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위기와 기회의 시간 - 뉴사이클에 맞는 생존 전략 배우기
선대인 지음 / 지와인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5년에 가입했던 7년짜리 재형저축이 이제 곧 만기가 다가온다. 재형저축은 비과세라는게 매력적이기도 했지만 당시 4%대의 높은 금리를 준다는 게 매력적이라서 가입했던 상품이었다. 재형저축 가입이 종료된 이후 더 이상 그런 금리는 볼 수 없게 되자 그 때 재형저축에 가입하지 않았던 지인들이 아쉬워하기도 했는데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만기가 다가오고 예금 금리도 다시금 4%대가 되었다. 당연시 되던 초저금리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금까지야 저금리와 저물가로 부동산이나 주식, 암호화폐와 같은 자산시장의 가격이 급등하고 물가 안정이 이어졌지만 앞으로는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한 동안 본 적 없던 인플레이션이 새로운 사이클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대한민국 위기와 기회의 시간」의 저자인 선대인 소장은 이런 뉴사이클의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그 실마리를 이 책에서 풀어내고 있다.

아마 경제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대인'이란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저자의 이름이 더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부동산과 관련하여 비관적인 시각을 피력하면서 부터가 아닌가 싶다. 부동산이 엄청난 상승 사이클을 타기 직전 부동산 신화는 끝났다고, 대세하락이 시작이니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라는 의견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실제 시장은 그와는 정반대로 엄청나게 상승해버렸다. 그 바람에 한동안 저자의 입지가 좁아졌으나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심상치 않자 다시금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주제는 크게 3가지라고 볼 수 있다. 첫째는 인플레이션, 둘째는 부동산, 셋째는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이다.

1장 인플레이션 시대가 오다 에서는 기존에 우리가 알던 인플레이션과 앞으로 겪게될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다른지 인플레이션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경기 호황기에 통화량이 증가하면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올라가는 것이지만 이번 인플레이션은 금리인상과 유동성 축소를 수반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자산 가격이 빠지면서 현금이 귀해지는 인플레이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물가는 올라가는데 통화량은 줄어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생산, 자산, 실물, 금융의 4가지 경제 영역으로 나누어 각 영역별로 인플레이션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밖에도 코로나 사태, 미중경제 블록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세계 경제에 미친 영향과 앞으로의 물가 전망, 그리고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2장 부채 대국에서 살아가기 에서는 대한민국 가계부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나라 가계 부채의 뇌관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한다. 15~16년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사라' 정책으로 촉발된 1차 부채 폭발, 20년~21년 코로나 시기 급격하게 늘어난 유동성으로 인한 2차 부채 폭발을 지적하며 05~14년 사이의 가계부채 평균 증가액이 약 60조원이었던데 반해 1,2차에 거친 두 번의 부채폭발 시기에 늘어난 총 가계부채가 120조 원~140조 원으로 약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것을 지적한다.

특히 코로나 시기인 2020년 1분기부터 2021년 3분기까지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 증가 폭은 11.7%로 전세계적으로 봐도 압도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마저도 한국 가계부채 통계에는 개인사업자 대출과 전세보증금이 누락되어 있어 이것을 포함하면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50%가 넘는다고 한다.

현재 국내 주택시장의 높은 가격은 이런 어마어마한 부채로 쌓아올린 것으로 코로나 시기 부동산 폭등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사거나 갭투기를 한 사람들이 많은 지역은 집값 하락 속도가 빠를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한다. (3장에서 집값 하락이 예상되는 지역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있는데 영끌족, 갭투기족이 많이 진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이 집값 하락이 가파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더불어 이런 투기가 아파트에 집중된 것에 대해 우리나라 후분양제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후분양제는 최근 여러 분양 아파트들에서 불거진 안정성 문제와도 관련이 있고, 저자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매체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데 계속해서 후분양제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쉽게 개선될 것 같지 않아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3장 부동산 공화국은 어디로 에서는 현재 국내 주택 가격이 사이클의 어디쯤인지, 그리고 정말로 주택 가격이 과도한 수준인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향후 집값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러가지 변수들 중 최근 초미의 관심사인 금리와 양적긴축 추이에 특히 관심이 갔다. 8월 29일 Fed 제롬 파월 의장이 앞으로도 기준 금리 를 계속 올릴 수 있다는 발언을 한 뒤로 주식 시장이 곤두박질 쳤는데 주택 시장도 여기서 예외가 되진 않을 것이다.

저자는 그 동안의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이유가 저금리와 유동성 때문이었기 때문에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와 양적긴축 진행 여부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면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인구구조 변화도 집값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인구구조의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봤다.

저자의 의견 중 눈에 띄었던 것은 수도권 인구의 증가가 수도권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라 수도권 집값 강세가 역으로 수도권 인구 증가를 불러왔다고 보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서울 집값이 상승하자 수도권으로 밀려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수도권 집값도 연쇄적으로 올라갔다고 보는데 인과관계를 정반대로 보고 있어 인상 깊었다.

아마 이 책의 내용 중 부동산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번 장에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을 것이고, 저자 역시도 자신이 부동산에 대해 특별히 어떤 편견을 가지고 다루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 여러번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부동산과 관련된 빚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위험을 경고한다.

부동산 구매자들에 대한 선심성 대출 지원을 제한하고 우회적으로 부동산 매수를 지원하는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반환보증금도 축소할 것을 조언한다. 그리고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복지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무조건 공공임대주택의 숫자 늘리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의 공실률이 상승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부처에서는 고민해 봐야 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4장 기회는 어디에 있는가 에서는 한국의 가계가 앞으로 4~5년 간은 디플레이션으로 고통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시기 국내기업들이 꾸준히 좋은 실적을 보여줬고, 그로 인해 비축된 자금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이런 국내 기업들에 투자한다면 여전히 기회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배터리 산업과 풍력발전주, 반도체 관련 산업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한다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하며, 불황기에도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유망산업 별 구체적인 기업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추천하는 기업들의 재무상태나 영업 현황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 보고 이 중에서 투자할만한 기업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밖에도 개인이 주식투자를 할 때 어떻게 투자해야할지, 현재와 같은 약세장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 지켜야할 3가지 조건도 알려주고 있다. 그 중 한 가지가 어떤 경우에도 시장을 떠나지 않고 머물러야만 제대로 된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데, 계속해서 이어진 박스장과 약세장에서 이미 주식시장을 떠난 많은 투자자들이 이 글을 꼭 읽었으면 한다.

저자가 경고하는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시장에서도 수익을 얻는 투자자들은 반드시 존재한다. 그 동안의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뉴사이클이 다가왔다면 저자의 말대로 그에 맞는 생존 전략을 배우고 대응해 나간다면 길이 보일 것이다.

사실 책 자체가 가독성이 좋고 친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선대인 경제연구소라는 말이 딱 맞게 연구소에서 내놓은 보고서 같은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보고서가 그렇듯이 작성자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각종 지표와 수치들을 계속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도표를 확인하기 위해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가뜩이나 딱딱한 경제와 관련된 내용과 용어들이 난무하는데 도표까지 많다보니 책장이 잘 넘어가고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고 볼 순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경제가 처한 현실과 위기를 수치를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