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더 이상 껌을 씹지 않을까 - 대한민국 소비자 심리 탐사 보고서
최상학.Team RED PILL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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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더 이상 껌을 씹지 않을까」 의 부제는 "대한민국 소비자 심리 탐사 보고서" 이다. 제목만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쉽사리 짐작하기 어렵지만 부제를 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추측해 볼 수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아니 전 세계의 어떤 사람이라도 소비자이다. 하지만 정작 많고 많은 것들 중 왜 그것을 선택했냐고 물어보면 딱히 뾰족한 답을 하기가 어렵다. 오히려 가장 정확한 답은 '나도 모르겠다.' 혹은 '그냥, 좋아서'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제품 혹은 서비스를 선택하고서도 왜 이걸 선택했는지는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왜 스타벅스 커피에 열광하는지, 굳이 왜 올리브영에서 화장품을 사는지, 그렇게 좋아하던 아침햇살을 왜 더 이상 찾지않는지 등등 소비자 본인에게 직접 물어봐도 정확한 이유를 찾기 힘든 질문들에 대해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준다.

마케팅과 관련된 책들은 시중에 충분히 차고 넘치게 출간되어 있지만 이 책만의 독특한 점은 오랜 시간 마케팅에 대해 다뤄온 베테랑이 아닌 대학에서 광고홍보를 전공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직접 프로젝트를 조사하고 진행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미 소비자에 대해 충분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소비자들은 이럴 것이라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전혀 없는 신선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게다가 프로젝트의 조사자들이 요즘 트랜드에 가장 밀접한 20대 MZ 세대라는 점에서 다른 어떤 마케팅 전문가들보다 요즘 소비자들의 생각을 가장 잘 알아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책에서는 껌, 네컷사진, 올리브영, 스타벅스, 아침햇살, 원소주, 일본 불매운동, 배민에 대해 아래와 같은 주제로 조사한 결과를 볼 수 있다.

■ 왜 우리는 더 이상 껌을 씹지 않을까?

■ 1020세대가 ‘네컷사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올리브영’은 어떻게 ‘유통 공룡들의 무덤’ 화장품 유통에서 압도적 1위가 되었을까?

■ 왜 우리는 다른 카페보다 ‘스타벅스’를 더 많이 사랑할까?

■ 수많은 ‘아침햇살’ 러버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이유는 무엇일까?

■ ‘원소주’는 어떻게 신드롬급 인기를 끈 것일까?

■ 유니클로는 불매하고 닌텐도는 줄 서서 사는 ‘선택적 불매운동’은 왜 발생했을까?

■ 왜 20대는 ‘배민’을 끊지 못하는 걸까?

■ 네컷사진을 찍으려고 언제는 줄 서서 기다리고 언제는 기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네 컷 사진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한 조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네컷사진을 찍는 이유는 '지인들과 추억 기록하기', 혹은 핸드폰 사진이 아닌 '실물 사진 소장을 위해', 또는 '사진관 증명 사진 대용' 이라는 답이 생각나는데 이 주제를 조사한 팀에서는 여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

포토부스 입장에서부터 퇴장까지 소요시간이 얼마인지, 방문 인원수는 몇 명인지, 인증사진 촬영을 하는지 안하는지, 옷차림은 어떠한지 등등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관찰했다. 그러다 문득 포토부스 벽에 붙어 있는 사진을 보고 홀수 인원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 남은 사진은 포토부스 벽에 붙여놓고 가는 비율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출력할 사진 장수는 오직 짝수로만 선택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실물 사진 소장이나 추억 기록 등을 위해 사진을 찍는다는 이유는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비자들의 개별 심층 인터뷰를 통해 사진을 혼자 찍을 때와 여러 명이서 찍을 때 그 이유가 다르다는 것까지 나아가게 되었다.

혼자서 포토부스를 찾을 때는 그 날 내 스타일링이 마음에 들었거나 혹은 오늘의 나를 기록하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방문하는 것이라면, 그룹으로 찍을 때는 정해진 일정 중의 하나로 그 날의 만남을 기록하고 그 그룹의 소속감에 대한 증표의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촬영한 사진을 각자의 SNS 에서 공유하면서 나도 소속 그룹이 있고, 그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혼자 촬영하는 것과는 그 이유가 확연히 달랐다.

몇 십 년 전 유행한 스티커 사진 때부터 포토부스 벽에 사진을 붙여 놓고 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 특별한 의문점이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는데 이런 사소한 단서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한 것을 보면서 조사자들이 이 주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탐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비자인 나 조차도 알지 못한 진짜 이유를 찾아내는 과정들을 통해 저자가 마케터들을 '소비자 전문가'라고 부르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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