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이 문장이 당신에게 닿기를
최갑수 지음 / 예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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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보다도 더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면 』  꽤나 긴 제목의 이 책은 최갑수 작가의 여행이야기이자, 사랑에 관한 단상이면서 동시에 사진집이다.
시인인 작가의 이력답게 대부분의 글들은 에세이 형식이지만 본질은 시에 가깝고 여행기라기에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다. 게다가 시와 알맞게 적절히 배치된 사진들과 책, 혹은 영화 속의 한 구절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책의 장르를 단순히 에세이라고 규정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사랑과 인생에 관한 최갑수 작가의 글은 읽는 이가 어느 나라 사람이든  여성이든 남성이든  나이가 많든 적든간에 누구나 공감할만한 한 구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나는 그렇게 깊은 바닷속에 혼자 있었어.
하지만 그렇게 외롭지는 않아.
처음부터 혼자였으니까."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에 나오는 대사다. 
쿠미코는 츠네오를 만나 사랑했고, 결국 츠네오는 떠난다.  하지만 쿠미코는 외롭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둘이 함께 했던 그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 버렸지만 쿠미코는 츠네오를 통해 어두운 바닷속에서 헤엄쳐 나와 세상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었다.

 

 

 

 

 " 아마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깨달음이 있다면

그것이 아닐까.
우리 삶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으며 어느 한순간 핸들을 틀어 90도로 방향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

 

작가의 말대로다. 여행을 하기 전에는 여행을 가게 되면 뭔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것 같고, 그런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만 같다. 혹 편안한 단체관광이 아니라 배낭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뭐랄까 엄청나게 인생에 대해 통달하고 어떤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심지를 지닌 이상적인 내가 될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여행을 다녀오기 전이나 다녀온 후나 그저 똑같은 나일 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여행지에서 책이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멋지거나 특별한 일이 생기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평범한 인생에도 불구하고, 내 옆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그래도 의미 있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뒤돌아보면 지금도 우리는 멀어지고, 사라지고 있으니...
그러니까 사랑한다고 말해둘 것.
말할 수 있을 때 미리 말해둘 것."

 

한국인은 유독 "사랑한다"는 말에 인색하다. 그 상대가 연인이 됐든 가족이 됐든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내뱉지 못한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  앞으로 다가올 시간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사라지고 있는 이 시간을 붙들 방법은 지금, 이 순간 내 옆의 누군가에게 당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어릴 때만해도 인생이란 내 것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만큼 살다 보니 내 것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부 다른 이의 것이었다. 나는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었다. "

 

갈 수록 욕심이 늘어난다. 돈이 생기면 하나 둘 씩 물건을 늘려갔고 그게 성공한 인생이고 남들에게 자랑할만한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다보면 막상 인생에 필요한 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된다.
집이 100평이라도 내 몸은 1평만한 공간밖에 차지 할 수 없고, 아무리 많은 옷이 있어도 결국 1벌밖에 입을 수 없다.
많이 있어도 계속 계속 필요한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이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시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시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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