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덴 공장의 기적
김영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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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본이 비록 '잃어버린 20년'을 지나 '잃어버린 30년'을 겪고 있지만 제조업에 있어서는 여전히 제조강국이라고 불릴만 한 이력과 자존심을 지닌 기업들이 많다. 이 책의 주인공인 산덴공장, '산덴리테일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다.

제조강국 일본에서 자판기 메이커 2위 업체로 나름의 자긍심이 높았던 산덴 공장 직원들에게 저자가 기존의 컨베이어 밸트를 싹 다 뜯어내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니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내심 무시하고 있었던 한국에서 온 낯선 사람도 마뜩잖은데 그 동안 본인들이 해왔던 방식을 바꾸려고 하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와 산덴 공장의 대표인 모리사장은 기존의 컨베이어 밸트 생산방식에서 새로운 셀 생산 방식의 도입을 밀어 붙였다.

결론적으로 지금이야 셀 생산 방식에 모두들 만족하고 있지만 그 때 당시에는 정말 반발이 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 생산 방식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은 저자가 캐논 코리아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셀 생산 방식을 정착시켰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컨베이어밸트 생산 방식과 셀 생산 방식의 차이점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인간에 대한 존중에 있다.

컨베이어는 밸트가 계속해서 돌아가기 때문에 작업자가 중간에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다. 자신이 자리를 비우면 뒷 공정 작업자들이 모두 손 놓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도 자리를 비울 수 없고, 한 가지 업무만 반복적으로 하기 때문에 마치 소모품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셀 생산 방식으로 바뀌게 되면서 작업자들은 고정된 한 가지 작업만이 아니라 생산관리, 자재, 검사, 품질 제조 등 생산활동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한 팀을 이루어 진행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하나의 셀이 마치 각각 하나의 작은 회사처럼 움직이게 되었다.

이렇게 작업자들 한 명 한명에게 자율성과 권한을 부여하자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각종 개혁과 낭비 제거에도 적극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컨베이어 밸트를 뜯어낸 것으로만 이뤄진 성과가 아니라 셀컴퍼니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진행한 다양한 활동들이 뒷받침된 결과였다.

책에는 저자가 지도했던 다양한 활동들이 기재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 조직도는 3개월 마다 바꿔라.

일반적인 회사에서 조직도는 한 번 정해지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똑같이 유지되기 마련이다. 퇴사로 새로운 직원이 들어와 사람이 바뀔 수는 있지만 조직이 바뀌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저자는 산덴에서 조직도를 3개월마다 바꿀 것을 지시했다.

대부분의 회사는 조직도를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제대로 정비해두지 않는다.

그러면 조직도는 조직도대로 일은 일대로 따로따로 굴러간다.

때문에 직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추어 시시때때로 조직도를 튜닝해야 한다.

p.45

조직도를 3개월마다 바꾼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어느 기업에서나 적용하기는 힘든 일이다. 조직도가 바뀐다는 것은 보직이나 팀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직원이나 경영자 모두 이것을 받아들일만한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유연성에는 구성원 모두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업무 분장에 대한 많은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저자가 업무 분장과 조직의 유연성에 대해 30여 년 넘게 고민한 결과로 태어난 것이 바로 셀컴퍼니 시스템이었다.

■ 현장 담당자에게 즉각 처리할 권한을 주어라.

회사는 다양한 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산덴의 경우 제품의 품질을 맡는 품질본부, 생산을 담당하는 생산본부, 개발을 담당하는 개발본부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 중 생산본부는 실질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부서이지만 막상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처리할 권한이 없었다. 생산본부에서 어떤 문제가 생겨 품질이나 개발본부에 해결을 요청해도 각자 맡은 업무가 먼저인지라 생산 본부의 요청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다. 당연히 대응이 빠르지 않으니 제품의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고, 부서 간에 반목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본부만을 담당하는 제품기술과를 신설해 제조현장의 업무만을 담당하게해 문제를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현장의 개선 요구 사항도 많아졌고, 생산에 차질을 일으켰던 문제들이 해결됐다.

■ 모든 것을 돈으로 표시하라.

"모든 것을 돈으로 돈으로 표시하라." 이 말을 잘못 이해하면 직원들 입장에서는 '낭비 제거'가 아니라 '절약'으로 오해하기가 쉽다. 돈으로 표시한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니 종이 한 장도 아껴서 이면지로 쓰고, 볼펜도 가장 저렴한 걸로 쓰라는 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경영진 입장에서 말하는 낭비 제거는 단순히 싼 물건을 쓰자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저자는 산덴에서 이를 위해 모든 개선 작업의 효과를 돈으로 표시하라고 지도했다. 예를 들어 작업대까지 몇 걸음을 걸어서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돈으로 환산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쓸데없이 왔다갔다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작업 동선을 최대한으로 줄인다던가 부품이 진열돼 있는 선반에 바퀴를 달아 쉽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던가 하는 식이다.

이 때 시간은 인건비를 기준으로 환산하고 공간은 임대료를 기준으로 금액을 산정한다. 개인별로 몇 분 절감 했다는 것보다는 금액으로 표시하면 직원들이 더 확실히 낭비 제거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절감한 시간은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쓸 수도 있고, 이동 거리의 단축은 작업자들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여주어 피로도를 낮출 수 있다.

고객들의 요구사항이 점점 다변화 되면서 소품종 대량 생산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트랜드가 바뀌고 이에 발맞춰 기업들 또한 제조 방식을 바꿀 수 밖에 없다. 몇 십년간 이어진 제조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변화는 필수적이다. 만약 새로운 제조 방식에 대한 실마리를 찾고자 하는 기업인 혹은 직장인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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