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 안다는 착각 -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뒤흔드는가
카렌 호나이 지음, 서나연 옮김 / 페이지2(page2)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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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 안다는 착각」 의 부제는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뒤흔드는가" 이다. 말 그대로 인간의 무의식이 본인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내 일상을 어떤 영향을 뒤흔들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책이다.

무의식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프로이트이다. 프로이트는 의학적으로 원인이 없는데도 신체적으로 어떤 장애가 나타났을 때 (예를 들자면 기능성 위장장애나 히스테리성 경련 같은) 그 기저에 작용하는 무의식적 요인을 찾아내서 치료하는 방법으로 정신분석을 다뤘고 이런 종류의 장애를 “신경증”이라고 불렀다.

저자는 프로이트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신경증이 신체적, 정신적으로 뚜렷한 증상을 보이지 않더라도 일생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며, 자기분석을 통해 개인의 잠재력을 개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렸다.

신경증은 일상생활에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예를 들어 여러 연인을 만나더라도 비슷하게 계속해서 나쁜 남자만 만나는 여자라던가, 능력이 있는데도 자신감이 없어서 남들 앞에서 입도 뻥긋 못하는 직장인이라던가, 의지와 노오력만 있으면 세상에 못해낼 일이 없다고 믿는 꼰대(?)라던가 등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저자는 사람의 심리적 장애의 중심에는 두려움, 무력함, 고립감 등의 감정을 느끼는 삶을 견디기 위해 발생한 무의식적 분투가 있는데 이를 ‘신경증적 경향’이라고 불렀다. 이런 신경증적 경향은 무의식적이며 강박적 특성이 두드러진다. 강박적 특성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나는데 무차별적인 목적을 추구하며, 실패시 불안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신경증적 경향은 기질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이 결합하여 발생하지만 이 책에서는 개인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환경적 요인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다.

저자는 신경증적 경향을 아래와 같이 10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1. 애정과 인정에 대한 신경증적 욕구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해주고,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무차별적인 욕구

2. 삶을 책임져줄 ‘동반자’에 대한 신경증적 욕구

무게 중심이 전적으로 ‘동반자’에게 있으며, ‘사랑’을 과대평가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걸로 기대

3. 협소한 경계 안에서 삶을 제한하려는 신경증적 욕구

기존의 능력과 잠재력을 과소평가하고, 겸손을 최고의 가치고 여김

4. 권력에 대한 신경증적 욕구

다른 사람들의 개성, 존엄성, 감정을 무시하고 그들의 복종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짐.

4.a 이성과 선견지명을 통해 자기와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려는 신경증적 욕구

지성과 이성의 전능함을 믿으며,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선견지명이 있다고 느낌

4.b 의지의 전능함을 믿으려는 신경증적 욕구

마법 같은 의지를 믿으며, 의지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에 대해 두려워함

5.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이용하여 그들을 능가하려는 신경증적 욕구

다른 사람을 평가할 때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만이 고려대상이며 착취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낌

6. 사회적 인정이나 명망에 대한 신경증적 욕구

자기 평가는 전적으로 대중의 인정에 달려있으며, 사회적 지위를 잃는 것을 두려워함

7. 개인적 존경에 대한 신경증적 욕구

자기에 대한 과장된 이미지(나르시시즘)가 있으며, 과장된 이미지에 맞춰 사는 것과 이미지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존경에 매달림

8. 개인적 성취에 대한 신경증적 욕구

자기 평가는 최고가 되는 것에 달려있으며 더 큰 성취를 위해 한계 없이 자기를 몰아붙임

9. 자족과 독립에 대한 신경증적 욕구

타인을 필요로 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어떤 것에도 속박되지 않아야 하고, 친밀함에 얽매이지 않아야 할 필요성을 느낌

10.완벽함과 철저함에 대한 신경증적 욕구

끈질기게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하고 발생할 수 있는 결점에 관해 반추하고 스스로를 질책함.

먼저 이런 신경증적 경향들은 그 경향 자체로 비정상적이거나 비인간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랑받고 싶어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며 우월해지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도 위와 같은 경향을 신경증이라고 부르는 것은 상호관계의 가치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내가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하는만큼 다른 사람도 사랑하고 인정하려는 마음과 표현이 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욕구이지만 다른 사람의 감정은 관계없이 오로지 나만이 이런 대우를 받길 원한다면 그것은 신경증적 경향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신경증적 경향은 한 가지만 나타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책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로 전문가를 만나 정신 분석을 받아볼 수 없는 환경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분석을 해볼 수 있도록 정신분석 과정에서 환자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그리고 계획적으로 자기분석을 하기 위해서 어떤 점을 주의하고,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지 등 구체적인 자기 분석 방법을 다루고 있다. 또한 자기 분석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상처를 입힐 수 있을만큼 치명적인 점을 건드릴 때 그에 맞선 저항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처음에는 인간의 무의식과 자기 분석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생각보다 더 심도 깊은 내용에 놀랐다. 그리고 저자가 분류한 신경증적 경향을 보다보니 이 중에 나도 최소 3~4가지는 해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더 관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다양한 예시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하게 문제를 제시하려고 했지만 자기 분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독자 입장에서는 한정된 사례를 통해 깊이 있게 분석을 따라가기 보다는 얕더라도 좀 더 여러 명의 사례들을 알 수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정신분석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말처럼 그렇게 단순하거나 정해진 답이 있는 게 아니며, 똑같은 상황도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이라도 구체적으로 파고 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래도 관련 지식이 없는 초보자가 이해하기에는 여러 케이스를 보는 것이 감을 잡는데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일반 교양서적으로서의 깊이라기 보다는 관련 분야에 대해 관심이 많거나 혹은 어느 정도 지식이 쌓인 독자들이 읽기에 더 적합할 것 같다. 하지만 전문가의 도움없이 자기 분석을 해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전문적인 용어와 이론을 배제하고 있어 어느 정도 관심과 집중력을 가지고 읽는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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