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리나의 유명한 첫 문장이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각각 다르다."
이 문장은 사업에 적용해도 마찬가지다.
"성공한 사업은 모두 비슷하게 닮았지만, 실패한 사업은 실패한 이유가 각각 다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성공한 기업들이 아닌 실패한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실패한 총 23개의 중소·중견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11가지의 공통 요소들을 뽑아내 설명하고 있다.
내용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장의 주제는 '급성장 이면에 숨겨진 함정' 이다.
작은 기업들이 히트상품 한 두 가지로 갑작스레 많은 매출을 올리고 승승장구 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갑작스런 성공에 도취해 신중함을 잃는 것이다. 경영 환경은 예나 지금이나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고 이번 코로나처럼 예기치못한 질병이나 재해 등으로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변하기도 한다. 그런데 순간의 성공에 도취해 방만하게 경영했다간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이번 장에서 자세히 알 수 있다.
첫 번째 장에는 실패의 법칙 3가지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실패의 법칙2. 행운의 히트상품이 불행을 부른다. 에 해당하는 히라카와 코퍼레이션의 사례가 인상깊었다.
히라가와 코퍼레이션은 침구류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로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전대미문의 재해로 절전의 필요성이 강조되던 시기에 '쿨젤매트'를 팔아 큰 히트를 치게 된다. 쿨젤매트는 이불 위에 까는 패드로 실내온도보다 1.5도 정도 낮아지는 성질의 젤을 사용한 매트이다.
전기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데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당연히 전 년 대비 2배 이상이 팔렸고 생산속도가 판매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매출 또한 당연히 전년의 2배를 기록하니 그 돈으로 회사에서는 설비투자를 늘려갔다. 공장, 창고, 사무실 이전을 위해 토지와 빌딩을 매입하고 배송센터를 건설하고 쇼룸을 오픈했다.
하지만 2,3년이 지나니 쿨젤매트의 인기가 시들어지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매출 유지를 위해 수익률이 낮은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해 나갔다. 그리고 쿨젤매트 이후 히트상품을 만들기 위해 신소재를 개발해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 외로 저조했다. 게다가 개발한 신소재의 특허 침해 문제로 적극적인 판매활동도 어려웠다. 결국 쿨젤매트로 히트를 친 2012년 이후 겨우 4년만인 2016년, 영업을 중지하게 된다.
사실 쿨젤매트의 히트는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특수상황에 의한 측면이 큰데 회사에서는 이런 예상 밖의 행운을 실력으로 착각하고 무리한 설비투자를 단행해 차입금을 늘렸고, 이런 행운이 시들해지자 차입금 변제가 어려워지게 되었다. 한 번의 히트상품이 앞으로의 성공을 보장해줄 것이란 근거없는 희망보다는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으로 사업확장에 신중을 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한복이 있다면, 일본에는 기모노가 있다. 일본에서는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기모노를 입는 것이 일상적인 일인만큼 기모노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래서 발달한 사업이 포목시장이고 그 중에서도 기모노 교실을 운영하면서 강사와 재학생, 졸업생을 대상으로 교재나 포목을 파는 사업이 성행했다.
두 번째 장 '진부해진 비즈니스 모델을 두고 마주한 갈림길' 에서는 실패의 법칙 7. 위기 상황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다. 에 대한 예로 이 기모노 교실과 포목 사업을 하는 '소도레이호 기모노 학원'이 등장한다. 이 회사가 처음 설립된 1964년 이후 삿포로에서 후쿠오카에 이르는 일본 주요 도시 8곳에 교실을 운영했다. 기모노 교실을 통해 취미단계에서부터 전문 강사 코스까지 프로그램을 갖추고 그들에게 포목과 전통 액세서리를 팔면서 매출을 올리는 구조였다. 1980년대 포목시장 정점에 도달한 이후 점점 기모노를 입는 수요가 줄어들고 2000년대에 들어서자 사업은 점점 쇠퇴 일로를 걷게 되었다. 하지만 전통을 중시하는 경영자로 인해 과거의 성공에만 얽매여 새로운 모델을 구상하지 못했고 설상가상으로 경쟁업체들마저 생겨나자 뒤늦게 경비를 삭감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창업 초기 당시 구축한 사업모델을 고수하고 시장변화에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것이 결국에 오늘에 이르게 한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 장은 '리스크를 높이는 안이한 위기관리' 에 관한 내용들로 한 거래처에 편중된 매출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복사기 전문 대기업의 1차 하도급 업체로 기계조립을 전문으로 하는 이이다와 과자 제조업을 전문으로 해온 노포 기업인 알베리의 사례가 등장한다. 이이다는 복사기 전문 대기업의 1차 하도급 업체로 안정적인 매출이 발생하고 있었다. 하지만 리먼쇼크를 기점으로 대기업의 상황이 위태로워지자 생산체제를 조정하면서 생산기지를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로 옮기게 되었고, 일본 국내 공장의 부품조립에 의존하던 이이다는 이런 변화에 제 때 대응하지 못했다. 뒤늦게 인원감축과 공장 매각 등에 나서섰지만 그 땐 이미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
과자 전문점인 알베리는 화과자 전문점으로 시작했지만 양과자의 제조 판매에도 나서며 과자 제조 기술을 무기로 호텔 등으로부터 OEM을 수주하면서 순조로운 실적을 쌓아갔다. 하지만 이후 전혀 관련없던 스테이크 사업에 뛰어드는 무리수를 두다가 거품경제가 꺼진 후 차입금이 늘어갔다. 결국 수익률이 낮더라도 지속적인 매출이 가능한 OEM 수주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고, 점차 회복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OEM 고객의 매출 비중이 40%까지 늘면서 물량이 많아지자 다른 소규모 거래처의 수주는 거절하면서까지 OEM고객에게 집중했지만 그래도 밀려드는 물량을 맞출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OEM고객에세 수주를 줄여달라고 부탁했고, OEM 고객은 알베리의 생산능력에 불안감을 느끼고 대부분의 수주를 중단했다. 이후 새롭게 대형 업체와 계약을 맺었지만 이미 뚝 떨어진 매출을 회복할 수는 없었다.
대기업이 파산할 경우 신문이나 잡지 등 여러 매체에서 그 원인을 분석한 기사들을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 기업들의 파산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그 원인을 알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 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대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보다는 중소·중견 기업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우리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은 기업들의 실패 사례를 알게 된다면 실질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