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든 사냥꾼
최이도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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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든 사냥꾼」은 연쇄 살인마인 아버지와 아버지가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 하던 딸과의 추격을 그린 이야기이다. 어린 딸에게 지독한 가정폭력과 학대를 가하던 아버지는 급기야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일을 딸에게 시키고 결국 딸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그를 죽이고 만다. 이후 성인이 되어 이름도 바꾸고 성형도 한 후 법의관이라는 새로운 삶을 살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던 세현(딸)은 어딘가 낯익은 시체의 검시를 맡게 된다.

아버지의 과거 법행 수법처럼 장기를 적출하고 다시 꿰매놓은 시체를 보자마자 세현은 아버지가 죽지 않았고 다시 범행을 시작했음을 직감한다.

어린 시절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던 나약한 소녀가 아니라 어엿한 법의관으로써 이제 자신이 먼저 아버지를 찾아 없애 버리기로 결심한 세현은 아버지의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메스를 든 사냥꾼이란 제목은 말 그대로 메스로 사건을 추적하는 법의관을 직업으로 한 세현을 뜻하기도 하고 살인 후 메스로 사람들을 난도질하는 연쇄 살인마인 아버지를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소재 자체가 워낙 파격적이라 처음에는 외국 소설이 아닌가 했는데 예상 외로 한국소설이라 놀라웠다. 게다가 웹툰이나 웹소설을 드라마, 영화화 하는 요즘 트랜드에 맞게 OTT에서 혹할만한 내용이라 그런지 벌써 영상화가 결정됐다고 한다. 몇 달 전 기사이긴 하지만 배우 '강훈'이 소설에 등장하는 열혈 형사 '정훈' 역에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걸 보면 조만간 드라마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줄거리만 들어보면 영화 '추격자'처럼 긴박하고 스릴넘치는 추격전이 주를 이루지 않을까 싶지만 사건은 의외로 심리 스릴러에 더 가까웠다. 주인공이 뛰어난 법의관이자 소시오패스로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지 못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읽다보면 소시오패스 라기보다는 과거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학대와 한정적인 인간 관계로 타인과의 감정 교류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인물인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커리어와 평탄한 생활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내 없애버리겠다는 목적만 있었다면 이후에는 다른 피해자들에게 감정적 동요를 보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함과 스릴은 좀 부족했지만 언제 나를 찾아낼지 모르는 살인마를 기다려야 하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연쇄 살인마의 딸이라는 정체가 탄로날지도 모른다는 주인공의 불안이 잘 느껴졌다.

하지만 뛰어난 두뇌와 냉철한 성격으로 치밀하고 완벽한 계획하에 움직이던 주인공이 의외로 쉽게 아버지에게 역습을 당하거나 예상치 못한 신파같은 설정, 그리고 친절하지 않은 과거 배경에 대한 설명들은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하지만 참신한 소재와 인물들의 감정 묘사가 좋았기 때문에 작가의 두번째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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