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으로 투자하다
원수섭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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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벤처캐피탈에서는 도대체 어떤 지표와 기준들로 피투자기업을 선정하고 기업의 가치를 정하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래서 「인문학으로 투자하다」 라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인문학보다는 "투자"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유망할지, 어떤 기업들이 대박이 날지 힌트를 얻고자 하는 의도였는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책을 읽기 전 기대와는 달리 유망산업과 앞으로 상장할만한 기업에 대한 정보보다는 어떤 자세와 기준으로 사람을 대하고 삶을 살아야 하는지 저자의 깊은 고민이 느껴져서 이 책을 선택한 나의 의도가 상당히 불순(?)하게 느껴졌다.

물론 벤처캐피탈의 구조와 투자방식, 기업가치 평가 방법에 대한 설명들도 간략하게 등장하지만 그래도 주제는 투자와 인생의 철학에 대한 이야기였다. 저자는 '투자 철학'이란 지식이나 정보가 아니라 '생각의 길과 그것을 찾는 삶의 방식' 이라고 말한다.

이 기업이 우리 회사에 얼마나 돈을 벌어다줄까, 상장해서 엑시트가 가능할까 같은 손익에 대한 단편적인 생각이 아니라 어떤 신념과 도덕적 기준으로 기업을 선정하고 창업자의 파트너로서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내용은 크게 3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투자자들에게, 2부는 창업자들에게, 3부는 저자가 추천하는 도서들에 대해 소개한다.

주식 투자자라면 누구나 워렌버핏과 찰리멍거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빠를 것 같다.) 어쨌거나 투자자라면 누구나 이 두 사람을 존경하고 흠모할 것이다. 두 사람의 몇 가지 투자철학 중 한 가지가 '리더'의 중요성인데 '신뢰할 수 있는 성품과 올바른 도덕 기준'을 가진 사람인지 파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저자 또한 1부에서 자신의 여러가지 투자철학 중 CEO의 인품이나 성향을 투자기업을 선정하는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뽑고 있다.

그 예로 저자는 IR 발표 자료에 대표 본인의 사진이 크게 실려 있는 자의식 과잉(?) 의 나르시시스트를 경계한다고 한다. 단순히 나르시시스트가 별로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성향상 충고를 자신을 향한 공격으로 여기고 자신의 부족함과 단점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물론 나르시시즘의 극단에 있으면서도 성공한 스티브잡스,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같은 인물들도 있지만 본인의 능력이 이렇게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주 드문 경우이다.

최근 몇 년간 인공지능을 비롯한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면서 창업자들의 나이가 2,30대인 경우를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IT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기술 스타트업들 중에서도 성공적인 상위 0.1% 기업의 창업자들이 창업에 뛰어든 평균 나이는 44.3세로 더 늦은 나이에 창업할 수록 성과가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데는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젊은 두뇌가 더 유리할 수 있지만 좋은 회사를 만드는데는 축적된 경험과 원숙한 판단력, 장기적 시각 등이 더 도움이 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불어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고 배우려는 노력이 수반된 창업자라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성공적인 투자자로 살아가기 위한 멘탈 관리나 확률적이고 독립적 사고로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라이프 사이클 구축, 자신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극복하고 책임을 받아들이는 자세 등 투자자로서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어떤 마음으로 꾸려나갈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혹시 벤처캐피탈이나 펀드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 책을 봐도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있다면 그런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전문적인 단어나 내용이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저자가 현장에서 겪은 사례들을 통해 쉽게 풀어내고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 전혀 어렵지 않았다.

혹시 벤처캐피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벤처캐피탈 심사역이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거나 투자를 받고 싶은 창업자라면 심사역들이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는지 힌트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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