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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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열"은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에서 활동한 독립 운동가다. 당시 천황을 암살하려 했다는 혐의로 22년이 넘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

『 열애 』는 이런 박열의 파란만장한 삶과 그를 사랑한 일본인 여성 "가네코 후미코"의 인생을 그려내고 있다.


 

박열의 호적상 이름은 박준식이었지만 집에서는 모두 "열"이라고 불렀다. 맹렬하고 뜨겁고, 억척스럽고, 세찬 그의 성질 때문이다. 범띠 해에 태어나 기질도 호랑이 같았던 그는 결국 일본인이 세운 고등학교에서 뛰쳐나와 독립운동을 위해 적지 한가운데인 일본 도쿄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바로 그의 정치적, 신념적 동반자이자 영혼의 반쪽인 후미코를 만나게 된다.

가네코 후미코는 몰락한 가문의 무적자로 태어났다. 그녀의 아버지는 집안이 몰락한 후에도 예전의 영광을 잊지 못하는 한심한 남자였고, 그녀의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호적에조차 오르지 못한 가난한 농부의 딸이었다. 후미코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호적에도 없는 생명으로 태어났고 결국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추후 성인이 되어 그녀는 평소 알고 지내던 조선인 사회주의자 정우영의 집에서 우연히 박열의 시 < 나는 개새끼로소이다 > 를 보게 된다.

그 시를 보고 그녀는 단박에 박열의 열망과 분노를 알아채고 한 번도 보지 못한 그에게서 자신이 항상 애타게 찾던 무언가, 인생의 본질적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

얼마후, 후미코는 정우영을 통해 박열과의 첫만남을 가지게 되고 그녀는 만난지 세 번만에 사랑을 고백하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시작과 끝에 후미코가 있었다.

 

『 열애 』의 소제목은 "박열의 사랑" 이지만 박열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보다는 박열을 사랑한 가네코 후미코의 인생 또한 대등한 비중으로 풀어내고 있다.

사실 박열보다 후미코의 인생역경과 사랑이 더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어 박열의 사랑보다는 오히려 " 후미코의 사랑" 이 더 적합한 제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책은 약 300페이지 분량으로 가독성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열애" 라는 제목으로 박열과 후미코의 사랑이 심도깊에 그려질 것이라 예상한 독자라면 실망할 수 있다. 차라리 두 사람의 사랑보다는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과 가난이라는 현실적 벽에 저항하는 아나키스트 조선인 박열과 허무주의자 일본인 후미코로서의 모습이 좀 더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소설이 실제 인물들과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하는 팩션이기 때문에 작가의 상상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었을 것이고, 그러다보니 뼈대가 되는 큰 한 가지 사건이 기승전결을 이루며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기 보다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에피소드 식으로 나열되어 있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검증과 실제 인물들이 느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허구의 감정들 중 어느 것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되려 어느 쪽에도 깊게 매몰되지 못했고, 사건과 인물들에게 독자들을 설득시킬만큼의 충분한 페이지를 할애하지 못한 듯 하다.

엄청난 역사적 사건들이 벌어졌던 이 시대를 그려내기엔 300페이지라는 분량은 충분치 않아 보였고,  당시의 시대상황과 주인공들의 감정적 변화를 둘다 자세하게 표현하기에는 사실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독자로서 인물에 대한 감정이입이 표면에서만 겉돌게 되고 주인공에 대한 깊은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아 박열의 민족 해방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분노, 후미코에 대한 사랑에 쉬이 몰입되지 않았다.  ​

다만 후미코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들은 사실인지 픽션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녀가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조선인들을 돕게 된 계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어 좋았다.​

​​

 

사건과 인물 두 가지를 모두 짧은 시간안에 풀어 내려다 결국엔 역사 소설도, 로맨스 소설도 아닌 모호한 정체성을 띄게 된 점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좋아 빠르게 읽혔고, 박열과 후미코의 일생이 궁금한 독자라면 한 번 쯤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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