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 - 정답이 없는 시대 지성을 구하는 독학자를 위한 공부 철학
야마노 히로키 지음, 전선영 옮김 / 머스트리드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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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기도 한 『삶의 문제와 마주하는 법』 으로 저자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것'을 제시한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기 위해선 공부가 필요하고 공부를 위해선 독서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눈으로 책을 읽어 내려가고 지식을 쌓는 것만으로 제대로 된 독서를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읽고 책 속의 정보를 기억하는 것이 독서이고 공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저자 역시도 책을 많이 읽으면 지식이 누적되고, 그 지식이 사고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독의 결과로 자기 생각을 잃어버리고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이런 저자에게 독서법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갖게해 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철학자 쇼펜하우어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독서법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독서는 말하자면 자기 머리가 아니라 남의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독서를 계속하다 보면 어김없이 타인의 사상이 내 머리속으로 흘러든다. ~

독서는 타인의 생각을 가져오는 일이다. 책을 읽는 우리는 타인이 생각하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더듬어갈 뿐이다. ~ 하루 중 대부분을 다독으로 보내는 부지런한 사람은 차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간다.

p35~36

이 글은 저자에게도 충격적으로 다가왔지만 나에게도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여러 매체에 등장하는 석학들도 모두 독서의 중요성, 특히 다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오히려 독서가 내 생각을 잃어버리고 남의 생각을 주입하는 행위가 된다는 것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어렴풋이 소극적인 읽기 행위만으로 기대만큼 사고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쇼펜하우어의 책을 접한 이후 저자는 다른 사람의 사색의 흔적을 탐닉하고 남의 생각을 따라가는 대신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독서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 나가는데는 아래의 다섯가지 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1. 질문을 이끌어 내는 힘

  2. 분절하는 힘

  3. 요약하는 힘

  4. 논증하는 힘

  5. 이야기화하는 힘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서 "질문을 이끌어 내는 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질문이 있어야만 좋은 답변이 있을 수 있고, 좋은 질문을 하려면 그만큼 많은 고민과 풍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수업시간 마지막에 질문이 있냐고 물어볼 때 질문하는 아이들은 꼭 그 반의 우등생들이었다. 나는 질문을 하고 싶어도 딱히 질문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는데 그건 궁금한게 생길만큼 제대로 깊이 알지 못해서였다.

질문을 이끌어내는 힘은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첫 걸음인데 막상 제대로 질문을 하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될지조차 막막하다.

그래서 저자는 아래와 같이 사고의 출발점이 되는 아홉 가지 질문을 제시한다.



p.57



아홉가지 이지만 크게는 판단의보편성, 구체성, 가치관 탐구 이렇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라도 적용되는 보편성이 있는가, 추상적이지 않고 장면을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인가, 마지막으로 판단의 전제가 되는 가치관을 공감하거나, 혹은 공감할 수 없더라도 나의 가치관과 공존이 가능한가이다.

여기까지만 설명했을 때는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질문해야하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책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이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절하는 힘과 요약하는 힘은 별도로 보기보다는 사실상 세트로 움직이는 것이나 마찬가진데 요약하기 위해선 먼저 분절하는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자세히 어떻게 분절하고 요약하는지 다른 책의 지문을 실제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는데 아마 책을 보다 보면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분절하고 요약하는 힘은 우리가 국어시간에 배웠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단을 끊고 중요한 내용이나 주제에 밑줄을 긋고 반대되는 내용에는 다른 색으로 표시하거나 핵심 키워드에는 동그라미나 네모를 치는 등 중고교 국어 시간에 했던 방식과 비슷했다.

우리는 수능을 준비하면서 알게 모르게 자연스레 분절과 요약하는 힘을 훈련해 온 셈이다. 다만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 더는 그런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한 동안 잊었던 것 뿐이다.

수능과 같이 시험을 준비할 때 뿐만 아니라 평소 독서를 할 때도 수능 공부 하듯이 표시를 해가며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분절하는 힘과 요약하는 힘이 정보의 덩어리를 수집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라면 논증하는 힘은 재구성된 정보로 논거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피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추론을 통하여 판단을 추가하는 것으로 분절과 요약을 통해 타자의 관점을 뽑아내고, 질문을 통해 자신의 의견과 논거를 정립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처음 살펴봤던 질문을 이끌어내는 힘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선 신뢰할만한 여러가지 자료를 찾아보면서 그 자료의 정보를 요약하고 중요한 정보를 가려내야 하므로 분절력과 요약하는 힘이 또 다시 필요하게 된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다섯가지 힘은 어느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가 없다.

마지막, 이야기화하는 힘은 남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기술이다. 어떤 중요한 이야기라도 남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면 그 의미가 퇴색된다. 그리고 남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자신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만일 자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주제라도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은 어딘가 미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진짜 이해한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지식이라도 초등학생도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들 말하는 것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지식을 쉽게 풀어내려면 일단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눈에 보이듯이 구체적으로 풀어내야 하므로 이번 장에서는 추상적인 주제를 이야기처럼 쉽게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은 크게 원리 편과 응용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여기까지가 원리 편이고, 이어서 응용 편에서는 원리 편에서 배웠던 다섯 가지 사고법을 응용해 타인과의 대화법을 세 단계로 나눠서 설명한다. 원리 편이 혼자서 연습과 노력으로 습득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응용 편에서는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터득해 나가야 한다. 앞선 내용들이 원리인 것은 다섯가지 사고법이 결국엔 모두 타인과의 대화를 제대로 하기 위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굳이 타인과의 대화가 왜 필요하냐고 질문할 수도 있지만 혼자서 활자와의 소통만을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독단적이고 편협한 사고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타인과의 대화를 통해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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