니의 엄청난 시집살이로 고생하고 있고, 남편은 병 때문에 제대로 일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지낸다.
그런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어린 아들 히카루와 글 쓰기다. 때때로 공모전에 소설을 내지만 매번 떨어지고 만다.

 

"양희주"는 치매노모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싱글 여성이다. 그녀는 표지 일러스트를 그리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엄마를 편안히 모시기 위해 차를 사고 싶지만 남자친구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이번에는 꼭 받아내고야 말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강주미"와 "강나영"은 자매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곽새기"라는 인물로부터 쫓기면서 그녀들의 일상은 망가졌다.
부모님은 실종되고 두 사람은 허름한 여관을 전전하며 도망다니고 있다.

 

"이시현"은 약사다. 사고로 다쳐 다리 한 쪽을 절게 되었고, 다리를 고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면서 여자친구를 외면해 버렸다.
다시 한국으로 귀국해 약국을 운영하며 전 여자친구를 애타게 찾고 있다.

 

"상원"은 아버지의 기사식당을 도와 일을 하고 있다.  그는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지고 있다.
열다섯 살 눈길에 미끄러져 의식을 잃었을 때 저쪽 세계의 "동욱"이 상원의 몸에 숨어 들어 그날 이후 쭉 함께 살고 있다.

 

 

『부유하는 혼』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사람의 '혼' 이 자리잡고 있다.
자살하는 사람, 혹은 사고로 의식불명이 되는 사람 등 여러가지 사연으로 원래 몸의 주인인 자의 혼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때를 틈타 다른 혼이 그 몸을 차지할 수 있다. 
겉은 내가 어제까지 내가 알던 그 사람이지만 속은 그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것, 죽은 줄로만 알았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몸을 빌어 살고 있는 것. 모두 생각만으로도 섬뜩한 일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주로 희주와 노모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희주는 이야기의 비중이 큰 만큼 나름 주인공 격인 인물인데 거의 초반에 죽음을 맞이해서 놀랐다.  초반부터 죽는 주인공이라니...
하지만 혼을 다루는 내용답게 죽는다고해서 그걸로 끝은 아니다. 희주의 이야기는 마지막에 깜짝 놀랄만한 반전이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희주는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죽게 된 후 혼자 남게 될 치매 노모를 걱정하며 죽어서도 엄마의 곁을 맴돌게 되고,  노모는 온전하지 않은 정신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딸이 곁에 있는 것을 느끼며 희주를 찾아 헤맨다. 이 모녀의 사연이 비록 소설일지라도 안타깝기도 하고 짠해서 감정이입을 하며 읽게 됐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에 대해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필력 때문이기도 했는데 흡입력이 엄청나서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사연으로 맺어져 있는지,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떻게 산 자의 몸에 들어가 대신 삶을 이어나가고 있는지, 그리고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 어떤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지 하나둘씩 궁금증이 해결되면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 않고 달리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시작과 끝에 예상치 못한 어떤 인물이 숨어있으니 별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야기도 놓치지 않는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사소해보이는 모든 사건에도 다 이유가 있다. 프롤로그도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 말것.

 

『부유하는 혼』은 단순히 죽은 자의 혼이 다른 이에게 들어가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떠난 것들은 반드시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것이 악이든 선이든 내게서 실행된 것은 어떤 식으로든 돌아와 그 대가를 치르게 한다. 그러니 그 대가가 두렵다면 똑바로 살아나가야 한다.
그리고 자살률 1위 국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내가 버리려한 이 생애서의 삶이 다른 누군가는 그토록 바라마지 않는 삶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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