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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지도 -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강재영 외 지음 / 샘터사 / 2023년 8월
평점 :
책 「사물의 지도」는 2023년 청주공예비엔날레와 동일한 제목으로,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앉아서 전시된 작품들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책으로 보는 것이 직접 현장에서 눈으로 보는 것만 하겠느냐만은 그래도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에 갈까말까 고민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방문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국제적인 공예 비엔날레로 1999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수도권에서 다소 멀지만 매번 전시 때마다 수십만 명의 관람객들이 다녀갈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매 전시마다 다른 주제와 테마로 진행되는데 올해는 "사물의 지도"라는 제목처럼 공예의 과거, 현재, 미래와 공예와 인간, 그리고 자연이 하나로 연결되어 새롭게 탄생하는 창의성과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 중 4번째 챕터 "기록문화와 공예, 자연과 협업한 문명의 연금술사들" 편은 이번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전시된 작품과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기록문화 유산을 이어가고 있는 장인들에 대한 챕터이다.
이 챕터를 통해 전통 기술을 이어가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인 장인들의 노력과 역사에 대해 알 수 있고, 기록에 필수적인 한지를 만드는 한지장, 붓을 만드는 필장, 벼루를 만드는 자석벼루장 등 각 분야의 최고 장인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나머지 챕터에서는 각 주제별로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한 정보가 소개되어 있는데 전시에서 작품만 봤다면 그냥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을 법한 부분들과 작가의 의도, 생각들을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작품을 실물로 보기 전에 사전 지식을 미리 알고 간다면 작품에 대해 느끼는 바가 더 크게 다가올 것 같다.
공예의 여러가지 분야 중 개인적으로 도자 쪽에 관심이 많아서 도자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살펴 봤는데 그 중 전동적인 수공예 기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사람의 손으로 만들기 어려운 작품들을 창조해 낸 마이클 이든의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
25년 이상 영국 전통 기술에 기반한 작품들을 만들다가 3D 프린팅과 같은 혁신적인 도구를 이용해 점토와 물레만으로는 불가능한 창의적인 디자인들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위의 왼쪽 사진에 있는 오렌지색 로마네스코 꽃병은 영국 왕실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웨지우드와 영국 도자의 서사를 담은 작품으로 디자인에 대한 영감을 초기 웨지우드의 로코코풍 꽃병에서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 사진은 무타요카의 작품으로 색감이나 이미지가 워낙 강렬하다보니 저절로 눈에 띄었다. 채도 높은 선명한 색채와 화려한 무늬로 일본색이 짙다보니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작품 자체가 일본 이시카와현의 전통적인 공예인 구타니야기를 기반한 것으로 구타니야기란 빨간색, 녹색, 노란색, 보라색, 감청색의 다섯 가지 색을 사용해 흰색 도자기에 화려한 그림을 그리는 전통공예를 말한다.
무타 요카는 단순히 전통기술의 전승 뿐만 아니라 일본 예술의 폭넓은 현대적 재현을 목표로 작품의 종류나 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현대미술, 공예, 디자인, 설치미술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외에도 여전히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 문제와 관련해 바이오플라스틱 공예라던가 업사이클링 공예 등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종류의 공예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공예와 미술, 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청주공예비엔날레에 직접 방문을 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