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마시 코트렐 홀.엘리자베스 엑스트롬 지음, 김한슬기 옮김 / 웨일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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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요즘 가장 두려운 일이 뭐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이들어 가는 것'이라고 할 것 같다. 어느 덧 파릇파릇하고 혈기 넘치던 청년에서 중년으로 넘어가는 나이에 들어서자 아침에 일어나기가 점점 힘들고, 여기저기 삭신이 쑤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점점 주변 사람들의 부모님이나 가까운 지인들의 부고 소식을 들을 일이 늘어나니 새삼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외모나 재력, 체력 등 개인마다 각각 차이가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빠짐없이 공평한 것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다. 수 백억 자산가든, 돈 한푼 없는 빈털터리든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노화는 찾아온다. 물론 노화를 준비하는 방법이나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쨌거나 한 살 먹는 것만큼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모두가 겪는 일이지만 모두가 두려워 하는 것이 바로 늙는다는 것이다.

조금씩 늘어나는 주름살이나 뱃살, 흰 머리 외에도 정신적, 신체적으로 약해진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면 암담하기만하다. 물론 요즘은 100세 시대라 노인의 기준인 65세를 지나도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런 노인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상상할 수가 없다.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노화와 죽음에 대해 조금이라도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 「살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를 읽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엘리자베스는 노인의학 전문의로 거의 30년간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노인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찰해왔다. 물론 그 중에는 몸이 편치 않아 휠체어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쾌활하게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았다. 저자는 이렇게 즐겁게 노년 생활을 보내는 노인들을 가깝게 지켜보며 이들이 이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었던 3가지 이유를 꼽았다.

이 3가지 이유에 대해 책에서는 3개의 챕터를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이 중 첫 번째인 목적성은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게 하는 목적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적성은 다른 말로 '삶의 보람'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다른 가족들에게 요리를 하기 위해서든 반려견 혹은 반려 식물을 키우기 위함이든 어떤 활동이 되었든지간에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고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 적응력은 과거의 젊고 건강했던 시절을 계속해서 돌이켜보며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노화한 현재의 삶과 신체능력의 저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적응해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배우자나 가까운 지인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이나 암, 치매 등 병마와 싸우며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여전히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소한 기쁨을 느끼고 또 다른 인연을 만들어가며 여전히 남아있는 인생을 행복하게 보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마지막 계획성은 건강한 노년기를 위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것들에 관한 것으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인 심혈관계 질환이나 방광,신장,생식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활동들과 이미 찾아온 통증에 대처하는 방법, 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중해식 식단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실천할 수 있는 세부적인 지침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인구의 상당수가 100세 이상이며, 비교적 건강하게 장수하는 지역인 블루존의 노인들의 실생활에 대한 많은 인터뷰가 담겨있다. 인터뷰를 한 사람들 대부분이 90세가 넘는 고령의 노인들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현재의 생활을 충분히 누리며 즐기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스스로 걸어서 거동하기가 불편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거나 병마와 싸우고 있는 노인들도 있었지만 본인의 현재 상태에 대해 절망하거나 스스로를 가엾게 여기지 않았다. 현재 자신의 상태를 있는 그대로, 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도 크고 작은 행복들을 찾기 위해 노력해 주변사람들까지 행복이 전염되도록 만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노화라고 하면 쉽게 병(病), 사(死)만 연관지어 생각하며 막연히 두려워 하기만 한다. 천하를 다 가진 진시황조차 불로초를 그렇게 찾아다닌 것을 보면 늙음과 죽음에 대한 공포는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만인에게 적용된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행복한 노년 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사례들을 보면서 그런 막연한 공포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세상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거스르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 보다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준비해 나가는 것이 유병장수 시대를 맞이한 우리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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