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미학 - 미적 안목을 기르고 싶은 현대인을 위한 최소한의 디자인 미학 지식
최경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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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디자인"이란 말은 흔히 쓰인다. 예를 들어 작은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이건 디자인이 별로다', 아니면 '이건 디자인이 맘에 든다.' 등등 디자인이란 말을 쉽게 사용하지만 디자인이 뭐냐고 물어보면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느낌적인 느낌(?)으로다가 예쁜 것 같으면 디자인이 좋다, 별로 맘에 들지 않으면 디자인이 별로다라고 이야기하며 디자인 = 예쁨 혹은 美 를 동의어처럼 사용한다.

하지만 Design 이란 단어는 사실 순수한 아름다움보다는 산업화시대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시기, 대량화하기 쉬운 단순하면서도 보기 좋은 외형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생겨난 개념이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아름다움보다는 기능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회화, 조각, 건축, 음악이 예술로서 인정받는 것과 달리 디자인은 예술이라기 보다는 상업적인 미술로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저자는 디자인의 발생이 대량생산으로부터 시작된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충분히 예술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1,2차 세계 대전 당시 물자 부족으로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에 서자 대량생산이 가능한 기능적 디자인이 등장했다. 하지만 사회가 안정되고 생산기술이 향상된 지금은 수요보다 공급이 항상 초과하면서 미학적 대상으로서 디자인에 대한 대중들의 욕구가 커졌고, 자연히 디자인은 생산자 중심의 논리에서 소비자, 수용자, 감상자 중심의 논리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기능성, 생산성이 아니라 미학적 논리에 입각한 새로운 디자인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디자인의 미학적 체계란 디자인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미적 쾌감을 중시하는 것으로 내용적 가치와 형식미를 갖춰야 한다.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정도로 뛰어난 내용과 형식 두 가지를 모두 갖추는 것은 쉽지 않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용자 또한 이를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그래서 디자이너의 교양수준 뿐만 아니라 수용자 또한 이를 판단하고 느낄 교양 수준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진다. 아마 이것이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할 것이다.

어쨌거나 미학이란 것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인데 미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 것은 예술이므로 미학은 자연스럽게 예술을 주된 대상으로 다루게 된다. 예술학은 예술 작품 그 자체에 대한 미적 논리인 예술미와 그 예술을 느끼고 감상하는 수용자의 체험인 미적 체험으로 구성된다.



아마도 예술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단어인 '고전주의'는 객관주의적 미학에 기반을 둔 예술로 미의 본질과 규칙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규정하며 그리스 조각상들의 황금비례와 같이 수학적 법칙에서 아름다움을 찾았다. 이것이 현대에 와서는 신조형주의로 발전해 우리도 잘 알고 있는 몬드리안의 기하학적인 그림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런 객관주의적 미학에 대한 반발로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는 포스트모던 디자인을 시작으로 주관주의적 미가 대두됐는데 지금도 쉽게 볼 수 있는 와인오프너인 안나 G가 중요한 사례 중 하나이다. 주관주의적 미에서는 아름다움이 표현된 작품을 감상하는 행위 '미적향수'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감상자의 주체적인 재해석 행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곧 감상하는 사람의 수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감상자가 미적 교양을 갖춰야하는 필요성과도 이어진다.



저자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단순한 흥미나 오락의 행위라기보다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순화 시키고 쾌적함을 제공하는 행위로 인간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미학에 대한 교양을 쌓는 것은 지식을 쌓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감상자로서 최소한의 미적 교양을 쌓아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고 느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제2의 창조작업이 되어 더 큰 감동과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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