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심리학 - 사소한 우연도 놓치지 않는 기회 감지력
바버라 블래츨리 지음, 권춘오 옮김 / 안타레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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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직장에는 매주 월요일마다 꼭 로또를 사는 동료가 있었다. 이번에는 혹시나 운이 좋아서 당첨될지도 모른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그 한주를 또 버텨낸다고 했다. 물론 내가 퇴사할 때까지 당첨되는 행운은 없었다. 실망과 기대를 몇 년씩이나 되풀이 했지만 차라리 그 돈으로 붕어빵이나 사먹으라는 내 충고를 무시하며 매주 계속 로또를 샀다. 그 때 나는 어차피 저것도 다 복불복이고 무작위적인건데 되지도 않을 걸 뭐하러 쓸데없는데 돈을 쓰나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 「기회의 심리학」의 저자 바버라 블래츨리는 이런 생각을 신선하게 깨부순다. 그것도 심리학과 뇌과학을 근거로 들이대니 저자의 말에 설득 당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저자는 운과 우리의 뇌가 과학적으로 어떤 관련이 있길래 운이 좋아지고 기회를 잘 잡는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일까?

제 1장에서 저자는 신경과학자이자 의사인 제임스 오스틴이 제시한 행운의 4가지 유형에 대해 이야기한다.

★1종 행운:

행동이나 노력과는 상관없이 무작위적이고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행운인 '눈먼 행운'

★2종 행운:

계속 움직이고 무언가를 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더 나은 결과가 나오는 운

★3종 행운:

우연과 노력의 조합으로 관찰하고, 기억하고, 연관성을 찾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운

★4종 행운:

개인의 행동과 준비가 개인 고유의 성향과 결합해 발생하는 운으로 특정 상황에서 특정 행동을 실행에 옮길 때 촉발

이중에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운이란 아마 대부분 1종 행운일 것이다. 카지노에서 슬롯머신이나 카드게임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패가 나오거나 로또에서 내가 찍은 번호가 나오는 것 같은 눈먼 행운 말이다. 물론 운이란 우리의 행동이나 노력과 상관없이 무작위적이고 우발적으로 발생하지만 그래도 이 4가지 행운의 종류 중에 가장 발생하기 힘든 것이 아마 1종 행운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주 로또 1등 당첨자가 나오는 걸 보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책에서도 한 사람이 복권에 4번이나 당첨된 실제 사례가 등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확률은 몇 억만분의 1도 아닌 18자분의 1이라고 한다. 18자에서 '자'는 경 다음 단위로 10의 24제곱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0이 24개나 붙는 확률인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행운 중에서도 1종 행운 보다는 나머지 2,3,4종 행운에 더 집중하는 것이 그래도 운이 좋을 확률을 높이는 방법일 것이다.

눈먼 행운인 1종 행운과 나머지 2,3,4종의 행운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것은 개인의 준비, 노력 같은 어떤 행동과 실행이 들어가느냐 안 들어가느냐 일 것이다. 계속 움직이면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거나 혹은 나의 일과 어떤 연관성을 찾으려고 애쓰고 신경쓰고 있을 때 자신에게 온 우연이라는 기회를 잡느냐 놓치냐가 결정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연이 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까?

그와 관련해 저자는 먼저 '자기 충족적 예언'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한다. '자기 충족적 예언'이란 말 그대로 자신이 예언하고 기대하는 일이 현실에서 충족되는 현상으로 스스로 본인이 운이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실제로도 운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자신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키우고 '주의'를 집중하면 실제로 운이 좋아진다는 이론이다.

이와 관련해 '행운 학교'를 운영한 리처드 와이즈먼은 인생에 행운이 따르는 사람들은 반드시 아래 4가지 원칙을 지킨다고 설명한다.

★ 원칙 1: 우연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 운이 좋은 사람은 늘 주의를 기울이기에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알아차리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 원칙2: 행운의 예감에 귀 기울인다.

- 운이 좋은 사람은 자신의 본능적인 직감을 믿고 앞날을 직관적으로 예측한다.

★ 원칙3: 행운이 오기를 기대한다.

- 운이 좋은 사람은 근거가 없어도 본인의 앞날이 행운으로 가득하리라고 기대하고 행운을 맞이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 원칙4: 불운도 행운의 징조로 여긴다.

- 운이 좋은 사람들은 불운을 겪어도 굴하지 않고 이 경험을 앞날에 대한 기대로 통합한다.

인간은 보통 어떤 무작위적인 사건에서도 무의식적으로 패턴이나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야지만 불확실성을 줄이고 불안감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모든 일의 결과에는 원인이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운'에서라도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한다. 어떤 우연한 사건의 결과가 좋으면 '행운'이고 좋지 않으면 '불운'인 것으로 이 모든게 다 '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저자는 운=기회 가 동의어라고 말한다. '기회'란 예측할 수도 없고 대비할 수도 없이 갑자기 닥치기 때문에 인간은 근본적인 두려움을 갖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회를 제대로 잡은 것인지 아닌지는 결국 '행동'을 하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만 알 수 있다. 그러니 그 일이 올바른 것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어쨌거나 그 행동을 해야만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선 그것이 행운이었는지 불운이었는지 조차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설사 그 행동이 실패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좋은 경험으로 남아 다음 번에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해답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 스스로가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일단 기회를 붙잡기 위해 행동을 시작해야 한다.

행운의 여신도 어쩌지 못하는 유일한

대상은 바로 당신의 행동

p312 _ 나심 탈레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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